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화면 캡처. ⓒ천지일보 2022.4.2
(mbc 화면 캡처) ⓒ천지일보 2022.4.2

상업용 위성사진 분석 결과

3번 갱도 복구 움직임 포착

미국무부 “상황 예의주시 중”

4월 또는 5월초 도발 가능성

4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

미, 北미사일 관련 추가 제재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이 최근 잇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이어 폐쇄했던 풍계리 핵실험장을 복구하는 정황도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다.

미국 정부도 북한이 핵실험 준비에 돌입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는데, 실제 북한이 핵실험에 나선다면 언제 어떤 실험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에 한미 당국도 대비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北, 핵실험장 복구 정황 포착

북한이 ‘김일성 생일 110주년(4월 15일‧태양절)’을 약 보름 앞두고 추가 도발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에서도 복구에 속도를 내는 정황이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지난 달 초 촬영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상업용 위성사진을 보면 핵실험장 내 4개 갱도 중 과거에 사용된 적이 없는 3번 갱도의 남쪽 입구 주변에 통나무와 흙더미가 쌓여있는 모습이 발견됐다.

이후 4일과 16일, 23일에는 반파됐던 건물이 수리됐고 새 건물을 짓는 모습이 확인됐다. 아울러 핵실험장 남쪽에 눈이 제거된 정황이 드러나 이들이 시설을 계속해서 운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풍계리 핵실험장 내에는 모두 4개의 지하갱도가 있다. 이 가운데 1번 갱도는 2006년 1차 핵실험에 사용된 뒤 폐쇄됐고, 2~4번 갱도는 북미남북 관계 간 훈풍이 불었던 2018년 5월 24일 폭파됐다.

2번 갱도에서 2~6차 핵실험이 이뤄졌고, 3~4번 갱도는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다. 이에 북한이 당시 3~4번 갱도 입구 쪽만 무너뜨렸을 경우 복구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북한이 ‘3번 갱도’를 복구하는 것으로 미뤄 이 갱도를 핵실험 장소로 선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풍계리는 2006년 10월 9일부터 2017년 9월 3일까지 해서 총 6번의 핵실험이 진행된 지역이다. 이번에 북한이 핵실험을 재개한다면 7차 핵실험이 된다. 풍계리는 해발 2205m 만탑산을 비롯해 기운봉, 학무산, 연두봉 등 해발 1000m 이상 산들로 둘러싸여 있고, 암반 대부분이 화강암으로 구성돼 핵실험 후 발생하는 각종 방사성 물질 유출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일 찍힌 풍계리 일대의 위성사진을 보면 서쪽 갱도 인근에 새로운 대피소가 설치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2018.5.23(출처: 연합뉴스)
지난 21일 찍힌 풍계리 일대의 위성사진을 보면 서쪽 갱도 인근에 새로운 대피소가 설치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2018.5.23(출처: 연합뉴스)

◆CNN, 美당국자 인용 “북한, 핵실험 준비 중”

미국 정부도 북한이 핵실험 준비를 시작했다고 여기고 있는 것으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파악됐다. CNN 방송은 이날 미 당국자 5명을 인용해 “북한이 최근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갱도를 파내고 건물을 짓는 활동을 재개했다”면서 “이는 핵실험 준비를 위한 중요한 작업”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지난 2018년 폐쇄된 지하 터널 굴착 작업이 현재 진행 중”이라면서 “이 터널 굴착 작업이 지하 핵실험 재개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언제쯤 실제 실험을 할 수 있을지는 건설·굴착 속도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미 국무부도 핵실험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당국의 입장은 ‘북한이 핵실험장 복구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우리 정부의 관측과도 일치한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같은달 28일(한국시간) 풍계리 핵실험장의 폭파된 입구를 복구하는 대신 새 통로를 굴착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언급했고, 국방부도 이튿날인 29일 비공개로 열린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내 ‘3번 갱도’ 복구 추정 활동에 대해 보고한 바 있다.

우리 정부에 이어 미국 측도 우려하고 나선 셈인데, 북한이 실제 강행한다면 7차가 될 핵실험은 소형 전술핵폭탄 개발을 위한 폭발시험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전술핵무기 개발과 다탄두 완성을 위해서는 소형화된 핵탄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술핵은 도시 전체를 파괴할 정도로 위력이 큰 전략핵과 달리 주로 국지전에서 활용되는 저위력 소형 핵무기를 말한다.

북한의 핵실험 시기도 관전 포인트다. 물론 갱도 복구 여부에 달려 있다고는 하지만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으로 미러 관계가 최악인 만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에 동참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전쟁 종료 전에 서둘러 핵실험을 진행하려 들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 4월에는 북한의 중요 정치행사인 김일성 생일 100주년 등 기념일이 잇달아 있고, 우리 측의 차기 정부 출범과 맞물려 이를 의식해 도발할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물론 핵실험에 앞서 다시 신형 ICBM 발사나 정찰위성 발사를 시도해 긴장을 단계적으로 끌어 올릴 가능성도 크다.

[워싱턴(미국)=AP/뉴시스]지난 8월 16일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국무부에서 브리핑을 가지고 있다. (출처: 뉴시스)
[워싱턴(미국)=AP/뉴시스]지난 8월 16일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국무부에서 브리핑을 가지고 있다. (출처: 뉴시스)

◆한미 군당국, 대비태세 만전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의 핵실험 재개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태세에 만전을 기하는 양상이다. 전략폭격기 비행이나 항공모함 배치 등과 같은 대응책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간 대응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미 워싱턴DC에서는 한미 북핵수석대표가 오는 4일 만나 북한 도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이에 따라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노 본부장은 성 김 대북특별대표를 만나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갖고 여타 행정부 인사들과도 면담할 계획이다. 한미 간 만남에선 양측이 북한의 ICBM 발사 등 엄중한 한반도 정세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는 한편, 향후 대응 방향과 관련해 긴밀히 논의할 것으로 외교부는 기대하고 있다. 시기상으로도 그 논의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미 국무부도 1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류샤오밍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도 만나 북한 문제들을 논의한다”고 밝혔는데, 특히 미국과 중국이 경제, 안보 등 각종 현안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는 와중에도 관련 자리가 마련돼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미중 간 만남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텐데, 얼마나 생산적인 결과물을 내놓을지는 불투명하다. 유엔 안보리 제재 등을 위해서는 중국, 러시아의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이지만 그간 행태로 볼 때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미국 정부는 북한을 겨냥해 추가 제재 카드도 꺼내 들었다. 같은날 미 재무부는 해외자산통제실(OFAC)을 통해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해 북한의 대량파괴무기(WMD)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지원한 5개 단체를 제재하기로 했다. 이는 북한의 최근 ICBM 시험 발사를 고려한 조치다.

이날 제재는 북한의 ICBM 발사 직후인 지난달 24일 제재에 이어 8일만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제재한 것은 이번이 4번째다. 미국 정부의 잇따른 제재는 북한의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과 도발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영종도=연합뉴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노 본부장은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4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와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하고 여타 행정부 인사들을 면담할 계획이다. 2022.4.2
(영종도=연합뉴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노 본부장은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4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와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하고 여타 행정부 인사들을 면담할 계획이다. 20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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