전통혼례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통혼례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인륜지대사 ‘혼인’ 국가가 관여

적정 연령은 男15세, 女14세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부른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까지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날이 많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혼인한 부부가 있다. 사실 오늘날 한국은 ‘연애는 선호’ ‘결혼은 선택’인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과거에는 자식을 낳아 대(代)를 잇고, 노동력도 확보해야만 했기에 누구에게나 결혼은 필요했다. 이와 관련해서 조선의 역사 속에 담긴 특별한 결혼 이야기를 소개해봤다.

◆국가에서 혼인을 장려하다

우리는 흔히 ‘시집간다, 장가간다’라는 말을 사용한다. 이는 우리 조상들의 결혼 풍습이 담긴 말이기도 하다. 조선은 농경사회였고, 인력은 항상 필요했다. 하지만 백성들 사이에서는 돈이 없어 결혼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에 국가에서는 ‘혼인장려 정책’을 펼쳤다.

법전인 경국대전에 보면, 자녀가 13세가 차면 의혼(議婚, 혼사를 의논함)을 허락하되 혼인은 남자 15세 이상, 여자는 14세 이상이 되면 허락한다고 했다. 중국 송나라 주자가 가정의 예의범절에 대해 기록한 책인 ‘주자가례(朱子家禮)’에서도 혼인할 수 있는 나이는 남성 16세 이상, 여성 14세 이상이었다.

또 경국대전에 보면 “사대부 집안의 딸이 30세가 되어도 가난해 시집을 못 가는 사람이 있으면 예조에서 왕에게 아뢰어 혼수 물건과 돈을 지원한다”고 규정했다. 만약 그다지 빈곤하지 않음에도 30살이 넘도록 시집보내지 않으면 그 가장은 중죄로 다스린다고 했다. 정약용의 ‘목민심서’에도 “과년하도록 결혼하지 못한 자는 관에서 마땅히 성혼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덕무(李德懋)가 쓴 ‘김신부부전(金申夫婦傳)’도 있다. 이 책은 ‘김씨와 신씨 부부의 전기’라는 뜻이다. 재밌는 것은 이덕무가 이 책을 정조(조선 제22대 왕)의 명을 받고 썼다는 것이다. 이 문헌에 보면, 1791(정조 15)년에 서울 사람 가운데 혼인 적령기가 지났어도 가난 때문에 혼인하지 못한 백성들에게 혼인자금을 하사해 150명이 결혼했다고 한다.

하층민 사이에서는 결혼을 전제로 어린 여자아이를 데려다가 남자 집에서 키우고 성인이 되면 혼인시키는 ‘예부제(豫婦制)’도 있었다. 여자아이가 성인이 되면 친정으로 다시 보내고, 친정집에 예물을 준 후 다시 맞이하는 방식이다.

그럼 당시에 국가에서는 왜 결혼에 관여했을까. 성종실록에서 그 답을 찾아볼 수 있다. 성종 22년 1월 6일자 기록에는 “인륜의 도리는 혼인보다 중한 것이 없고, 제왕의 정사는 원녀(怨女)·광부(曠夫)가 없게 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했다. 이어 “저 옛날 나라 다스리는 큰 법도도 모두 이를 중히 여겨 중춘(仲春) 시절에 남녀를 모이게 해 적시에 혼인하게 했으니, 만물이 모두 성장을 이뤄 사람도 화목하고 기운이 화평해 풍속이 순박하고 아름다웠으며 음양이 그 질서를 따르매 재앙도 생기지 않았던 것이다”라고 전했다. 즉, 자연 순리대로 자신의 짝을 찾아야 나라가 평안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던 것이다.

◆“조강지처 버릴 수 없어”

‘백년해로’라는 말을 들어봤을 거다. 혼인한 부부가 일생을 함께 산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혼하지 않겠지만, 평생 부부가 행복하게 산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이혼은 흔한 일이 됐다. 이혼한 커플을 주인공으로 한 프로그램까지 생겨날 정도다. ‘돌싱(돌아온 싱글)’ 등 신조어도 익숙하다.

조선시대는 남성 중심의 이혼제도가 존재했다. 조선 법률인 경국대전에는 이혼에 대한 조항은 없었기에, 명나라의 ‘대명률(大明律)’에 따라 이혼을 규정했다. 내용을 보면, 7가지 죄악 즉 ‘칠거지악’에 해당하면 이혼 사유가 됐다. 하지만 칠거지악에 속해도 삼불거(三不去), 즉 3가지 조건에 해당하면 아내를 쫓아낼 수 없었다. 삼불거에는 ‘돌아갈 곳이 없을 때’ ‘부모의 3년 상을 함께 치른 경우’ ‘가난하게 살다가 부자가 됐을 경우’에는 제외된다. 이는 어려움을 함께 극복한 조강지처는 버릴 수 없다는 것을 단단히 못 박은 조항이다.

시대가 변했어도 함께 기쁨, 슬픔을 함께 나눈 가족만큼 소중한 존재는 없을 것이다. 그 소중함을 너무 당연히 여겨 소홀히 여기고 있지는 않은가. 나와 가족이라는 천륜이 무너진다면 세상 속에서 그 무엇을 잘해 낼 수 있겠는가. 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거리두기가 해제된 현시점에 맞이하는 5월 가정의 달은 어느 때보다 더욱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듯하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