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딱 114년 전인 1908년 3월 8일. 미국 뉴욕의 루트커스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1만 5000여명의 여성 섬유노동자들은 열악한 작업장에서 화재로 숨진 동료 여성노동자를 기리며 한목소리로 외쳤다. “우리는 빵을 원하지만, 장미도 원한다”는 구호였다. 여기서의 빵은 생존권, 장미는 참정권을 의미했다. 당시 미국의 여성노동자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살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어디 미국뿐이겠는가. 전 세계의 여성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세계여성의 날’은 이렇게 탄생했다.

한국에서도 1985년 서울 명동에서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제1회 한국여성대회’가 개최됐다. 미국과는 비교하기도 어려운 한국의 열악한 상황에서도 드디어 여성의 목소리가 공식화된 것이다. 한국 여성운동사의 기념비적인 날로 기억되고 있다. 이후 2018년 2월 20일 여성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하는 내용의 ‘양성평등기본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3월 8일이 법정기념일인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114주년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SNS에 글을 올렸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국가발전 정도에 비해 성평등 분야에서는 크게 뒤떨어져 있다”면서 여성들에게 유리천장은 여전히 단단하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여성들의 권익과 그들의 목소리에 각별한 관심을 가졌던 문 대통령도 이렇게 평가할 정도라면 한국의 성평등 수준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특히 여성들의 권익을 말하고 여성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려는 태도마저 ‘나쁜 페미니즘’으로 몰아세운 사람들이 누군지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114년 전 빵과 장미를 요구했던 여성 노동자들의 용기 있는 외침은 이제 전 세계로 확산돼서 인류 공동체의 공존과 번영을 위한 마중물이 됐다.

한국도 더디지만 여성들의 권익과 사회적 지위가 몰라보게 높아지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더 높게, 더 멀리 가야 한다. 그럼에도 남성과 여성을 나누고, 여성들의 권익에 냉소하며 남녀 갈등을 촉발시키는 언행들이 우리 사회 전반에 난무하고 있다. ‘젠더 갈등’을 조장하고 촉발시켜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나쁜 정치’의 언행도 비일비재하다.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는 반시대적 행태다. 마침 9일이 20대 대통령선거일이다. 세계여성의 날 114주년, 그동안 축적된 성평등의 외침이 한국의 20대 대선까지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세계여성의 날 114주년을 큰 박수로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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