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살인사건’ 피의자 이은해(사진 왼쪽)와 조현수. (출처: 연합뉴스)
‘계곡 살인사건’ 피의자 이은해(사진 왼쪽)와 조현수. (출처: 연합뉴스)

공개수배에도 행방 오리무중

보험금 노린 상습범행에 무게

검경 합동 검거팀 꾸려 수사

전 남친 사망 의혹들도 조사

15세부터 최소 9회 경찰서행

[천지일보=안채린 기자] 가평에서 발생한 ‘계곡 살인사건’을 두고 최근 수많은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검찰과 경찰의 합동 수사가 계속되고 있지만 피의자 이은해(31)씨와 공범 조현수(30)씨의 행방은 묘연한 상황이다.

◆그날 무슨 일이… 3년 전 사건 재조명

현재 계곡 살인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여성 이씨와 내연남 조씨가 피해자인 이씨의 남편 윤모(당시 39세)씨를 살해한 혐의로 지난달 30일 공개수배 명단에 올랐다.

이들은 지난 2019년 6월 30일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윤씨에게 다이빙을 하도록 강요하고, 물에 빠져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8억원 상당의 윤씨의 생명보험금을 노리고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씨는 남편이 사망하고 5개월 뒤 보험회사에 남편의 보험금을 청구했다가 거절당한 바 있다. 당시 보험회사가 사기 범행을 의심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씨는 보험 계약 만료 4시간 전에 숨졌다.

처음 이 사건을 담당한 가평경찰서는 해당 사건 발생 당시 윤씨의 부검에서 ‘익사’ 등의 결과가 나온 것을 근거로 변사 사건으로 결론 내리고 내사 종결했지만, 2019년 10월 유족과 지인의 제보로 일산서부경찰서에서 재수사가 실시됐다. 일산서부서는 약 1년간의 재수사 끝에 이씨와 조씨를 살인 및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러한 가운데 2020년 10월 SBS의 한 시사 프로그램이 ‘그날의 마지막 다이빙-가평계곡 익사 사건 미스터리’라는 제목으로 해당 사건을 다루면서 조명됐다.

이후 이씨와 조씨는 2020년 12월 살인과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로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으로 불구속 송치됐다. 이어 이들의 주거지를 관할하는 인천지방검찰청은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으로부터 사건을 이송받아 지난해 2∼11월 전면 재수사에 나섰으며, 주거지 압수수색과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 등 보완 수사를 통해 추가 범죄 정황을 밝혀냈다.

그러나 이들의 살해시도는 한 번이 아니었다. 이씨와 조씨는 2019년 2월에도 강원도 양양군 한 펜션에서 윤씨에게 복어 독이 든 음식을 먹여 살해하려고 했으나 독성이 치사량에 못 미쳐 미수에 그쳤으며, 석달 후인 같은 해 5월 경기도 용인시 한 낚시터에서 윤씨를 물에 빠뜨려 익사시키려다가 잠에서 깬 지인에게 발각돼 실패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러한 내용의 2건의 살인미수 혐의를 추가로 입건하고 지난해 12월 13일 이씨와 조씨를 불러 1차 조사를 마쳤다. 당시 이씨가 변호사를 선임한 점과 출석 요구를 할 때마다 연락이 잘 닿아 협조적이었던 점 등을 고려해 불구속 수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이씨와 조씨는 다음 날 진행하기로 한 2차 조사에 불응하고 잠적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 1월 이씨와 조씨를 지명수배하고 추적에 나섰으나 두 사람은 현재까지 종적을 감춘 상황이다.

◆경찰, 이은해 전 남친들 의문사 재조사

경찰은 계곡 살인사건뿐 아니라 ‘태국 파타야 스노클링 사건’과 ‘인천 석바위 교통사고 사망 사건’ 등 이씨의 전 남자친구 2명의 의문사와 관련해서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인천 석바위 교통사고 의혹은 지난 2010년 인천시 미추홀구 석바위사거리 인근에서 이씨와 함께 차량에 타고 있던 이씨의 전 남자친구가 교통사고로 즉사한 내용이다. 태국 파타야 스노클링 의혹은 2014년 태국 파타야 산호섬으로 이씨와 여행을 갔다가 사고로 숨진 또 다른 전 남자친구 사건이다.

