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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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은 시진핑을 위한, 시진핑에 의한, 시진핑의 올림픽이었다. 올림픽 유치에서부터 개최하기까지 모든 것이 시진핑의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은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이후 14년 만에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열렸다. 한 도시가 동하계올림픽을 모두 치른 경우는 베이징이 처음이다. 동하계올림픽을 한 곳에서 열게 된 것도 시진핑의 강력한 통치력이 뒷받침된 것이다.

시진핑은 2013년 3월 후진타오의 뒤를 이어 중국 주석이 됐다. 군 통수권자와 중국 공산당 총서기를 겸임하는 자리이다. 그는 2018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해 중국 헌법에 명시된 국가주석직 2연임 초과 금지조항을 삭제해 종신집권의 야욕을 드러냈다.

중국이 2015년 7월 31일 쿠알라룸푸르 IOC 총회에서 베이징의 개최를 확정지은 것은 시진핑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그는 2년 전 세계를 휩쓴 팬더믹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와 국민들로 하여금 동계올림픽을 적극 지원토록 천명하기도 했다.

이번 베이징동계올림픽은 중국의 변방 신장 등에서의 인권 침해, 고문, 성폭행, 제노사이드 등의 인권 유린, 미국과의 무역 갈등, 홍콩과 대만을 향한 중국의 억압 등으로 인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권 국가들을 중심으로 이어진 외교적 보이콧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자평대로 성대하게 마무리되고 있는 느낌이다.

시진핑은 개막식에서 “베이징 제24회 동계올림픽 개막을 선포한다”고 짧게 말했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캐나다·호주·일본 등 미국 파트너 국가의 정상은 이미 예고한 대로 불참했다. 중국은 신장 위구르족 인권 유린 문제를 제기한 미국 보란 듯, 마지막 성화 주자 두 명 중 한 명으로 신장 출신 2000년대생 크로스컨트리 선수 이라무장 디니기얼을 선택하기도 했다.

개막식 때 사회 각계 대표, 56개 민족 대표 등이 참여해 중국 국기를 전달하는 ‘소시민들의 국기 전달’이라는 퍼포먼스를 펼쳤는데 한복으로 보이는 분홍색 치마, 흰색 저고리를 입고 긴 머리를 하나로 땋아 댕기로 장식한 여성이 오성홍기를 전달했다. 한복을 자국 문화유산이라 주장하는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 논란은 개막식 한복 등장을 통해 거세게 일었다.

한복 논란은 한국쇼트트랙 편파판정으로 이어졌다.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편파 판정’ 논란이 일었다. 준결승전에서 황대현과 이준서는 각각 1위와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이해할 수 없는 심판의 판정으로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결승전에서도 헝가리 선수가 먼저 결승선을 밟았지만 페널티를 받으며 실격돼, 결국 2위로 들어온 런쯔웨이가 금메달을 가져갔다.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1국으로 부상하려는 시진핑의 오만과 독선의 일방주의가 중국내에 팽배해지면서 이번 베이징동계올림픽을 마치 자신들의 ‘중국 체전’인양 참가국과 외국 선수들을 무시하는 행동들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등에서는 이번 올림픽에서 특히 ‘반중 정서’가 격화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지켜보면서 1936년 히틀러가 주도한 베를린올림픽을 떠올렸다. 당시 베를린올림픽은 나치에 대한 반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46개국에서 3700여명의 선수들이 참가했다. 히틀러는 베를린 메인스타디움에 나와 독일 아리안족의 우수성을 과시하며 인종차별적인 분위기를 이끌었다. 히틀러는 베를린올림픽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수천만의 희생자를 낳았지만 그도 신성한 올림픽 정신만은 해치지 않았다.

시진핑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나면 전통 중국의 영광을 21세기에 되살리겠다는 이른바 ‘중국몽’에 깊이 빠져들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올림픽 기간 중 자신의 권위와 주가를 높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히틀러가 될 수도 없고 돼서도 안 된다. 미국 등 서방권 국가들이 그의 독주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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