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월 31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코트 강당에서 기름값 상승 대응 방안을 발표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월 31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코트 강당에서 기름값 상승 대응 방안을 발표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촉발한 전쟁으로 기름값이 오르고 있다"라면서 "단기적인 유가 안정을 위해 향후 6개월간 하루 100만 배럴의 비축유를 추가로 방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향후 6개월간 매일 100만 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하라고 지시했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한 러시아에 대해 엄격한 제재를 가한 후 치솟은 유가를 통제하기 위한 조치다.

이번 조치로 6개월간 비축유 최대 1억 8천만 배럴이 방출되며,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3월 31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조치로 휘발유 가격이 얼마나 떨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갤런당 10~35센트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1년 전 2.87달러였던 휘발유 가격은 이제 갤런당 평균 4.23달러에 달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름 값을 낮추려면 당장 석유 공급을 늘려야 한다”며 “지금 세계는 중요하고 위험한 순간이며, 미국 가정에 있어서는 고통스러운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석유 공급을 늘리는 것은 애국적인 의무라며 석유 회사들이 생산량을 늘리는 게 아니라 이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은 기록적인 이익을 보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라며 “당신 나라의 이익을 위해 나설 때”라고 촉구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석유 시추용 공공부지를 임대했지만 원유를 생산을 하지 않고 있는 석유 및 가스 회사에 벌금을 부과하는 방원을 의회에 요청할 예정이다. 전기자동차 배터리용 중요 광물 채굴을 장려하기 위해 국방물자조달법(DPA)도 발동할 방침이다.

러시아 제재 방안의 일환으로 러시아산 석유 금수 조치가 내려져 유가가 치솟았지만 석유 생산은 이에 미치지 못하자 나온 방안들이다. 석유 회사들이 자체 생산을 늘릴 때까지 공급을 늘리는 것으로, AP통신에 따르면 행정부 관리들은 올해 국내 생산량이 매일 100만 배럴, 2023년에는 매일 7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날 거래에서 원유 가격이 약 6% 하락한 배럴당 약 101달러로 떨어지면서 시장은 이번 조치에 빠르게 반응했다.

그럼에도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부터 회복하기 시작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석유 가격은 1년 전 약 60달러보다 크게 증가한 상태다. 이런 인플레이션 문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더욱 악화됐다.

이번 조치가 긴급 처방인 만큼 효과도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CFRA리서치의 원유 분석가인 스튜어트 글릭먼은 AP통신에 “석유 방출은 단기적인 가격 하락을 가져오겠지만 이는 두통에 약간의 진통제를 먹는 것과 같다”며 “두통의 근본 원인은 약효가 떨어진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에너지 정보국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매일 평균 약 2100만 배럴의 석유를 소비하고 있으며 이 중 약 40%는 휘발유다. 미국 석유 소비량의 총량은 세계의 약 5분의 1을 차지한다. 미국의 하루 평균 석유 생산량은 1170만 배럴로 2020년 초 1300만 배럴보다 줄었다.

공화당에서는 정부가 키스톤 XL 송유관 사업과 같은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데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이같이 석유 생산량이 줄었다고 비판했다. 스티브 데인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번 조치에 대해 “총상을 입은 사람한테 반창고를 붙인 꼴”이라고 지적했다.

미 행정부는 석유 생산량을 늘리는 것은 점진적인 과정이며 석유 방출은 생산을 늘릴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약속한 총 1억 8천만 배럴보다 더 많은 석유를 세계 시장에서 얻을 수 있도록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추가 원유 방출을 위한 협의를 해왔다. 이에 오는 11월에는 다른 나라들과 협력해 비축유 5천만 배럴을 추가 방출할 예정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과 다른 30개국은 매장량으로부터 6천만 배럴을 추가로 방출하기로 합의했는데 이 중 절반은 미국에서 나온다.

이를 관리하는 에너지부에 따르면 지난 3월 25일 기준 비축된 석유는 5억 6800만 배럴 이상이다. 방출 후 정부는 유가가 충분히 떨어지면 비축량을 보충하기 시작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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