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출처: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북한이 30일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검수사격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하면서 세계 언론들이 올해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에 대해 집중조명하고 있다.

이날 미국 CNN방송과 AP통신, 영국 일간 가디언과 로이터통신 등은 온라인판 뉴스 톱기사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소식과 이를 분석하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외신들은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를 두고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이고 핵군축 지원 외교를 상호 군비 축소 협상으로 전환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美 제재 완화·핵보유국 국제적 인정 요구 위한 도발”

CNN은 ‘김정은의 미사일 메시지’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분석가들에 따르면 2022년 첫 4주 동안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이 국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격동하는 세계 속 평양이 권력과 영향력을 얻기 위한 투쟁에서 여전히 참가자로 남아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화여대 국제학부 리프 에릭 이즐리 부교수는 CNN에 “세계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아시아를 불안정하게 만들겠다고 위협하면서 평양은 ‘책임 있는 핵보유국’처럼 행동하기 위해 세계에 돈을 지불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일부 전문가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유행과 관련된 경제적 어려움과 미국 주도의 국제적 제재에도 어떻게 무기들을 현대화시키려 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제재 완화나 핵보유국 국제적 인정 등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양보를 얻기 위한 목적도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북한은 2017년 이후 첫 중거리급 이상의 탄도미사일에 이르기까지 올해 7차례 미사일 실험에서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했다. 이번에 발사된 지상대지상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은 최대 사거리가 4500~5000㎞ 태평양 미국령 괌까지 타격할 수 있다.

가디언은 이날 발사된 미사일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가장 강력했다며 “북한이 양보를 얻기 위한 벼랑 끝 전술을 부활시켰다”고 평가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북한이 지금껏 시험한 미사일 중 가장 크고 강력한 것은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으로 추정 사거리가 8500~1만 3000㎞에 달해 미국 어디든 위협할 수 있다. 화성-15형 미사일은 2017년 11월에 한 차례 시험 발사됐다.

CNN은 김 위원장이 한국의 오는 3월 치러질 대선을 의식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당선이 된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보다 훨씬 더 강경한 대북 노선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전날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1일 밝혔다.통신은 이날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전날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1일 밝혔다.통신은 이날"국방과학원과 제2경제위원회를 비롯한 해당 기관의 계획에 따라 1월 30일 지상대지상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검수 사격 시험이 진행되었"고 전했다.그러면서 "국방과학원은 생산되는 화성-12형 무기체계의 정확성과 안전성, 운용효과성을 확인하였다"고 밝혔다. 2022.1.31

◆“ICBM 시험발사 시간문제… 올림픽 땐 자제할 듯”

바이든 행정부로써는 중국, 대만, 최근 우크라이나 등 대외정책 문제들에 코로나19 대유행까지 함께 밀려들면서 북한에 대한 관심은 뒷전이었다. CNN은 이미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군 철수와 러시아가 제기하는 유럽에서의 전쟁 위협과 같은 외교정책 실수로 흔들리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에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AP통신은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는 앞으로 며칠간 이번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이 지역의 동맹국 안보에 전념하고 있음을 북한에 보여주기 위한 대응을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관리는 “미 행정부가 북한의 가장 최근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미국의 제재 완화를 얻어내기 위한 도발이라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계속되는 핵실험이 바이든 대통령과의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김 위원장이 더 강력한 무기 실험을 지시할지는 시간문제라는 관측도 있다.

CNN은 김정은 정권은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목표를 하나씩 이루고 있다고 진단했다. 첫 번째는 극초음속 탄두 시험으로 가장 최근에 이뤄진 것이고 다른 목표는 잠수함 발사 미사일 시험으로 이는 작년 10월에 달성됐다. 북한 관영매체에 따르면 또 다른 목표는 “다양한 임무에 사용될 수 있는 전술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이었고 이번 달에 있던 시험 중 하나는 ‘전술적 미사일’이었다.

김두연 미국 신안보센터(CNAS) 선임연구위원은 CNN에 ICBM도 이 목록에 포함됐기 때문에 핵실험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북한은 이전에도 ICBM을 시험한 적이 있으나 고체연료 버전을 시험할 수 있다고 분석가들은 말한다. 고체연료 ICBM은 지금까지 북한이 발사한 액체연료보다 더 빠를 수 있다.

동계올림픽이 북한의 주요 동맹국인 중국 베이징에서 며칠 내 시작하면서 김 위원장은 세계의 주목을 베이징이 받을 수 있도록 미사일 시험을 자제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그러나 올림픽 이후 미국과 한국 군대가 연례 봄철 군사 훈련에 돌입할 대 더 큰 무기를 시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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