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화가 겸재 정선의 신묘년 풍악도첩 중 ‘문암산 일출도’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천지일보 2022.1.3
조선시대 화가 겸재 정선의 신묘년 풍악도첩 중 ‘문암산 일출도’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천지일보 2022.1.3

풍속화 속 담긴 해돋이 풍경
복조리·복주머니로 새해맞이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2022년 ‘임인년(壬寅年)’이 밝았다. 힘든 한해를 이겨내고 떠오르는 태양은 더 좋은 세상을 되길 바라듯 강하게 빛을 뿜어냈다. 매년 사람들은 새로운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하기 위해 해돋이를 본다. 또 만사형통과 복을 기원하는 기도를 드린다. 이 같은 건강과 복은 오늘날뿐 아니라 예로부터 중요시되던 키워드다. 그렇다면 우리 선조들은 어떻게 새해를 맞이하고 복을 기원했을까.

◆조선 최고의 해돋이 장소는?

풍속화 속에는 우리 선조들의 해돋이 장면이 잘 담겼다. ‘진경산수의 대가’로 불린 조선시대 화가인 겸재 정선은 ‘문암관 일출’을 통해 해돋이를 담아냈다. 이 그림은 강원 고성군 삼일포 문암에서 본 해돋이 광경이다. 문암(門巖)이라는 이름은 돌로 만든 문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졌다. 그림을 보면 문암 위에 올라가 동해안 일출을 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잘 담겼다. 저 멀리 떠오르는 태양은 온 세상을 환히 비추는 강한 힘을 품고 있다.

조선 후기 의유당 남씨가 쓴 ‘동명일기(東溟日記)’에는 새벽녘 일출을 보기 위해 잠을 자지 않고 동행한 사람들의 들떠있는 모습을 잘 표현해냈다. 해가 떠오르는 순간은 매우 짧다. 이 찰나의 순간을 놓칠까 봐 조마조마하는 선조들의 모습은 마치 오늘날 해돋이를 기다리는 시민의 모습과 흡사하다.

조선 후기 화가 정홍래의 ‘일출 앞의 매’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천지일보 2022.1.3
조선 후기 화가 정홍래의 ‘일출 앞의 매’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천지일보 2022.1.3

‘관동팔경(關東八景)’ 중 하나인 낙산사도 해돋이 풍경으로 유명한 곳으로 화가 정선은 ‘낙산일출(洛山日出)’을 통해 담아냈다. 저 멀리 바다 위로 떠 오르는 붉은 해, 출렁이는 바다. 그리고 산들 위에 조화롭게 세워진 전각들. 정선이 그려낸 자연 만물은 그야말로 조화를 이루며 숨 쉬는 듯했다. 실제로 낙산사는 동해 일출을 보는 명소로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얼마나 풍경이 아름다운지 금강산 유람을 하는 선비들은 코스에 이곳을 넣기도 했다. 정홍래의 ‘일출 앞의 매’ 그림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거친 파도 속에서 일출을 맞이하는 매는 용맹한 한해를 염원하고 있다.

◆“福 받으시오” 건강과 장수 기원

액을 막고 복 받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특별한 선물을 건네기도 했다. 복조리와 복주머니가 대표적으로 복을 기원하고 있다. 선조들은 새해 아침이 밝으면 벽에 ‘복조리’를 걸어두고 한해 복을 빌었다. 대나무로 만드는 ‘조리’는 쌀을 뜰 때 사용하는데, 복이 쌀처럼 불어나라는 의미로 재물과 장수의 뜻을 담고 있다. 보통 복조리 장수들은 섣달그믐 자정이 지나고 나면 “복조리 사려”하고 외치고 다녔다. 보통 물건을 살 때 가격을 흥정하는 것과 달리 복조리는 값을 깎지 않았다고 한다. 복을 산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복조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2.1.3
복조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2.1.3

‘세화도(歲畫圖)’도 있다. 세화는 새해를 송축하는 의미로 주고받던 그림으로 길상적인 주제를 담아냈다. 대표적으로 신선도·모란도·십장생도 등이 있다. 세화도는 궁궐에서 시작된 풍습으로, 그림은 도화서의 화원이 맡았다. 이후 민간에도 퍼져 누구나 새해를 맞아 건강과 행복, 장수를 기원했다.

새해에 우리 선조들은 ‘설차례’를 드렸다. ‘정조다례(正朝茶禮)’라고 하는데, 떡국을 올렸다 하여 ‘설차례’를 ‘떡국차례’라고 불렀다. 차례를 지낸 후에는 ‘설빔’이라는 옷을 입었다. 지난해의 묵은 것은 다 떨구어버리고 새 출발을 하는 데 의미를 가졌다. 또 새해를 맞이해 기쁨이 있어 새 옷을 입었다. 이는 오늘날 설날에 한복을 차려입고 세배드리는 모습과 연관된다. 이처럼 새해에 복 받기를 마음은 오늘날까지도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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