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세법 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기획재정부) ⓒ천지일보 2022.1.9
2021년 세법 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기획재정부) ⓒ천지일보 2022.1.9

상속 다주택자, 2~3년 유예

종중·사회적기업 법인도 경감

“근본 해결보단 표퓰리즘 처방”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여당의 표심 지원을 위해 분주하게 부동산정책과 관련해 계속해서 보완책을 내놓고 있으나 본질적인 문제 해결보단 임시방편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6일 세법 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연초 세법 시행령 개정은 지난해 세법 개정에 따라 하위법령인 시행령을 바꿔주는 절차다. 총 21개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2500억원 상당의 세수 감소 효과를 낸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이번 세법 개정에서는 다주택자 중과에 대해선 손보지 않고 여전히 폭탄급 세금을 걷겠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다만 부모 사망으로 갑작스럽게 상속받은 주택 때문에 부득이하게 다주택자가 된 이들을 위해서만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2~3년간 유예해주기로 했다.  결국 그 이후에는 다시 다주택자 중과 대상자가 되므로 그 사이에 집을 팔라는 압박인 셈이다. 곧 다주택자 중 상속주택이 포함된 이들에게는 세부담을 완화해주는 것처럼 보완했으나 이는 표를 얻기 위한 생색내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우선 상속주택에 대한 종부세율을 적용할 때 수도권·특별자치시·광역시 소재 주택일 경우 상속개시일(사망일)로부터 2년간(이외 지방 지역은 3년간) 주택 수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상속받은 지분율이 20%·공시가 3억원 이하일 경우만 주택 수 산정에서 빼는 기존 조항을 폐지, 전체 주택으로 확대했다. 주택 수에서 빼는 것은 적용되는 종부세율을 크게 낮추는 효과를 낸다. 현행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율은 0.6∼3.0%인데 비해 조정대상지역 2주택이나 3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종부세율은 1.2∼6.0%에 달한다.

일례로 과표 기준 12억∼50억원인 1주택자는 세율이 1.6%지만 다주택자는 같은 가격의 주택을 갖고 있더라도 세율이 3.6%로 올라간다.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 대신 1주택자에 적용하는 더 낮은 세율이 적용되면서 종부세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상속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하면 주택 수에 들어가 중과된 종부세율을 적용받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2년간 시간을 유예해 줄테니 그 사이에 집을 팔라는 얘기다.

상속받은 주택을 과세표준에는 합산하는 방식은 유지한다. 공시가 10억원 상당의 주택을 가진 사람이 6억원 상당의 주택을 상속 받았다면 16억원 상당의 주택에 해당하는 종부세를 내게 된다. 시행 시기는 내달 중순 시행령 공포 이후 납세의무가 성립하는 분부터다. 시행령 시행 전에 상속이 개시됐더라도 올해 과세기준일(6월 1일) 현재 상속개시일부터 2년(지방은 3년) 이내라면 종부세 과세때 새 규정을 적용받는다.

또한 가업상속공제 업종변경 요건도 중분류에서 대분류로 완화했다. 피상속인이 표준산업분류표상 대분류 안에서 가업상속공제 적용업종을 바꿔도 10년 이상 영위했다면 가업으로 인정돼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정부는 어린이집과 문화재, 사회적 기업과 종중(宗中) 주택 역시 종부세를 일정 부분 경감받도록 했다. 종부세 합산배제 대상 주택에 어린이집용 주택과 시·도 등록문화재, 주택건설사업자의 멸실 예정 주택을 추가한 것이다. 종부세 합산배제는 인별로 보유한 주택을 합산할 때 대상에서 제외해주는 제도로, 쉽게 말해 종부세를 부과하지 않는 주택의 범위를 확대한 셈이다. 또한 사회적기업·사회적협동조합, 종중 주택 등에는 종부세 일반 누진세율을 적용해주기로 했다. 현행 종부세법은 법인에 대해 기본공제를 주지 않고 전년 대비 세 부담 상한도 적용하지 않는다. 세율은 1주택인 경우 3%, 다주택인 경우 6%를 부과한다. 일반 누진세율 체계를 준용하면 1주택인 경우 0.6~3.0%, 다주택이면 1.2~6.0% 세율을 적용한다. 기본공제액 6억원을 설정하고 전년 대비 세 부담 상한도 150%(1주택)·300%(다주택)를 적용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제공: 기획재정부) ⓒ천지일보 2022.1.5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제공: 기획재정부) ⓒ천지일보 2022.1.5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다주택자라는 이유로 중과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불공정한 정책인데, 이것은 내버려두고 마치 상속주택자는 피해자니 이리저리 형편을 봐준다고 한다면 결국 문재인 정부가 정책에 철학이 없고 중구난방식의 정책만 늘어놓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또한 “정부가 계속해서 수정안을 내놓는 것은 종부세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인지했으면 전면적인 개편을 하고 대안을 제시해야지, 자꾸 여당의 당선을 목적으로 하는 ‘표퓰리즘(표+포퓰리즘)’ 임시방편에 그치고 있다”며 “다주택자에 대해 퇴로를 열어주고, 주택거래가 활발해지도록 해줘야 하는데 겨우 상속주택자만 배려라고 보완책을 내놓으니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세법 개정에서 미숙아·선천성이상아·난임시술 의료비 세액공제는 확대하기로 했다. 난임시술 세액공제율은 기존 20%에서 30%로, 미숙아·선천성이상아의 경우 15%에서 20%로 상향했다.

유류비 부담 완화를 위해서는 경차연료 개별소비세 환급한도는 연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높였다. 올해 종량세율은 맥주 리터당 855.2원, 막걸리 리터당 42.9원으로 확정·공시됐다. 지난해 물가상승률 2.5%를 반영해 전년대비 각 20.8원, 1.0원 오른 것이다.

또 국가전략기술(신성장) 시설이 일반제품도 일부 생산하는 경우 국가전략기술 사업화시설로 세액공제 적용이 가능해진다. 단 투자완료일부터 3년간 국가전략기술 제품 누적 생산량이 50%에 못 미치면 공제세액과 이자상당액을 납부해야 한다. 신성장·원천기술 범위는 확대했다. 탄소중립 분야를 신설해 19개 신규기술을 추가하고, 기존 기술에선 4개 범위를 확대했다. 국가전략기술에 수소 관련 기술을 추가할지는 계속 검토한다.

정부는 입법예고와 국무회의 등 절차를 거쳐 내달 9일부터 15일 사이에 이번 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할 예정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경기 과천의 관악산에서 바라본 서울의 아파트단지.ⓒ천지일보 2021.12.2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경기 과천의 관악산에서 바라본 서울의 아파트단지.ⓒ천지일보 2021.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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