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특허청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0.2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특허청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0.2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디지털 전환(DX)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교육 기관에 ‘1인 1스마트기기’를 지원하는 정책을 폈다. 천지일보는 해당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을 취재하고 교육청의 편파 행정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심층 보도를 기획했다. 제18보에서는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한 사업에 참여하는 ‘이면적’ 중견기업·대기업과 이를 제재하지 않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조달청을 조명한다.

데스크톱 조달 시장, 대기업 독점 과열

중소기업만 참여 가능하게끔 제한했지만

이면적 중견기업·대기업 3사가 50% 점유

업계 “尹 정부, 진짜 중소기업 지원해줘야”

[천지일보=손지아 기자] 올해도 중소기업만 참여할 수 있는 데스크톱 공공조달 사업에서 TG삼보(삼보컴퓨터), 에이텍, 대우루컴즈 등 3사가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3사는 수년간 해당 사업에서 압도적인 수주율을 보여준 바 있다. 

1월부터 이달 23일까지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중기 간 사업) 데스크톱 시장에서 수주한 내역을 조사한 결과 3사는 계약 총액의 52%를 차지했다. 이에 여전히 중견기업·대기업의 중기 간 사업 독점 구조가 심각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데스크톱.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데스크톱.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면적으로 보면 3사는 중견기업·대기업

세 사업자는 이면적으로 보면 중견기업 이상에 해당한다. 먼저 TG부터 보면 TG는 총 4개의 계열사로 나뉘어 있다. 지난해 말 사업보고서에 명시된 계열사 정보에 따르면 TG나래(유한책임회사)가 지주회사이며 삼보컴퓨터(TG삼보), TGS는 자회사다. 티지엔컴퍼니는 대주주와 기타특수관계자(이해관계)로 돼 있다. 한때 대한민국에서 위세를 떨친 삼보컴퓨터가 TG삼보와 TGS의 전신인 셈이다.

이 중 TG삼보와 TGS는 대표까지 같은 계열사다. 매출은 각각 991억·432억원으로 둘을 합치면 약 1400억원에 이른다. 연 매출 1000억원부터 중견기업으로 분류되지만 이들은 둘로 나뉘어 중소기업이 됐다.

에이텍과 대우도 마찬가지다. 에이텍 외 에이텍시스템 등(대표 한가진, 매출 각 981억·232억원), 대우루컴즈(대표 김대훈·윤춘기, 매출 910억원) 외 대우일렉트로닉스 등으로 나뉜다. 둘 다 아슬하게 1000억원을 넘기지 않고 중소기업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들 기업은 상장사인 데다가 계열사까지 모두 합치면 매출이 수천억원에 달한다.

법인이 여러 개고 그중 중소기업이 있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이를 통해 중소기업의 특수를 누리는 게 문제다. 불법은 아니지만 편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셋은 중기 간 사업인 데스크톱 조달 사업에 참여해 지난 몇 년간 사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 왔다. 예를 들어 총 7000억원의 사업이면 이들 세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소 3000억원이다. 나머지 사업을 두고 남은 중소기업들이 경쟁하게 되는데 사업자 수가 많으니 출혈 경쟁이 발생한다.

TG삼보, 에이텍, 대우를 중심으로 집계한 데스크톱 조달 시장 상반기 계약 현황. ⓒ천지일보 2022.3.25
TG삼보, 에이텍, 대우를 중심으로 집계한 데스크톱 조달 시장 상반기 계약 현황. ⓒ천지일보 2022.3.25

◆3사가 만든 카르텔 ‘인증마크’ ‘실적 가산점’

3사의 독점 방식은 각종 인증마크를 받고 이 마크가 없으면 입찰에 참여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다른 기업들은 뒤늦게 인증마크를 받으려고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쓴다.

물론 몇몇 인증마크는 필요하다. 녹색 인증, 친환경 인증 등이 그 예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마크들(성능인증제품, G-PASS기업, 단체표준인증 등)은 세 사업자가 먼저 달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입찰 문턱이 높아지게 됐다. 이에 다른 사업자들도 따라서 달기 시작했고 지금의 모습이 됐다.

‘인증마크 알박기’가 가능한 이유는 마크를 받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돈도 꽤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기간은 6개월부터 1년까지, 비용은 6000만원에서 3억원까지도 든다. 마크 발급은 인증업체들이 진행해 주는데 기업에 따라 빠르기도 하고 느리기도 하며 비용도 상이하다. 절차도 많이 복잡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소기업은 하지 못한다.

업계 관계자는 “너무 오랫동안 이 시장에서 3사의 독점이 이뤄졌기 때문에 진정한 중소기업은 성장하지 못했다”며 “국가에서 판로를 지원해주려고 중소기업들끼리 경쟁할 수 있게 만든 제도인데 대기업이 들어와 알박기까지 하는 건 너무나 잘못됐다”고 호소했다.

인증마크뿐만 아니라 입찰 과정에서 동일 점수를 받으면 수주 실적이 있는 사업자가 낙찰된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이 관계자는 “노력 끝에 동일 점수를 받더라도 그동안 3사가 수주한 내역이 있으니 반드시 패배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 같은 독점 구조를 허용해준 조달청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김정우 조달청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1년도 예산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제공: 국회) ⓒ천지일보 2020.11.3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김정우 조달청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1년도 예산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제공: 국회) ⓒ천지일보 2020.11.3

◆“조달청·중기부 ‘진짜 中企’ 보호 법 미비”

이에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와 조달청에는 진정한 의미의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법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의 계열사가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에 여과 없이 참여할 수 있고 카르텔을 만들어 신규 진입을 어렵게 할 수 있는 규정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식이면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도 중소기업 법인을 만들어 중기 간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셈인데 (TG·대우·에이텍 등이) 중소기업이 받아야 할 혜택을 받는 게 말이 되냐”며 “계열사까지 다 조사해 중소기업의 혜택을 대기업이 받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조달청과 중기부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조달청 측은 “중견기업인지, 중소기업인지 분류하는 건 중기부에서 하는 일”이라고 했으며 중기부 측은 “입찰이나 조달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조달청이 감시해야 할 일”이라고 일축했다.

중기부와 조달청에 가서 중기 간 제품으로 데스크톱을 조달할 수 있게끔 협상을 진행하는 정부조달컴퓨터협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조달컴퓨터협회는 데스크톱 시장에서 낙찰되면 3사로부터 매출액의 0.08%를 받는다”며 “누가 낙찰되든 협회에 속해있으면 돈을 내는 건데 이 돈 때문에 협회는 3사에 대해 쓴소리를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업계는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이 같은 폐단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진짜 중소기업을 살려야지 대기업만 살리면 어떡하냐”며 “윤석열 정부가 대한민국의 중소기업을 살리고자 한다면 규정을 악용하고 있는 몰상식한 중견기업·대기업의 횡포를 막아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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