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2022.4.11
김이수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022.4.11

11년 만의 조정 무산시킨 ‘옥시‧애경’… 조정안 부동의

조정위, “아쉽고 유감… 남은 기간 최선다해 추가조정”

옥시 피해자 13명, 11일 서울남부지검에 고발장 제출

국내 유례없는 피해보상 규모… “조정대상자 7천여명”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과 유족들이 피해구제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애경산업을 상대로 소비자 불매운동을 벌이자고 제안한 가운데 조정위는 최종 조정안에 반대한 기업과 추가 협의에 나선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가습기살균제 피해보상을 위한 조정안을 양측에 전달했다.

조정위는 그동안 28차례의 정례회의 양 당사들과의 공식‧비공식 면담, 전문가 의견 청취 등 60여 차례 회의를 거쳐 관련 기업‧피해자 단체와 협의를 진행해왔다. 옥시와 애경도 동의한 조정위원회다.

조정위는 올해 3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상 구제 급여 이상의 지원안을 마련해 피해자 단체와 기업에 전달했다. 최종 조정안에는 피해자 유족에 2~4억, 최중증(초고도 피해자) 피해자들 연령에 따라 최대 5억 350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정대상자는 7000여명에 이르고 판정대기자의 추가 대상 포함가능성을 고려할 때 9개 기업이 마련해야 하는 재원은 최소 7795억여원에서 최대 9240억여원 수준이다. 옥시와 애경은 조정금액의 50% 이상을 부담해야 하는 입장으로, 애경은 수백억원 수준이지만, 옥시는 조정금액의 상당액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피해구제 조정에 참여한 SK케미칼‧SK이노베이션‧LG생활건강‧GS리테일‧롯데쇼핑‧이마트‧홈플러스 등 7개 업체는 조건부로 조정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옥시레킷벤키저와 애경산업은 조정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지난 4일 조정위에 전달했다.

옥시‧애경은 결국 가습기살균제 참사 11년 만에 나온 조정위의 최종 피해구제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정위의 최종 조정안이 발효되려면 기업 100% 동의, 피해자 50%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피해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아도 의학적 개연성과 설명가능성을 토대로 판정된 피해구제법상 인정대상을 구제급여의 내용에 포함하지 않은 노출미확자, 복수피해자 및 미성년자 추가지원금 등 배상을 뛰어넘는 지원을 기조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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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애경타워 앞에서 애경 불매운동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 2022.4.11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피해자, 유족들은 이날 마포구 애경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비자를 우습게 보는 살인기업을 방치하면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일어날 것’”이라며 “소비자 불매운동을 통해 반사회적인 애경을 심판하자”고 말했다.

이에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은 “지난 25년간 소비자들이 피해를 신고했지만 애경은 철저히 무시하고 11년간 피해조사 조차 전혀 하지 않았다”며 “애경이 소비자를 우습게 보는 애경을 그대로 둔다면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고 소비자 불매운동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피해자들은 “대표적인 애경 제품인 주방세제 ‘트리오’와 세탁세제 스파크를 쓰지 말자. 애경이 운영하는 제주항공을 타지 말고 애경백화점과 AK플라자를 가지 말자”고 말했다.

애경산업의 잘못은 시간 순서대로 따지면 10가지가 있는데, 먼저 ‘파란하늘 맑은가습기’라는 제품을 만들어 3년간 8만여 개나 판매를 비롯해 CMIT‧MIT라는 농약 성분의 가습기살균제가 들어 있는 등 제품안전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가습기메이트’라는 가습기살균제를 10년간 164만개를 판매했지만 이 제품도 농약 성분으로 완제품을 만들었고 돈벌이에만 급급한 형태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소비자에게 무책임하고 사회적으로 부도덕하고 법적으로 불법과 탈법을 일삼는 반사회적 기업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이외 ▲‘안전성’에 관한 거짓 광고 ▲소비자 신고 무시 ▲자사 제품사용 소비자 피해조사 전무 ▲2016년 국회 국정조사 당시 관련 자료 인멸‧은닉 ▲양모 전 국회의원에게 6000마원 상당의 뇌물 청탁 ▲2022년 4월 피해지원 조정안 거부 등을 꼬집었다.

이날 조정위는 최종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고 부동의 한 옥시레킷벤키저(옥시)와 애경산업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

조정위는 “피해자와 기업 모두에게 수용성 있는 조정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당초 주도적으로 조정을 요청했던 일부 기업에서 이번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는 입장을 표명한 점은 아쉽고 유감”이라고 밝혔다

헌법재판관을 역임한 조정위 김이수 위원장과 조정위 위원들은 11일 광화문 변호사회관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 경과보고회’ 기자간담회를 열어 “곧바로 조정의 불성립을 판단하기보다 마지막으로 조정의 성립을 위한 노력을 다해보기로 했다”며 “부동의 기업들에게 의사결정을 재고해 줄 것을 공식 촉구했고 조정위와의 추가 협의를 요청했다”고 했다.

조정위는 이달 말 종료되는 활동 기간 내 옥시 영국 본사와 직접 접촉해 의사를 타진할 계획이다. 피해자 단체와 기업들은 오는 13일 조정위 활동 연장 여부를 논의한다.

김 위원장은 “여기서 또 실패한다면 (피해자들은) 또 10년 뒤가 될 것이라 생각을 할 수 있다”며 “지금 비상상황이란 인식을 하고 있고 조정안에 동의하지 않은 옥시와 애경을 설득하기 위해 4월 말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옥시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피해자 13명은 이날 서울남부지검에 옥시레킷벤키저를 고발했다.

조정위에 참여한 가습기살균제 판매 기업 9곳 중 옥시레킷벤키저(옥시)와 애경산업이 최종안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최종 조정안은 무산될 수 있다는 의심을 거두기 어려운 상황이다.

옥시와 애경은 조정금액과 분담 비율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최종 조정안에 동의하지 않았다. 조정위 측은 “구체적 금액이나 기준은 추가 협의과정에서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지 봐야할 부분”이라고 무산과정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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