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관 스마트기기 보급 사업. ⓒ천지일보DB
교육기관 스마트기기 보급 사업. ⓒ천지일보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디지털 전환(DX)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교육 기관에 ‘1인 1스마트기기’를 지원하는 정책을 폈다. 천지일보는 해당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을 취재하고 교육청의 편파 행정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심층 보도를 기획했다. 제16보에서는 설계부터 잘못된 해당 사업의 ‘무지성’ 행정을 지적한다.

‘에듀’는 있으나 ‘테크’는 빠졌다

교육기관에 보급된 스마트기기에 

‘교육용’ 아닌 관리 프로그램 설치

“실제 교육 현장에서 도움 안 돼”

[천지일보=손지아 기자] 각급 학교에 보급되고 있는 스마트기기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15일 관련 업계 전문 종사자에 따르면 교육청이 최종 수요기관(교육기관: 학교)을 위해 사들이는 스마트기기에 알맞은 ‘교육용’ 프로그램이 설치되지 않아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

결국 설치되는 것은 교육용 프로그램이 아닌 ‘관리용’ 프로그램인데 이는 PC방에서 주인이 손님들의 컴퓨터를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때 쓰이는 프로그램이다. 학교 선생님이 학생의 스마트기기 사용을 통제할 수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교육용’이 아니기 때문에 가르치는 데에는 그다지 효용성이 없다.

교육용과 관리용 프로그램의 차이는 명확하다. 학습용 솔루션인 교육용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문제를 내주거나 수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반면 관리용 프로그램은 교육용과는 아예 제작 목적이 다른 솔루션이며 장소의 제한을 크게 받는다. 한정된 네트워크(동일 네트워크) 안에서만 구동이 가능하다.

관련 전문가는 “일부 학생들이 코로나19 때문에 격리가 되면 수업을 집 또는 병원에서 들어야 한다”며 “이 같은 상황에 부닥친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추진하는 정책인 만큼 장소 제약 없이 태블릿PC 등을 사용해 선생님의 수업에 접속할 수 있어야 하는데 관리용 프로그램으로는 그게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애초에 교육용이 아니기 때문에 선생과 학생 간 원활한 교육을 위한 기기 연동에도 미흡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교육청은 낙찰자(계약자)에 미러링(교사가 학생에게 화면을 띄워주는 것)이 가능한 프로그램(소프트웨어)을 설치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다만 단가 문제 때문에 전체 설치는 하지 못하고 시험용으로 소수의 단말에만 설치가 됐다. 교육청 관계자는 “원격에서 수업까지 가능한 학습용 솔루션은 단가가 너무 세다. 또 애초에 이 사업에는 학습용 솔루션 자체가 계약에 없다”며 “그런데도 미러링 기능을 넣으려고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고 설명했다.

원격 수업까지 가능한 학습용 솔루션을 판매하는 업체는 우리나라에 4곳이 있으며 이 중 2곳은 조달청 나라장터에도 등록돼 있다. 이처럼 프로그램이 이미 상용화돼 있는데도 현장에서 쓰이지 않는 이유는 교육부의 정책 설계 단계부터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 현장에 맞는 솔루션이 함께 설계에서부터 고려됐어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 모든 교육청에 보급되는 스마트기기에는 관리용 프로그램만 설치된 상태다.

예산 부족의 문제도 있다. 현재 많은 교육청이 사업 수행에 기술성·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대기업과의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특정 대기업만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규격 문턱이 높고 특정 SI 업체의 낙찰률이 매우 높아 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한 가운데서 진행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이 없어 단말기의 단가가 비싸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 및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2.22 (출처: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 및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2.22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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