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식당에 포장된 음식이 놓여있다. (서울=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식당에 포장된 음식이 놓여있다. (서울=연합뉴스)

식당주들, 환불요구 고충토로
“사진도 없이 대뜸 환불 요구”
“양 부족해서…” 자백 손님도 
“이용 후기 두려워 환불” 한숨
‘공짜밥 먹기’ 고의성 있다면   
사기죄·업무방해죄 성립 가능
“음식점·소비자 상호 노력해야”

[천지일보=안채린 수습기자] 손님이 배달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며 음식점주를 속여 환불 등의 보상을 받으려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5일 천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춘천에서 배달 고깃집을 운영하는 권기원(가명, 39, 남)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배달한 음식에서 달걀 껍데기가 나왔다며 손님이 환불 요청을 했지만 권씨의 가게에는 달걀이 들어가는 메뉴가 없었기 때문이다.

권씨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가게에는 달걀이 들어가는 메뉴가 없고 가게에 아예 달걀을 가져다 놓지 않는다고 하자 손님이 당황하며 대답을 못 했다”면서 “나는 대머리인데 머리카락이 나왔다고 컴플레인이 들어온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사례가 종종 있다”며 “이럴 때마다 이렇게까지 공짜밥을 먹고 싶은지 참 난감하고 어이없다”고 했다.

지난달에는 과거 떡볶이집 자영업자 A씨가 올린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에 많은 네티즌이 분노를 표하기도 했다.

해당 게시글에 따르면 한 손님이 벌레가 들어갔다며 재조리를 요청해 A씨는 해당 음식을 수거했다. 그러나 수거하고 보니 A씨가 조리한 음식이 아니었다.

A씨는 “수거한 떡볶이를 받아서 열어보니 방금한 음식처럼 엄청 뜨겁고 간도 전혀 안 맞았다”며 “다시 손님에게 전화해 상황을 물었다”고 말했다.

손님의 대답은 황당했다. A씨에 따르면 손님은 “4명이 먹다 보니 음식이 모자랐고, 날파리가 들어갔다고 다시 해달라고 하면 무조건 해주니 그렇게 한 개 더 먹을 계획이었다”고 어이없는 발언을 내놨다.

그는 “음식을 회수할 거라고 생각 못 했는데, 배달 기사가 회수한다고 하자 손님이 급하게 고추장을 넣고 대충 끓여서 만든 떡볶이를 대신 보냈다고 하더라”고 분노했다.

인천시 서구 청라국제도시 한 식당에서 직원이 음식을 포장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인천시 서구 청라국제도시 한 식당에서 직원이 음식을 포장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해당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 역시 “더 먹고 싶으면 더 시켜라. 다 큰 어른들이 엄한 사람 등치네” “진짜 양심 없네” “이런 집은 공개해서 배달 거부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이물질과 벌레가 들어갔다는 손님들의 항의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 자영업자는 “(손님이) 밑반찬에 벌레가 있다고 화내면서 전화를 했다”며 “수거해서 확인해보니 작은 반찬 칸에 방금 묻힌 듯한 양념과 함께 왕매미가 올려져 있었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그는 “그냥 환불해 주고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왔다”며 “그 큰 왕매미를 좁은 반찬 칸에 쑤셔 넣어놓은 모습이 애처롭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벌레가 절대 나올 리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새로 지은 건물이고 매장에서 모기 말고는 벌레는 본 적 없는데다가 배달 나가기 전에 여러 번 확인하는데 그렇게 큰 벌레가 나왔다고 하니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가게 직원이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다. ⓒ천지일보DB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가게 직원이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다. ⓒ천지일보DB

아울러 이물질이 들어간 사진이나 증거 없이 환불이나 보상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었다.

서울 성북구에서 양식점을 하는 최성원(가명, 50, 남)씨는 “손님이 음식에 벌레가 있다며 대뜸 환불을 요구하기에 사진을 보내주면 확인 후 환불해주겠다고 했다”며 “근데 손님은 ‘이미 다 먹어버려서 사진은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환불 안 해주면 손님이 안 좋은 후기를 올려서 장사가 안 될까 봐 그냥 해줬다”며 “진짜 조리·포장 과정에서 음식에 벌레가 들어간 건지 아닌지 확인할 수가 없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해당 사례를 접한 자영업자들은 “벌레가 나와서 환불할 건데 음식을 왜 다 먹었다는 건지 의심스럽다” “참 힘든 세상에 더 먹고 살겠다고 머리 쓰는 사람들이 많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런 사례가 계속되자 자영업자들은 이물질이 나왔다며 항의하는 손님에게 어디까지 보상해줘야 할지 시름이 깊어졌다.

안양에서 배달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건형(34, 남)씨는 “사실 여부를 떠나 무조건 사과하고 환불해주는 게 최선인가”라며 “심지어는 탈 나서 병원 가면 병원비와 정신적 피해보상까지 해달라고 한 손님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 탓인지 확실하지도 않은데 보상을 어디까지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몰라 난감하다”고 호소했다.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라온 관련 게시글 댓글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은 “그냥 환불해주면 속 시원하다” “그냥 환불해주면 안 된다. 정확히 우리 가게 음식에서 나왔다는 증거를 가져오라고 해야 한다” “일단 보험은 필수다” 등 의견이 분분했다. 

이와 관련해 형법 제347조(사기)에 따르면 사람을 기망해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고의로 음식에 이물질을 넣는 등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자 거짓으로 이익을 챙겼다면 처벌될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8월에는 포항의 한 식당에서 음식에 일부러 달걀 껍데기와 머리카락 등을 넣은 일행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울산시 남구 한 식당에서 점심 시간을 맞아 종업원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유리창에 ‘행복한 일이 이만큼 생기기를’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출처: 연합뉴스)
울산시 남구 한 식당에서 점심 시간을 맞아 종업원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유리창에 ‘행복한 일이 이만큼 생기기를’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이재용 JY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손님이 처음부터 음식값을 지불하지 않고 음식을 먹으려는 고의가 있었다면 기망에 해당한다. 음식점은 이에 속아 정상적인 음식값을 지불받을 것으로 생각해 음식을 제공했다”며 “손님이 기망을 통해 재산상 이익을 챙긴 것이므로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계를 사용해 타인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로까지 평가될 수 있어 업무방해죄 역시 성립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온 것으로 조작해 환불 등을 받아내는 손님은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부 소비자들”이라며 “음식에 이물질이 나왔을 경우 환불해 주는 관행을 악용하는 일부 소비자들 때문에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음식점과 소비자 간의 상호 노력이 필요하다”며 “음식점주는 음식점 위생환경에 노력을 기해야 하고 소비자 또한 다른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부당한 행동을 주의해야 한다. 서로의 입장에서 문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용 후기 역시 소비자가 사실만을 적어야 한다”며 “이용 후기가 다른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신중하게 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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