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강은영 기자] 경제성장률 증감 추이 ⓒ천지일보 2022.1.29
[그래픽=강은영 기자] 경제성장률 증감 추이 ⓒ천지일보 2022.1.29

작년 성장률 4.0% 달성했으나

“돈 풀어서 만든 결과, 좋아진 숫자만 강조”

수출호조·민간소비 기여했지만

고용·민간투자 여전히 취약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작년 한국경제가 4.0% 성장률 달성에 성공하며 비교적 선방했다. 그러나 젊은층과 ‘경제허리’라 할 수 있는 3040세대의 고용시장은 취약해 질적으로 많이 미흡했고, 민간투자 역시 침체됐다. 작년 성장률 회복은 2020년 28년 만의 역성장(-0.9%)에 따른 기저효과와 수출 호조, 민간소비 회복이 상당부분 기여했고,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출도 크게 기여했다.

외관상으론 한국경제가 가파른 성장을 이룬 것처럼 보이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보긴 어렵다. 그럼에도 정부는 4% 달성했다는 부분만 강조하며 G20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고 치적 내세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 같은 정부의 행보에 시장에서는 민간 경제 활성화로 달성한 성장률이 아닌 정부가 대규모 국가재정으로 돈을 풀어서 달성한 성장률에 가깝다고 평가하며 이는 ‘구축효과(정부지출 증가 때문에 민간부문의 투자가 감소하는 현상)’를 가져올 우려가 크므로 바람직한 성장이 아니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크다.

지난 25일 한국은행은 2021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 속보치)이 1.1%를 기록하면서 연간 성장률은 4.0%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정부와 한은의 전망치와 같았고, 이는 2010년 6.8%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였다.

부문(지출항목)별로는 2020년 1.8% 감소했던 수출이 9.7%나 늘었고, 5.0% 위축됐던 민간소비도 한해 사이 3.6% 반등에 성공했다. 설비투자도 2020년 7.1%에 이어 지난해 8.3%에 이르는 성장률을 유지했다.

이와 함께 정부 소비 증가율(5.5%)도 1년 새 0.5%포인트 더 높아졌다. 2020년에 이어 정부의 재정지출이 여전히 크게 차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2020년에 다른 주요국들에 비해 선방했다고 평가된 -0.9%의 성장률도 5%의 정부 소비 증가율 덕분이었다. 추경 진행한 것만 해도 정부는 2020년 1차(11조 7천억원), 2차(12조 2천억원), 3차(35조 1천억원), 4차(7조 8천억원)에 걸쳐 70조에 육박하는 규모로 진행했고, 작년에도 50조 규모의 추경을 진행했다. 1차(14조 9천억원) 추경으로는 소상공인 지원금을 줬고 2차(34조 9천억원) 추경으로는 소상공인 지원금과 함께 소득 하위 80% 국민에게도 지원금을 지급했다.

지난해 연간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3.0%)은 유가 상승 등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 탓에 실질 GDP 성장률(4.0%)을 밑돌았다.

4분기 성장률을 부문별로 보면 3분기에 코로나19 4차 유행과 공급 병목현상 등으로 감소(-0.2%)했던 민간소비가 다시 증가세(1.7%)로 돌아섰다. 건물건설·토목건설이 모두 늘면서 건설투자도 2.9% 증가했다. 하지만 설비투자는 기계류를 중심으로 0.6% 줄어 3분기(-2.4%)에 이어 두 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경제 성장률에 대한 민간소비 기여도는 0.8%포인트(p)인 반면 설비투자는 -0.1%포인트로 집계됐다. 민간소비가 성장률을 0.8%포인트 끌어올렸지만, 설비투자가 0.1%포인트 주저앉혔다는 뜻이며, 투자는 여전히 위축돼 있다는 얘기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도 불구하고 선진국 경제활동이 백신 접종과 함께 재개되면서 자동차,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수출이 호조를 보였다”며 “소비주체들이 코로나19에 적응하면서 민간소비도 늘었고, 방역조치 완화(단계적 일상회복)와 정부의 추경 등도 연간 4% 성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추경의 구체적 효과에 대해서는 “작년 거의 50조의 추경이 이뤄졌는데, 이전지출로서 민간소비 등에 기여한 것으로 추정되나 정확히 계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추경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재난지원금, 소상공인 지원금 등은 이전지출로서 민간소비 증가 등의 형태로 효과가 나타날 뿐 직접 정부 소비나 투자로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취업난과 역대급 물가상승률로 인해 청년들의 경제적 고통이 최악수준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2019년 5월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9 KB 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DB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취업난과 역대급 물가상승률로 인해 청년들의 경제적 고통이 최악수준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2019년 5월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9 KB 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DB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자신의 페이스북를 통해 자화자찬하며 성장률 수치만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우리 경제는 코로나19 위기 첫해인 2020년 역성장 폭을 최소화(-0.9%)한 데 이어 코로나 2년차인 지난해 4% 성장을 통해 G20 선진국 중 가장 빠르고 강한 회복세를 달성했다”며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위기에 강한 경제임을 입증했다”고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어 그는 “국내 소비는 위기 전 수준을 넘어섰고 기업의 수출과 투자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며, 재정도 적극적인 버팀목 역할을 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고용시장은 여전히 큰 침체기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일자리 구하기를 포기한 구직단념자는 62만 8천명으로, 관련 통계가 개편된 2014년 이후 가장 많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특히 6개월 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 실업자는 3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 13만명에 육박했으며, 그중 절반은 2030 청년층이었다. 또한 작년 불완전 취업자는 107만명으로 나타나 고용이 질적으로 전혀 회복되진 않았음을 보여줬다.

또 작년 취업자수는 전년대비 36만 9천명이 증가했으나 30대(-10만 7천명)와 40대(-3만 5천명)는 계속 감소했고, 60세 이상(+33만명) 취업자만 집중 늘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작년 소비가 상당히 좋아졌고, 나쁜 성적표는 아니다. 그런데 정부가 돈을 어마하게 뿌리면서 올린 성장이므로 자랑할 만한 사항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용시장에선 정부는 계속 국가재정을 들여 60대 이상 단기 일자리로 메워놓고선 숫자가 좋아졌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 문제의 핵심을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민간 기업들이 수출을 열심히 했고, 국내 내수 소비들은 대부분 국가 재정으로 밀어붙인 것이므로 좋은 경제성장률은 아니다”고 지적하면서 “민간 경제가 일으키는 경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정부는 규제 일변도 기조를 버리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겸 안전상황점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2.01.26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겸 안전상황점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2.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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