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형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이 3일 편법증여 혐의자 227명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박 국장이 밝힌 편법증여 혐의에 대한 실태를 보면 말 그대로 ‘천태만상’이다. 부동산 투기를 위해 미성년 자녀에게 수십억원의 현금을 무통장 입금으로 편법 증여하거나 건물을 증여한 뒤 관련 세금을 대신 내주는 사례도 있었다. 심지어 부모 명의의 신용카드로 생활하면서 월급은 고스란히 저축을 하고, 대출은 부모가 대신 갚아주는 이른바 ‘금수저 엄카족’도 적발됐다.

물론 일부 부유층의 부동산 투기와 탈세 등의 불법행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국세청이 나름 대책을 강구하고 해법을 찾고는 있지만 일부 부유층의 불법행위 기법은 더 지능화 되고 다양화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부동산 시장이 가열되자 국세청이 개발지역 부동산에 대한 탈세를 조사하기 위해 ‘특별조사단’을 꾸렸다. 이에 따라 그동안 세 차례에 걸쳐 총 828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후 최종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이 부동산 투기로 고통을 받고 있을 때, 조사 대상자들은 투기와 시장교란으로 엄청난 수익에 더해 탈세까지 저질렀다는 얘기다.

비난을 넘어 분노할 일이다. 이런 점에서 국세청이 올해도 부동산 관련 탈세에 대해 고강도 세무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은 환영할 일이다. 소득이 별로 없거나 적은데도 고가의 아파트를 구입하는 연소자들이 많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런 탈법과 불법이 지금도 버젓이 성행하고 있다는 것은 국세청이 먼저 되짚어 볼 대목이다. 뻔히 국세청 조사가 뒤따를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사하려면 해보라’는 식의 안하무인격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은 결국 국세청 조사도 두렵지 않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는 한국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짓밟는 ‘만악의 근원’이다. ‘부모 찬스’로 위법적인 부의 대물림이 구조화되고, 반대로 대부분의 국민은 부동산 투기의 패배자로 낙인찍히는 사회라면 그곳엔 화합이나 미래가 있을 수 없다. 공정이나 정의도 허상일 뿐이다. 그렇다면 그 싹부터 일벌백계로 징벌하는 것이 마땅하다. 국세청이 그 첨병 역할을 해야 한다. 말이나 엄포로만 끝나서는 절대 안 된다. 투기와 탈세를 일삼은 ‘공공의 적’을 끝까지 추적해서 이 땅에 ‘조세 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동시에 국민들에게도 정부의 조세정책에 대한 신뢰를 더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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