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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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번 대선만큼 스포츠가 상징적인 이미지로 사용된 적을 보지 못했다. 대선 후보들이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이슈와 함께 스포츠를 부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등은 스포츠 퍼포먼스를 적극적으로 펼친다.

윤석열 후보는 1일 서울 신촌에서 열린 유세 막판 홍수환 전 한국권투위원회 회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글로브를 끼고 많은 시민 앞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쳤다.

윤 후보는 “이 글로브는 홍 전 회장께서 세 번 쓰러지고 네 번 다운시켜서 KO로 이긴 파나마 카라스키야가 보낸 것”이라며 “1977년 11월쯤 됐는데, 저도 지금 기억이 아주 확연하게 남아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홍 전 회장은 카라스키야와의 맞대결에서 ‘4전 5기’의 신화를 연출하며 세계챔피언에 올랐다.

윤 후보는 전국 유세 현장을 다니면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쳐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15일 공식 선거일 첫날 부산 서면 거리유세에서 첫선을 보인 어퍼컷 세리머니는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을 연상케 해 많은 호응을 얻는다. 그동안 역대 대선에서 후보자들이 윤 후보와 같이 과감한 몸동작을 쓰는 것을 볼 수 없었다. 팔을 흔드는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윤 후보가 마치 운동선수처럼 과감한 동작으로 주먹을 날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장면이다. 이러한 모습은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야성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한다는 게 체육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이재명 후보는 윤 후보의 어퍼컷 세리머니가 좋은 반응을 얻자 이에 대항해 발을 높이 들어차는 태권도 발차기 세리머리를 펼쳤다. 이 후보는 지난달 19일 전북 전주 유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요 쬐깐한 거, 확 한번 차불겠습니다”라며 발차기를 해 박수를 받았다. 민주당은 이 하이킥을 ‘부스터 슛’으로 명명했다.

이 후보는 발차기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후보 유세 때 단상에 오르면서 조깅을 하듯 뛴 모습에서 착안한 듯 연단에 나올 때마다 뛰어서 올라오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이는 활력 있고 자신감에 넘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달 22일 고향인 부산을 찾아 중구 광복로 시티스팟에서 열린 유세 무대에서 ‘4번 타자’가 되겠다는 의미로 “마~고마해라”라고 부산 사투리로 소리치며 야구 배트를 두 번 휘둘렀다. 국민의 당 관계자들은 9회말 2아웃의 절박한 상황을 맞고 있지만 안 후보가 타석에 들어서서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역전 홈런을 치겠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대선 후보들이 스포츠를 상징적인 이미지로 삼아 자신들의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많은 홍보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선진국만큼 스포츠를 활용한 선거 전략을 적극적으로 하지는 않지만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 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스포츠 세리머니를 펼치는 대선 후보들은 럭비에서 페어플레이로 경쟁을 하고 경기가 끝난 뒤 심판이 ‘NO SIDE’라고 선언하듯 대선을 마치면 서로 승리를 존중하고 화합하는 모습을 보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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