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 운영진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N번방 사건 가해자 전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 등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3.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 운영진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N번방 사건 가해자 전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 등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DB

긴급 상담·고소장 작성·심리치료 등 지원

“가장 필요로 했던 피해 영상물 삭제지원”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 A는(20세) 채팅앱을 통해 만난 가해자가 자신의 사진을 보며 ‘너무 예쁘다’며 대화를 시도하고 기프티콘을 선물해주고 싶다며 단톡방으로 이동해 대화를 나눴다. 몇개월 간 A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환심을 산 가해자는 이후 A의 얼굴이 보고 싶다며 얼굴 사진부터 이후 속옷만 입은 사진 등 점차 수위를 높여가며 성적인 사진과 영상을 요구하자 A는 더 이상 사진을 보내줄 수 없다며 거부했다. 가해자는 그동안 찍은 사진과 영상을 친구들과 SNS에 유포하겠다고 A씨를 협박했다. 결국 A씨는 죽을 각오로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고소장은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변호사는 어떻게 선임해야 하는지, 삭제는 어떻게 요청해야 하는지 혼자 검색하며 일일이 찾아다녀야 했다. 

서울시는 제2, 제3의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막기 위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통합 지원하는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를 29일 개관한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이 이곳 저곳을 헤매지 않고 긴급 상담부터 고소장 작성, 경찰 진술동행, 법률‧소송지원, 삭제지원, 심리치료에 이르기까지 한 번에 지원받을 수 있다.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 주요 기능. (제공: 서울시) ⓒ천지일보 2022.3.29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 주요 기능. (제공: 서울시) ⓒ천지일보 2022.3.29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 상담실. (제공: 서울시) ⓒ천지일보 2022.3.29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 상담실. (제공: 서울시) ⓒ천지일보 2022.3.29

서울시는 민간단체를 통해 ‘찾아가는 지지동반자’ 서비스를 통해 피해자를 지원했으나 피해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영상물 삭제를 위해 센터를 만든 것이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2년이 지났지만 디지털 성범죄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 전국 디지털 성범죄 피해 발생은 9549건으로 이중 서울시가 26%(2532건)를 차지했다.

현재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는 전국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지원하고 있어 신속한 지원을 위해서는 추가 기관 설립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여성가족부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에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이 삭제지원을 요청한 16만건 중 62%에 해당하는 약 10만 건이 서울시 거주자였다고 시는 전했다.

이날 문을 연 센터는 시가 공공기관인 서울여성가족재단에 위탁해 영상물 삭제까지 처음으로 지원한다.

영상물 삭제는 보안성과 공공성, 지원의 연속성‧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센터 개관을 통해 운영하기로 했다. 온라인에 유포된 영상물과 사진 등에 대한 삭제지원은 그동안 피해자들이 가장 필요로 했던 지원이다.

센터에서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개발해 운영 중인 ‘불법촬영물 추적시스템’을 공동 활용해 피해 영상물을 신속하게 삭제한다.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 삭제실. (제공: 서울시) ⓒ천지일보 2022.3.29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 삭제실. (제공: 서울시) ⓒ천지일보 2022.3.29

피해게시물 유포 현황을 찾기 위해서는 삭제지원 전담인력이 온라인상 피해영상물을 직접 검색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으나 ‘불법촬영물 추적 시스템’을 활용하는 경우 삭제지원이 훨씬 신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시는 기대했다. 또한 시스템 구축비용에 대한 예산절감(약 2억원)의 효과도 가져오게 된다.

시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인공지능(AI) 딥러닝을 활용해 피해 영상물을 삭제하는 기술도 개발할 계획이다. AI가 피해 영상물을 학습함으로써 불법 성인사이트 뿐만 아니라 SNS 등 인터넷 전체에 유포된 영상물을 빠르게 식별하고 효율적으로 삭제지원하는 기술이다. 해당 기술이 개발되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시스템과 병행해 날로 지능화하는 디지털 성범죄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목표다.

서울시는 24시간 신고‧긴급 상담이 가능하도록 직통번호인 ‘815-0382(영상빨리)를 개설했다. 직통번호는 주간에 운영되고 야간‧휴일은 여성긴급전화 1366과 연계된다.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카카오톡(지지동반자0382)‘을 통한 긴급 상담 창구를 운영한다. 센터 홈페이지에서도 긴급 신고상담 창구를 개설한다.

센터 개관 후에는 ’디지털 성범죄 전담 법률지원단 및 심리치료‘ 100인을 발족해 피해 법률‧소송지원(1건 165만원)과 심리치료(1회 10만원, 10회)를 무료로 지원할 예정이다.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과 아동‧청소년 온라인 그루밍(길들이기) 예방 프로그램도 센터에서 운영한다. 재발 방지를 위한 아동‧청소년 가해자 상담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센터는 동작구 서울여성가족재단에 자리를 잡았다. 상담팀, 삭제팀, 예방팀 등 3개 팀으로 구성됐고 총 13명의 전문 인력이 상주한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이 29일 서울 동작구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 열린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 개관식에서 시설 라운딩을 같이하며 상담실을 둘러보고 있다. (제공: 서울시) ⓒ천지일보 2022.3.29
오세훈 서울시장과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이 29일 서울 동작구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 열린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 개관식에서 원스톱 지원시스템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제공: 서울시) ⓒ천지일보 2022.3.29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최관호 서울경찰청장, 시민, 디지털성범죄 관련 전문가, 유관기관 단체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센터 현판식을 갖고 시설을 둘러봤다.

아울러 시민, 피해자 대리인, 전문가 등이 함께하는 간담회도 가졌다. 간담회에서는 서울시 디지털성범죄 시민감시단 801명을 대표해 시민 2명이 참석해 시민들의 눈으로 바라본 디지털성범죄 피해 실태에 대해 오 시장과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오 시장은 “우리 사회에 n번방 사건이 알려진 지 2년이 흘렀지만 디지털 성범죄 피해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며 “어릴 때부터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아동‧청소년들이 범죄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있고 피해를 입고 난 후에도 적절한 대응 방안을 몰라 더욱 고통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시는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를 통해 예방에서부터 삭제지원, 심리치료 등 사후지원까지 피해자에 대한 통합적인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왼쪽 세 번째)이 29일 서울 동작구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서 열린 서울시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 개관식에 참석해 지원센터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제공: 서울시) ⓒ천지일보 2022.3.29
오세훈 서울시장(왼쪽 세 번째)이 29일 서울 동작구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서 열린 서울시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 개관식에 참석해 지원센터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제공: 서울시) ⓒ천지일보 202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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