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오는 4일부터 2주간 일부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적용되는 가운데 주말인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가 북적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2.4.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주말인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가 북적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2.4.2

“관광객 단골만 기다리는 중”

41일 만에 가장 적은 확진자

시민들 “일상회복한 것 같아”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외국인 관광객이 오기 전에는 거리두기를 폐지하거나 마스크 착용을 해제해도 매출에는 크게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사실상 마지막 거리두기인 ‘10인·자정’ 시행 첫날인 4일 서울 남대문 시장 대로변에 위치한 건강식품 가게를 홀로 지키고 선 이상인(가명, 50)씨는 완화된 방역 조치에 체감되는 부분이 있냐는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같이 답했다.

오미크론 대유행이 정점을 지나 감소세로 접어들면서 이날 신규 확진자는 12만 7190명으로 집계됐다. 전날(23만 4301명)보다 10만 7111명 급감하면서 지난 2월 22일(9만 9562명) 이후 41일 만에 가장 적은 수치를 나타냈다.

정부는 앞으로 거리두기 조정이 시행되는 2주 동안 의료체계가 안정적인 수준을 보이면 실내 마스크 착용을 제외한 모든 방역 규제를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대문 시장과 명동의 거리에는 일상회복의 기대감을 보이며 많은 사람들이 활보했으나,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자영업자들의 근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날 오후 남대문 시장에는 장을 보거나 쇼핑하러 온 이들로 북적였다. 호떡을 판매하는 한 노점상 앞에는 거리두기는 실종된 채 겹겹이 약 20㎝ 간격으로 다닥다닥 붙어 줄을 선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호떡을 구매하기 위해 한참 대기하던 김용인(가명, 20대)씨는 주위에 많은 사람을 둘러보며 “진짜 일상을 회복한 것 같다”며 “시장에 활기가 도는 것 같다”고 웃음을 보였다. 또 관광객 안내소 관계자도 “오미크론 유행이 정점을 지나 감소세로 전환되고 방역 조치도 완화되다 보니 사람이 많이 나오기 시작해 길을 물어보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하루 앞둔 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거리에서 시민들이 거리공연을 즐기고 있다. ⓒ천지일보 2022.4.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서대문구 신촌 거리에서 시민들이 거리공연을 즐기고 있다. ⓒ천지일보 2022.4.3

하지만 주로 외국인을 상대로 한 상인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자신의 아버지 때부터 장사를 40~50년간 이어 오고 있다는 이상인씨는 “여기 대부분의 상인도 똑같이 얘기하겠지만 일상회복의 체감되는 부분은 1도 없다”며 “코로나 터지기 전 매출의 80~90%가 외국인 관광객인데 내국인들이 조금 더 늘어났다고 해서 매출에는 크게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더군다나 건강보조식품의 경우 인터넷으로 구매하면 최저가로 구매할 수 있는데 여기까지 찾아와 구매하는 사람이 있겠느냐”면서 “구매 연령층도 대부분 고령이라 밖에도 잘 나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지난 1일부터 모든 예방접종완료 입국자들의 자가격리가 면제되면서 외국인들이 여행을 많이 오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뉴스에서 ‘한국에 확진자 수가 세계 1위다’라고 많이 때리다 보니 외국인들이 겁이 많아서 그런지 지금까지는 안 온다”고 말했다.

이씨 점포의 옆집은 셔터가 굳게 닫혀 있었고 ‘임대’라는 표지가 붙어있었다. 그는 “오랫동안 장사해서 모은 돈으로 현재 가게를 유지하고 있다”며 “2년 동안 매달 적자를 보면서 다른 일을 할까도 고민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택배 일을 하려 해도 나이가 많고 다른 사업을 할까도 생각해봤지만 망할 것 같아 두려워서 시도도 못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중국·일본의 관광객 단골만 기다리는 중이다. 빨라도 올해 여름이 돼야 그나마 외국인들이 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XE 변이가 등장했다고 하던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확실히 잘 모르겠다”고 불안감을 보이기도 했다.

주로 외국인 상권으로 이뤄진 명동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주말에는 사람이 다소 많았지만, 이날은 시민들의 발길이 드문드문했다.

건어물을 판매하는 노점상인 김기철(가명, 60대)씨는 “거리두기를 완화해도 매출의 영향은 크게 없다. 여기 코로나 이전의 길게 늘어진 노점상만 200여개가 있었지만 지금 보면 저를 포함해 4~5개뿐이지 않냐”며 “오늘 나온 상인들은 돈벌이가 돼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할 일이 없어서 마지못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집을 운영하는 김여주(가명, 42)씨는 방역을 완화해도 오히려 지난해보다 매출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올해 퍼진 오미크론보다 전파력이 강력하지 않아서 사람들 사이에서 방역에 대해 좀 더 자유로워 매출이 더 좋았다”며 “주위에 회사 사람들도 확진자 한 사람만 나와도 격리를 해야 하고 일에 지장이 있다 보니 회사에서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명동 주위에 증권회사라든지 몇몇 회사 내 사람들을 제외하곤 평일에 일부러 명동까지 찾아오는 내국인이 없다”며 “상권이 살아나려면 방역을 완화하는 것과 무관하게 하늘길이 열려 외국인 관광객이 와야 호황을 누릴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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