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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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승패를 예단할 수 없는 숨 막히는 대접전이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10일 새벽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간발의 차이로 따돌리고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차기 대통령 당선인으로 확정됐다. 그는 스스로 이번 대선을 긴 마라톤 레이스에 비유했다. 그만큼 뼈를 깎는 고통이었다는 말이다. 생애 첫 대선에 도전한 그는 경선과 대선을 거쳐 1년여의 마라톤 경주를 한 끝에 1위로 결승선을 끊을 수 있었다고 했다.

8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피날레 유세에서 그는 “국민들이 불러 지난해 더운 여름 마라톤 경기를 시작해 추위와 싸우며 힘겨운 레이스를 펼친 끝에 마침내 스타디움에 들어올 수 있었다”며 “9일 대통령 선거에서 1위로 결승선을 완주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밀어 달라”며 국민들에게 귀중한 한 표를 호소했다. 그의 외침이 큰 효험을 보게 된 듯 1년도 채 안된 정치 신인이 마침내 대통령에 등극하게 된 것이다.

26년간 범죄와 싸우는 검사로 지내고 검찰 최고위직인 검찰총장을 역임한 그는 지난해 6월 무너진 법치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세우겠다며 ‘공정과 상식’을 모토로 내세우며 대선판에 뛰어들었다. 그는 특히 역대 대선후보들과는 달리 스포츠를 레토릭으로 삼아 국민들과 쉽게 소통할 수 있었다. 방법은 퍼포먼스와 스포츠 언어를 구사하는 것이었다. 주먹을 공중으로 날리는 ‘어퍼컷’ 퍼포먼스는 정권교체를 간절히 바라는 국민들에게 통쾌한 기분을 선사해줬다. 자신의 대선 레이스를 마라톤 경주에 비유한 그의 말은 단연 돋보였다. 국민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쉽게 전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스포츠 애호가이다. 충암고 재학시절 학교 야구부 경기 응원을 자주 가며 야구와 친해졌고, 스포츠 관람하는 것을 좋아한다. 지난해 대선후보로서 프로야구장을 직접 찾아가 스탠드에서 경기를 보며 프로야구팬과 담소를 나눈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2월 서울 신촌 유세에는 ‘4전5기’ 신화의 주인공 프로복싱 전 세계챔피언 홍수환씨를 초청, 글로브를 끼고 어퍼컷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스포츠를 통해 국민과의 친밀한 이미지를 만들어낸 그가 새로운 대통령 당선인으로 탄생한 만큼 스포츠 발전과 활성화에 거는 기대는 크다.

그는 대선기간 중 ‘대통령 후보에게 체육인이 바란다’라는 대한체육회 주최의 체육인 대회에 참석해 체육계 현안에 대해 듣는 기회를 가졌다. 체육인들과의 만남에서 그는 “다음 정부 대통령이 된다면 ‘스포츠는 복지’라는 철학에 입각해 체육정책을 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앞으로 2개월여의 인수위 기간 스포츠인들과 만남을 갖고 대선기간 중 들었던 현안을 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과 방안을 강구했으면 한다.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기간 중 열린 베이징 겨울올림픽과 패럴림픽을 보면서 스포츠의 중요성에 대해서 생각했을 법하다. 현대 스포츠는 국가의 국격에 큰 영향을 주며 국민들 건강과 복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선 승리의 기쁨을 채 만끽하기도 전에 스포츠에 대해 발전적 제언을 하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 스포츠가 위기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전문체육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국민들이 선진국 수준의 스포츠적인 삶을 구가하지 못하면 우리나라 국력은 그만큼 낙후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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