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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중국은 운이 좋다. 미국과 첨예하게 무역전쟁을 하고 있다. 와중에 우군이 나타났다. 예상하겠지만 바로 러시아다. 같은 사회주의 국가이기도 해서 도움이 되는 국가이기도 하지만, 마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중국의 속내를 숨길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그동안 미국의 간여 정책은 유럽, 중동, 아프가니스탄에서 많은 전략적 군사 비용을 지출했다. 직접 전쟁을 수행하면서도 궁극적으로 정책상 외교적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패권국가로써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비판만 받는다. 아니면 국내적 요인의 증가로 중도 철수를 해야만 했다. 발을 뺀 명분 중 하나는 바로 날로 부상하는 중국의 궐기를 압박하는 데 집중하고자 했던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 이후 아시아로의 회귀라는 피보트(Pivot) 아시아 정책이다. 동아시아에 중국을 포위하고 무너트리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자 하는 것이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런데 하늘도 무심하게 세상의 운들은 미국 편에 서지 않는 것인지 원하지 않게 전력을 분산해 피보트 유럽이 돼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다시 깊게 유럽에 관여하게 되고 말았다. 중국 때리기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불가피하게 힘을 분산하게 돼 유럽으로 다시 눈을 돌려야 한다. 이는 종국적으로 중국이 속을 드러내지 않고 웃게 만들고 있다. 속전속결로 우크라이나를 접수하려 했던 러시아의 계획이 길어질수록 중국은 경제적 외교적으로 손해 볼 것이 없다. 서방의 제재를 전방위로 받는 러시아는 중국이 절대 필요해졌다. 러시아 경제의 절대적 기여 부문인 에너지 수출길이 막히고 달러 결재시스템 스위피트(SWIFT)에서 12일부터 퇴출된다.

푸틴과 측근은 물론 국가가 국제 무역 거래나 개인 간 경제교류에서 절대적 어려움에 봉착하게 됐다. 그나마 에너지를 대량 수입해줄 국가는 중국이다. 이란이 미국에 제재받을 때 이용한 결재 시스템 중국형 십스(CIPS)로 대체해 결재한다 해도 한계는 분명 있지만 그나마 중국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다행인 것이다.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 편에 공개적으로 서게 하면 안 되기에 마냥 압박을 가속화 시킬 수도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의 입장에서 중국이 나서는 것도 안 되지만 중국 입장에서도 서방의 심기를 건드릴 일을 하지 않고 선택적으로 적절하게 상황판단을 하고 양비론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본격적 침공 이전부터 크리미아 반도나 돈바스지역에서 자치를 원했다. 자결 존중을 러시아가 지지했다. 침공한 명분은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 저지라는 이유와 그 지역민들이 자치를 원하기에 그들을 돕겠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티벳이나 신장위구르 자치구 나아가 홍콩 대만 등과 연결시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이들 지역은 자치를 하거나 완전한 독립을 원한다. 적극적으로 러시아를 돕거나 지지할 경우 중국이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하나의 중국 정책과는 괴리를 보이는 것이다.

결국 미국, 러시아도 중국을 원하기에 말로는 평화를 주창하고 주권 불간섭을 내세운다. 전쟁이 장기화 되면, 이익 극대화를 노리면서 속으로 웃고 있을 국가가 중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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