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대표로 있는 국민혁명당과 사랑제일교회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구본철 후보 선거 유세와 결합해 ‘2022 3.1절 광화문 1천만 국민기도회’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3.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대표로 있는 국민혁명당과 사랑제일교회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구본철 후보 선거 유세와 결합해 ‘2022 3.1절 광화문 1천만 국민기도회’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3.1

20대 대통령선거 한 달 흘렀다

윤 당선인 축하 예배 참석하며

극우 보수 개신교와 ‘유대감’

“편향적 행보 화합과 어긋나”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치열했던 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도 벌써 한 달이다. 보수 기독교 일각에서는 연일 윤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실세를 자처하며 그 영향력을 피력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윤 후보는 대통령 당선 이후 한국교회 보수층 목회자들이 주최한 감사 예배에 참석해 인사를 전하는 등 ‘끈끈한 유대감’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 내가 만들었어!”

지난 3월 15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주일예배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의 말이다. 그는 대선 이후 연일 설교 등을 통해 윤 당선인의 승리에는 자신의 공이 컸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 목사는 자신이 담임하는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을 비롯해 광화문 집회 세력까지 포함하는 결집력으로 윤 당선인을 지지해왔다. 이러한 행보에는 ‘조직력’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부각, 새 정부에 영향력을 끼치려는 의도가 보인다. 실제로 그는 지난 2월 16일 설교에서 “3월 9일 대통령이 누가 뽑히든 간에 한국교회의 지도를 받을 사람을 세워야 한다”며 “정치인들은 신앙과 관계없이 힘을 가진 자에게 굴복한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이러한 말을 해도 되는 위치임을 강조하면서 자신이 보수 개신교 정치 운동 전면에 나서기까지 사연을 설명했는데 그가 이날 설교에서 밝힌 부분은 이렇다.

“하루는 제가 존경하는 김홍도 목사님이 저보고 오라고 해요. 갔더니 거기에 이명박 형님인 이상덕 장로님이 앉아있어요. 앞뒤 말도 없이 ‘전광훈, 이명박 대통령 만들어! 책임지고 시작해’ 그래서 조용기 목사님과 김홍도 목사님의 지시로 그때부터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를 시작했습니다. ”

전 목사가 언급한 고 조용기(여의도순복음교회), 김홍도(금란교회) 목사는 국내 대형교회의 상징적 인물들로 과거 한기총의 주축 세력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이들은 1992년 ‘장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인물로 대선 때마다 특정 후보를 지지했던 ‘종교계의 킹메이커’들이었다. 이들은 주요 선거가 있을 때마다 정치 지도자들의 예방을 받는가 하면 최소한 개별 환담 정도는 도출해내는 등 종교문화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한 축으로서 대접받았던 인물이다.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으로 그 영향력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당선 후 자신이 장로로 있는 서울 강남 소망교회의 주일예배와 한기총이 주최한 대통령 당선 감사예배에 각각 참석하며 특정 교단 및 교회를 향해 대선 승리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는 행보를 보였다.

◆당선 감사 순례, 어김없이 재현

이와 같은 ‘당선 감사 순례(巡禮)’는 오늘날도 재현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를 중심으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 감사예배’가 비공개로 진행됐다.

김 목사는 한국 보수 정치세력으로부터 이른바 기독교 대통령으로 추앙받는 인물로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 대미 메신저 역할을 했고, 2000년대 들어서도 부시, 트럼프 등 미국 보수 정치세력과 끈끈한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최고의 대미통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김 목사는 줄곧 윤 당선인을 지지해왔다. 지난해 9월 조용기 목사 장례식장에 방문한 윤 당선인에게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 등과 함께 ‘하나님을 믿으라’며 즉석 안수기도를 해 화제가 됐다. 또 ‘무속 논란’에 휩싸였던 윤 당선인의 부인 김건희씨는 지난 2월 극동방송국을 두차례 방문해 김 목사에게 조언과 기도를 받았다고 전해졌다.

윤 당선인 당선 축하 예배에는 이러한 인연을 가진 거물급 교계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김 목사를 시작으로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 등 대형교회 목사들을 비롯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장 배광식 목사, 예장백석 총회장 장종현 목사, 기독교대한감리회 이철 감독회장 등 교단을 대표하는 지도자들이 참석했으며, 보수 정계에서도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 이채익 의원(국민의힘 기독인회장), 서정숙 의원, 이혜훈 전 의원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배에서는 윤 당선인을 향한 찬양이 쏟아졌다. 개신교 시민단체 평화나무에 따르면 이날 축사로 나선 예장백석 총회장 장종현 목사는 “성경 시편 99편 4절에 있는 말씀을 보면 능력 있는 왕은 정의를 사랑하고 공의를 견고하게 세운다고 말했다”며 “대통령 당선인께서도 공정하고 상식이 통하는 정의로운 사회를 실현함으로써 국민과 함께 통합과 번영의 나라를 만드는 능력 있는 대통령이 될 것을 확실히 믿는다”고 말했다.

김장환 목사를 사무엘에, 윤석열 당선인을 다윗에 비유하며 ‘다윗이 사무엘에게 순종했듯 윤석열 당선인도 순종하게 해달라’는 취지의 기도도 나왔다. 감사기도를 맡은 포항중앙교회 서임중 원로목사는 감사기도에서 “사무엘처럼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과 세계 복음화의 사역을 감당하는 김 목사님이 윤 당선인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했는데, 다윗 왕이 사무엘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경청했던 그 마음가짐으로 경청한 줄로 믿는다. 순종하며 ‘아멘’하게 해 달라”고 말했다.

◆尹 “하나님 맡기신 뜻 힘껏 일하겠다”

윤 당선인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어려울 때마다 힘들 때마다 하나님 말씀으로 격려해 주시고 오늘 이 자리에 이끌어 주신 목사님들과 성도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여러분께 성경 말씀과 똑같은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 헌법을 올바르게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그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돼서 책임감을 느끼지만 이 역시 하나님께서 맡기신 임무라고 보고 그 뜻을 따라 힘껏 일하겠다”며 예배에 참석한 목사들에게도 기도를 부탁했다. 김장환 목사는 윤 당선인에게 매일 아침 무릎 꿇고 하나님께 기도하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개신교를 대표로 하는 종교의 권력화 현상은 사실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헌법상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고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우리 사회에서 최고 권력자가 특정 종교와 특수 관계에 있는 듯한 모습이 부각 되는 것은 사회통합과 국민화합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광서 서강대 교수는 2007년 발간된 철학과 현실 종교와 권력 특집호에서 “우리나라에서 종교자유라는 기본권과 정교분리라는 헌법정신이 엄격하게 지켜진다고 믿기 어려운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개신교 권력화의 배경으로 대통령의 종교적 편향을 먼저 꼽았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종교권력으로 인한 구조적인 인권침해와 종교적 차별 및 소외가 사회통합의 걸림돌”이라면서 정치와 종교 양축의 건강한 견제와 상호보완적 역할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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