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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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서방의 외교적 보이콧으로 시작을 했었다. 올림픽 기간에는 전쟁도 멈춘다는 말이 있다. 때문에 인류의 평화와 화합이 항상 화두가 됐다. 이번 베이징동계올림픽은 어떤가. 중국과 서방의 대결로 시작돼 개막 전부터 분위기 자체는 화합과는 거리가 멀었다. 전쟁과 관련해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설이 끊임없이 나왔다. 오늘 이 시각까지 세계 증권시장도 출렁이긴 했지만, 다행히 개전은 사실상 없었다. 스포츠 경쟁의 수면하에 서방과의 갈등은 지속됐지만, 그나마 중국 입장은 시진핑 체제를 공고히 하고 불편을 야기한 폐쇄루프 방역에 성공함으로 베이징이라는 수도 전역의 안전도 유지하고 있다.

완전히 믿어야 할지 모르지만 이번 올림픽은 세계를 상대로 중국이 코로나 제로에 가까운 나라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는 것을 선전하는 아주 자연스러운 장이 됐다. 때마침 세계 모든 언론이 중국에 집중했고, 코로나라는 미명하에 언론취재를 통제할 수도 있어서 중국 관방이 허용하는 수준에서 보도가 나가는 상황으로 관제가 됐다. 미국과 첨예하게 대척하는 지점의 선봉 국가로 각인 찍히면서도 중국 체제를 어떻게 하면 충분히 알리고 과도한 애국주의로 똘똘 뭉쳐가는 인민들을 시진핑의 연임과 연결시켜 내는가를 목적으로 봐도 된다. 국제 여론과는 상반된 간극이 존재함에도 아랑곳할 것 없이 시진핑을 옹호하는 세력들의 단결력을 과시한 장이라 해도 무리는 아니다.

시작부터 올림픽은 시진핑을 정점으로 작동되고 있었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지난 4일 메인스타디움 개막식에서 보여진 장면이 이를 대변한다. 베이징시를 책임지고 있고 이번 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차이치 공산당 서기의 개막식에서 보여준 말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시진핑이 권력을 잡은 직후 2017년 전격 발탁된 인사다. 타인의 추종을 불허하는 시진핑 충복이다. 세계로 중계된다는 것을 알면서 시진핑 찬양을 국내용으로 정점을 찍겠다는 것을 노골화했다. “존경하는 시진핑 주석, 평리위안 여사가 직접 추진하고, 지도하에 깨끗하고 개방된 그리고 간소화된 대회를 진행해 나가겠습니다.” 시진핑과 그의 부인 펑리위안이 없으면 지도를 못 받겠다는 건지 일반적 민주국가에서는 볼 수 없는 말을 버젓이 공개된 세계의 장에서 털어놨다. 이것뿐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장이머우 감독이 2008년 하계올림픽에 이어 이번 동계올림픽 총연출을 담당했다. 붉은 수수밭이라는 중국에서 보기 드문 작품을 만들어 인정받은 사람이다. 이런 사람도 체제 홍보 선전의 선두주자 일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홍콩 배우 성룡도 국내에 보도가 크게 되진 않았지만 성화 봉송에 적극 참여했었다. 우정, 존중, 평화라는 올림픽 정신은 편파 판정 시비와 도핑 파문으로, 정치적 중립은 서방과 대결 구도로 잠식되고, 노골적 정치인 선전은 시진핑을 정점으로 과도함을 뛰어넘었다. 중국 정부와 중국인만을 위한 올림픽. 역대급 최악의 올림픽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를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면 과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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