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연합뉴스)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연합뉴스)

애경, 가습기 살균제 조정안 거부

장영신 회장 ‘국내 1호 여성 CEO’

애인경천(愛人敬天) 정신 ‘퇴색’

[천지일보=조혜리 기자] 가습기살균제 참사 11년 만에 나온 피해 구제 조정안을 옥시레킷벤키저와 애경산업이 조정안에 동의하지 않아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현재 총 9개 기업 중 옥시와 애경만 빼고 SK케미칼·SK이노베이션·LG생활건강·GS리테일·롯데쇼핑·이마트·홈플러스 등 7개 업체는 조건부로 조정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애경은 왜 조정안을 수용 안 했나?

애경은 최근에 주요 계열사 대부분의 실적이 크게 부진한 가운데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애경은 수천 명의 피해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책임을 회피해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조정안이 나왔지만 애경은 수용하지 않았다.

이 조정안은 지난해 10월 출범한 ‘가습기살균제 피해보상을 위한 조정위원회(조정위원회)’에서 살균제 제조·유통업체들과 피해자들의 의견을 들은 뒤 피해 유족에 최대 4억원, 최중증(초고도) 피해자들에겐 최대 5억여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조정안이다. 최대 9240억원인 지원금 가운데 애경은 7.4%인 약 680억원을 부담하도록 돼 있다. 

◆장영신 회장 ‘한 알의 밀알 심는 마음’… 퇴색했나?

애경은 작은 비누 회사(애경유지공업)로 시작해 화학·유통·항공을 아우르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애경의 성장 과정에는 대한민국 국내 여성 CEO 1세대를 이끌었던 대표적인 여성 장영신 회장이 등장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장 회장은 막내아들을 낳은 지 사흘 만에 남편과 사별을 한다. 남편과 사별 후 1972년 준비 없이 회사를 맡았다. 경기여고를 나와 미 체스넛힐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장 회장은 실무에 백지상태였지만 세계 유명 소비재 회사와의 합작 아이디어 내고 회사들을 발 벗고 찾아갔다. 그리고 세계적인 생활용품 회사인 유니레버와 합작을 하게 된다.

사별한 채몽인 남편은 국민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애인경천(愛人敬天) 정신을 담아 애경이란 회사 이름을 지었다.

장 회장은 네 자식을 키워야 할 어머니로서 회사 직원들을 먹여 살릴 기업의 CEO로서 ‘한 알의 밀알을 심는 마음’으로 사업에 임했고 그렇게 승승장구했다. 밀알이 심어져 싹이 나오는 것은 자신이 죽어야 하는 고통이 따른다. 이런 가혹한 환경에서 악바리 근성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이었다. 가족으로 힘을 얻고 기업가정신을 발휘했다.

그런 가족의 소중함을 아는 ‘국내 1호 여성 CEO’ ‘애인경천’ 사상의 마음이 퇴색한 것일까.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애경은 ▲1997년부터 3년간 제품 안전 확인 안 된 파란하늘 맑은가습기 8만개 판매 ▲2002년부터 10년간 제품 안전 확인 안 된 가습기메이트 164만개 판매 ▲“천연솔잎향 산림욕효과”라고 과장광고 ▲소비자 제품신고 무시하고 안전하다고 강변 ▲2011년 8월부터 11년간 단 한 번도 자사제품사용 소비자 피해조사 안해 ▲2016년 검찰수사와 국정조사대비 관련자료 인멸·은닉 ▲2017년과 2019년 환경부 서기관에 뇌물 주고 식사제공하며 정보 빼내 ▲2018년 공정위의 과장광고 과징금부과를 불법이라 강변하며 소송해 패소 ▲2018년 특조위 수사무마 뇌물청탁, 2019년 피해자단체 동향파악 ▲2022년4월 피해지원 조정안 거부 등을 내세우며 애경 불매운동을 펼친다고 선포했다.

그러면서 애경의 홈페이지에는 “환경·사회·지배구조를 뜻하는 ESG섹션이 따로 있다. 애경산업은 비전이자 핵심 가치는 ‘사랑과 존경을 최고의 가치로, 고객과 직원의 행복을 추구하는 생활뷰티 선도기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애경의 실제 모습은 소비자에게 무책임하고 사회적으로 부도덕하고 법적으로 불법과 탈법을 일삼는 반사회적 기업의 전형이다”고 강조했다.

또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애경은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9개 기업 중 피해자 수 2위다. 그동안 애경이 배상한 피해자는 11명에 불과하다. 1, 2위인 옥시와 애경의 지원금은 총 5600억원 전체 지원금의 60%가 넘는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옥시와 애경에 대해 “7027명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합의 조정을 거부한 파렴치한 살인기업 옥시와 애경을 시민들이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네티즌 반응은 “물먹는 하마, 옥시크린 불매, 애경 트리오, 스파크, 바세린로션 불매!!” “돈이 아깝냐? 다수의 사람들을 돈 때문에 죽여놓고 대기업들 무섭네 조정거부하면 끝? 천벌이 그대들과 함께하길 기도한다”고 토로했다.

또 애경산업이 사태 수습에서 정관계를 대상으로 로비를 시도한 정황을 언급하며 “자나깨나 재벌일가 걱정해주느라 끼니도 거르는 대한민국 애국 보수세력들이 챙겨야 할 뉴스”라며 리트윗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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