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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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후보는 하루가 멀다 하고 국민 속 뒤집는 소리를 내놓고 있다. 신기한 능력이다. 이 정도로 계속 말의 참사를 야기하는 사람은 일찍이 없었다.

대선후보로 나온 사람이 ‘이 말 하면 국민이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고민도 하지 않는 듯하다. 듣는 사람에 대한 반응을 생각하고 말하는 게 정치인의 본능이자 숙명이다. 윤석열씨는 정치 입문하자마자 충격적인 말들을 연달아 쏟아냈다. 이때만 해도 정치를 처음 접하다 보니까 실수하는 거라면서 봐주자는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요상한 말들이 거듭해서 반복되다 보니까 이제는 모두 면역이 되거나 체념한 듯하다. 충격적인 말이 나와도 무덤덤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하면서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이다. 이게 진짜 위험하다. 윤석열씨는 대한민국 국회 의석을 33%나 가진 정당의 대통령 후보이다. 대통령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인식을 가진 사람이 대한민국호의 지휘권을 잡게 되면 나라와 사회가 어떻게 될까?

윤 후보는 전북대에서 ‘가난한 사람’과 ‘못 배운 사람’의 존엄성을 짓밟는 말을 했다. “극빈의 생활을 하고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 아니라 자유가 왜 개인에게 필요한지에 대한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전두환 찬양 못지않게 위험한 말이다. 사회통합의 저해를 넘어 공동체의 분열을 재촉하고 사회적 차별을 부추기며 차별적인 인식을 퍼트리는 반사회적 언행이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어떻게 반사회적인 말들을 쏟아낼 수 있나? 유럽의 민주주의 선진국 어느 나라에서 이런 말을 했다면 즉시 대선후보에서 쫓겨났을 것이다. 사람 차별하는 반사회적인 인식을 가진 사람은 대통령 후보 자격이 없다.

윤 후보가 말하는 ‘극빈의 생활을 하는 사람’과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은 누구를 말하는가? 극빈의 생활을 하는 사람은 도시빈민과 농어촌 빈민처럼 가난한 사람을 말하는 것 같다. ‘배운 게 없는 사람’은 누구를 말하는지 짐작이 안 간다. ‘정규학력이 낮은 사람’을 말하는가? 인간으로서 되먹지 못한 사람을 말하는가? 조선시대처럼 차별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배우지 못한 사람을 말하는가?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사람을 말하는가? 사회적 약자를 폄훼하는 사람을 말하는가?

윤 후보는 같은 자리에서 “자유의 본질은 일정한 수준의 교육과 기본적인 경제역량이 있어야만 존재하고, 자기가 자유가 뭔지 알게 되고, 나한테 자유가 왜 필요한지가 나오는 것”이라 했다. 이 무슨 궤변인가? 일정 수준 미만의 교육을 받은 사람과 기본적인 경제역량에 미달하는 경제력을 가진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르고 자유가 왜 필요한지 알지도 못한다는 뜻인가?

자유에 대한 인식이 경제 수준에 따라, 교육 수준에 따라 올라간다면 고학력자로 가득 찬 나라, 경제 수준이 높은 나라는 자유의 나라가 돼야 하지 않겠는가? 당시 경제 수준이 우리보다 훨씬 높고 정규 학력 수준이 우리보다 훨씬 높았던 독일과 이탈리아 같은 나라에서 히틀러와 무솔리니 같은 독재자를 옹립한 건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윤 후보의 언행을 보면 일관성 하나는 있다. 가난한 사람, ‘없는 사람’, ‘배운 것이 없는 사람’, ‘손발 노동’하는 사람, 인문학 하는 사람, 인도나 아프리카 사람을 폄훼하는 태도가 몸에 배어 있다. 그 뿌리는 차별을 구조화해서 보는 엘리트주의이다. 검사 생활을 오래 하는 과정에서 차별적인 인식이 굳어졌는지, 검사가 되기 전부터 그 같은 인식이 체화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엘리트주의 사상은 강고하다. 엘리트주의 사상을 갖는 건 자유지만 엘리트주의 사상으로 무장한 사람이 공직을 맡는 건 곤란하다.

사람은 말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 윤씨는 자신이 주권자에 의해 선택되는 존재라는 걸 망각하고 주권자를 모욕하고 구조적인 차별을 부추기는 반사회적인 막말을 쏟아낸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마땅하다. 국민의힘이 공당이라는 소리를 들으려면 윤씨의 대선후보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 이게 주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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