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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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이승연 기자]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말이 있다. 일명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소위 통과를 위해 같은 당 의원을 탈당까지 시키며 질주하는 민주당을 보며 이 한마디가 떠오른다.

5년이라는 세월이 빨리 지나간 탓에 이토록 서두르는 것일까. 아니다. 민주당의 무리한 강행을 보며 국민은 법안의 내용을 떠나 진의를 의심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를 통한 검찰 정상화는 참여정부부터 숙의해온 약속이다. 검찰 역시 이 부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처리할 수 있던 5년이라는 세월을 보낸 민주당은 정권교체를 한달여 남겨둔 상황에서 ‘꼼수 탈당’까지 추진하면서 강행하는 과감함을 선보이고 있다. 검수완박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법사위원의 구성이 중요한데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탈당시켜 무소속으로 배치해 법안 처리를 위한 장애물을 없애겠다는 전략이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온갖 편법과 몰상식적인 전략을 펴는 것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국민들로 하여금 등을 돌리게 할 뿐이다. 무엇을 위한 강행인지 그 명분에 대한 이해와 국민적 공감이 먼저다.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원론적인 명분은 이미 국민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해당 법안의 필요성을 설명하라는 것이 아니다. 검수완박 법안이 그리도 중요하다던 거대 야당의 장본인들이 5년이란 시간을 흘려보내고 왜 이제 와서야 목소리를 내고, 왜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인지 이 의문점에 대한 설명과 공감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법조계, 학계, 시민단체 등 전방위적인 비판뿐 아니라 이젠 자당의 의원들조차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5선 중진의원인 이상민 의원은 “헛된 망상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 쓴소리를 뱉었고 조응천 의원도 “국민들 보시기에 꼼수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용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 공감대 없는 소탐대실은 자승자박. 5년 만에 정권을 잃고 얻은 교훈 아닌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조응천 의원도 21일 YTN 라디오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없으면 민주주의가 무너진다는 말이 있다. 사실은 조금 두렵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조차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굉장히 졸속”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또한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대선에 지고 보니 (민주당이) 심리적 균형을 좀 잃고 있는 것 같다”며 “언제부터인가 민주당에는 극히 독선적이고 전투적인 강경파가 득세하기 시작했다. 이 사람들은 자기 생각만 절대 옳고 합리적인 토론은 거부하면서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을 내보이는 사람에 대해서는 심지어는 같은 당 사람이라 하더라도 악마화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검수완박 추진 시 실종되는 ‘수사권 주체’에 대한 명확한 대안을 내놔야 할 것이다. 수사권 공백이 되거나 무정부상태가 될 우려에 대해 당차원의 숙고뿐 아니라 모든 이해당사자와 국민의 숙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혈세를 받는 국회의원이 나라와 국민이 아닌 진영의 대통령을 엄호하는 방패부대로 전락했다는 오명은 피해가길 바란다. 급할수록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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