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조 충남지사와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이 23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부터 도내 어린이집 유아의 무상보육과 사립유치원 유아 대상 무상교육 전면 시행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제공: 충남도) ⓒ천지일보 2021.12.23
양승조 충남지사와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이 23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부터 도내 어린이집 유아의 무상보육과 사립유치원 유아 대상 무상교육 전면 시행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제공: 충남도) ⓒ천지일보 2021.12.2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디지털 전환(DX)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교육 기관에 ‘1인 1스마트기기’를 지원하는 정책을 폈다. 천지일보는 해당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을 취재하고 교육청의 편파 행정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심층 보도를 기획했다. 제4보에서는 충청남도교육청이 사업 수행 기간을 6개월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분석한다.

충남교육청, 삼성 外 사업자 배제 규격 올려

크롬북 때문에 삼성전자와 유착 의혹 나와

삼성전자, 곧 크롬북 신제품 출시… AUE 갱신

“신제품으로 참여 시 조달 규정에도 어긋나”

해명 의지 없는 충남교육청, 증거 제시 못 해

[천지일보=손지아 기자] 다른 교육청들보다 뒤늦게 스마트기기 입찰 공고를 올린 충남교육청이 사업 수행 기간을 6개월로 설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주목된다.

지난 14일 충남교육청은 스마트기기 입찰 본 공고를 올렸다.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진행하며 입찰 마감은 내달 15일이다. 다만 다른 교육청과는 다른 크롬북 규격과 유난히 긴 사업 수행 기간이 삼성전자를 밀어주기 위한 발판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180일, 정말 삼성전자 크롬북 때문인가

충남교육청의 사업 수행 기간은 다소 길다. 다른 교육청(3~4개월)과 비교해서 말이다. 건설 사업이 아닌, 스마트기기를 지원하는 사업에 불과한데도 6개월이라는 장기간을 주는 게 심상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충남교육청은 “사업 수행이 너무 늦어서 본 공고를 내리고 규격을 수정해 재공고를 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때문에 말과 행동이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들이 본 공고를 수정하지 않고 사업 수행 기간을 6개월을 준 이유로 가장 유력하다고 점쳐지는 시나리오는 삼성전자 크롬북 신제품을 기다리기 위함이다. 180일이면 올해 8월 이후에 납품을 해도 사업 수행을 성공으로 봐주겠다는 뜻이다. 이는 제품 제조, 조달청 등록, 대량 생산, 보급 등을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즉 이는 “사업 수행이 너무 늦은 상황이라 재공고를 할 수 없다”는 충남교육청의 말과는 다르다. 정말 사업 수행이 급했으면 다수공급자계약(MAS)으로도 할 수 있고 전부 그렇게 하는 게 어려우면 태블릿PC, 크롬북, 노트북 중 일부 기기만이라도 MAS로 하는 방법도 있다.

이와 관련해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들이) 동시에 발주하고 있는데 노트북 같은 경우 수급이 어려워서 지연이 될 수 있는 부분을 고려해 6개월로 수행 기간을 설정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노트북은 6개월까지 안 걸린다. 수급이 어렵다 한들 지나치게 길다”며 “다른 데도 수급 지연 이슈가 있긴 한데 6개월까지는 안 했다. 전남교육청도 90일 정도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크롬북 신제품. (출처: 제품안전정보센터 캡처) ⓒ천지일보 2022.1.22
삼성전자의 크롬북 신제품. (출처: 제품안전정보센터 캡처) ⓒ천지일보 2022.1.22

◆“신제품×, 기존 제품”이라고 우길 가능성 有

사전규격 공고가 올라가기 전에 나라장터에 등록돼 있거나 시중에 판매되는 상품이 아닌 제품을 가지고는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이에 업계는 충남교육청과 삼성전자가 신제품을 두고 사실은 기존 제품이었다고 우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곧 크롬북 신제품을 출시한다. 이미 지난해 11월 국립전파연구원·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인증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다. 신제품은 올해 3월쯤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는 삼성전자의 기존 모델의 파생모델로, AUE(구글 크롬북 라이센스 기간)를 갱신해 나올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신제품으로는 입찰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신제품을) 기존에 있던 폼팩터에 CPU를 바꾼 개량형이라고 우길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내다봤다.

또 그는 “충남교육청이 분명 기존 제품 중 레노버(Lenovo), 아수스(ASUS), 삼성전자 등에 복수의 제품이 있다고 했으니 해당 제품이 무엇인지 꼭 제시해야 한다”며 “이게 없으면 삼성전자를 대놓고 밀어주는 셈이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충남교육청 측은 “말하기 조심스럽다. 아는 게 없다. 조달청에서 하는 일이다”라고 일관하고 있으며 지난 기사의 내용을 부인할 수 있는 기존 제품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기사가 이미 나갔기 때문에 무슨 제품인지 알려줄 수 없다”고 해명을 거절했다.

업계에 따르면 충남교육청은 해명 의지가 없고 관련 전략을 삼성전자 측에서 준비하고 있다.

충남교육청의 제안요청서 중 크롬북 규격. (출처: 충남교육청)
충남교육청의 제안요청서 중 크롬북 규격. (출처: 충남교육청)

◆노골적인 ‘삼성전자 밀어주기’ 되려나

충남교육청의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해당 교육청이 구매하려고 하는 크롬북의 스펙은 해상도 1920×1080(FHD급) 이상이다. 또 전·후면으로 카메라가 2개 탑재돼 있어야 한다.

문제는 해당 규격을 충족하는 크롬북이 조달청에는 물론 시중에서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제품에는 AUE 6년을 만족하면서 카메라가 두 개 달린 게 없고 다른 제조사에는 해상도를 만족하는 제품이 없다. 즉 스마트기기 제조사 중 누구도 참여할 수 없는 규격인 셈이다.

충남교육청은 “분명 기존에 출시된 제품 중 검색을 통해 복수의 사업자가 있다는 걸 확인했고 레노버, 아수스, 삼성전자 제품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사 결과 국내에서 기존에 출시된 제품 중에서는 레노버 제품(IdeaPad Duet 5) 하나밖에 없었다. 출시된 크롬북이 자동으로 업데이트되는 사이트(https://support.google.com/chrome/a/answer/6220366?hl=ko)에 따르면 AUE 6년 이상을 기준으로 봤을 때 삼성전자 제품 중 갤럭시 크롬북, 크롬북 2, 크롬북 Go가 해당하는데 이들 제품에는 카메라가 하나뿐이다. 아수스 제품도 국내에서 나온 것 중에는 스펙에 맞는 게 없다.

기존 제품 중에는 충남교육청이 제시한 규격을 삼성전자는 물론 다른 제조사도 맞추지 못한다. 그나마 있는 레노버 제품 또한 주력 상품이 아니다. 이대로 삼성전자가 신제품을 들고 들어온다면 삼성전자의 독무대를 마련해줬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충남교육청 측은 본 공고에 올린 규격을 수정할 생각은 아직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출시된 삼성전자의 크롬북 리스트. 빨간 네모 안이 AUE가 6년 이상인 제품이다. (출처: 구글 사이트 캡처)
현재 출시된 삼성전자의 크롬북 리스트. 빨간 네모 안이 AUE가 6년 이상인 제품이다. (출처: 구글 사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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