특히 태국 파타야에서 익사한 이씨 전 남자친구의 친형이 온라인에서 ‘타살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지난 6일 계곡 살인사건 관련한 한 인터넷 카페에 ‘파타야 산호섬 스노클링 사고 당사자의 친형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자신을 해당 사고 당사자의 친형이라고 밝힌 작성자 A씨는 “언론을 통해 윤씨 사건과 더불어 언급되고 있는 파타야 스노클링 사고 사건이 사실이라는 점 말씀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온라인 상에서 보여지고 있는 파타야 스노클링 사고의 내용들은 80~90% 사실과 일치한다고 판단된다”며 “현재 제가 알고 있는 동생과 관련된 사고 내용들은 제보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또 “해외에서 발생한 사고이다 보니 적극적으로 수사를 진행하는 게 어려웠다”며 “특별한 목격자나 객관적 증거도 없었기 때문에 타살 가능성 여부를 조사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병원의 사망진단과 부검 등은 비의도적 사고, 익사라고 밖에 결과가 나오지 않아 사고 당시 같이 있었던 이은해 설명만으로 당시 상황을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며 “제 동생과 관련된 사망보험금은 저희 아버지께서 수령했고, 이은해가 별도 수령한 것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없을 것으로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A씨는 “그런데 여기저기 온라인상의 동생 사고와 관련된 다양한 내용들을 접하면서 이상한 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이은해를 통해 들었던 사고 당시 내용들과 비교했을 때 실제 상황과 다르거나 저한테 얘기하지 않았던 내용들이 있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씨가) 분명 무엇인가 숨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제 동생도 타살됐을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고, 타살이라면 보험금 목적이 아닌 다른 동기가 있을 것으로 생각이 들었지만 추측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인천 석바위 교통사고 사망 사건과 관련해서도 당시 이씨는 차량에 타고 있었지만 혼자 살아남아 보험금을 수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경찰청은 해당 의혹과 관련해 광역수사대 1개팀을 전담팀으로 지정해 내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이씨가 남편 사망 당시 생명보험을 3개나 가입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씨가 접촉한 보험설계사가 전 남자친구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9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0월 19일 남편 윤씨가 변사로 종결된 당시 확인된 생명보험은 3개였다. 달마다 29만 5000원의 보험료를 납입했고 윤씨가 직접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씨의 보험 설계사는 이씨가 10대 시절 사귀던 남성 B씨로 알려졌다. 이씨는 남편과 2017년 3월 혼인신고를 하고 5개월 뒤에 생명보험 4개를 가입했다.

윤씨는 2019년 6월 사망했고 5개월 뒤 이씨가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 측은 지급을 보류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가입 2년이 안됐고 이씨가 보험료를 내지 못해 보장이 만료됐다가 되살리기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B씨는 윤씨가 사망한 뒤 이씨, 조씨와 함께 해외에도 다녀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과 경찰이 ‘계곡 살인사건’ 합동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피의자 이은해씨와 공범 조현수씨의 행방은 묘연한 상황이다. 사진은 관련 방송 화면. (출처: SBS 유튜브 캡처)
검찰과 경찰이 ‘계곡 살인사건’ 합동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피의자 이은해씨와 공범 조현수씨의 행방은 묘연한 상황이다. 사진은 관련 방송 화면. (출처: SBS 유튜브 캡처)

◆미궁 속 피의자 행방… 검경 수사 박차

검찰과 경찰이 합동 검거팀을 꾸려 달아난 이씨와 조씨를 쫓고 있지만 여전히 두 사람의 행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검경이 계곡 살인사건뿐 아니라 이씨의 과거 다른 의혹인 인천 석바위 교통사고, 태국 파타야 해변 익사사고 등도 조사에 나서면서 일각에선 검거 전담팀 규모가 적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인천지검과 인천경찰청은 지난 6일 살인·살인미수 혐의의 이씨와 조씨를 붙잡기 위한 합동 검거팀을 가동했다. 검찰에서는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2부(부장 김창수)에서는 소속 수사관이 참여하고, 인천경찰청에서는 광역수사대가 투입됐다.

그러나 두 피의자 검거가 늦어지면서 검찰은 체포 영장 만료를 닷새 남긴 지난 7일, 3개월짜리 영장을 다시 발부받았으며 인천경찰청도 신고내용 확인 등을 위해 전담팀 규모를 15명까지 늘렸다. 이로써 체포 영장 발급은 세 번째다.

검거팀 관계자는 현재 수많은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며, 일차적으로 해당 지역에서 신빙성을 확인한 뒤 검거팀을 투입하고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검경은 추가 의혹이 불거지거나, 수사가 장기화할 우려가 커지는 경우 전담팀 규모 확대까지 염두하고 있다.

◆이은해, 10대 때부터 경찰에 상습 입건

피의자 이씨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씨가 중학생 때부터 성매매와 절도, 협박, 폭행 등으로 경찰에 상습적으로 입건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기록을 토대로 이씨가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15세에 ‘조건만남’으로 처음 경찰에 적발된 뒤 최소 9회 입건됐다고 채널A는 9일 보도했다.

이씨는 2006년 7월 친구와 함께 성매수 남성으로부터 16만원을 받고 조건만남을 가져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이후로도 남성들을 만나 지갑과 시계 등을 훔쳤으며 이씨의 절도 행각은 2009년까지 이어져 소년부 재판에 회부된 것만 5번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임신 중이던 2010년 나이트클럽에서 다른 방문자들과 시비가 붙어 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는 남편과 관련된 보험사기 이외에 4건의 보험사기 혐의로 검찰 송치됐다.

이에 따르면 이씨는 계곡 살인사건 발생 전까지 경찰에 최소 9차례 입건된 셈이다.

이씨와 공범으로 지목돼 살인과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조씨 역시 전과 18범으로 이미 다른 사기 사건으로 구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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