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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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의 내분이 점입가경에 오리무중이다. 어떤 소설가도 국민의힘 보다 더 실감나게 각본을 쓰기 힘들 것 같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어 긴박감을 더한다. 한 편의 영화라면 잘 감상했다고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대한민국의 정치를 좌지우지하고 국민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힘을 갖고 있어 먼 산 구경하듯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금과 같은 사태가 난 원인은 무엇일까? 이 사달의 원인은 윤석열씨, 김종인씨, 이준석씨 같은 특정인의 문제가 아니고 국민의힘 자체의 문제다. 국민의힘은 스스로 대선후보를 배출하지 못하고 외부에서 영입하는 방법을 택했다. 지난 대선 이후 4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내부에서 대선후보를 못 냈다는 것은 정당으로서 제 역학을 하지 못했다는 걸 말해 준다.

정당은 국민 속에서 자라나고 국민 속에서 성숙해져 간다. 국민의 삶의 문제, 나라의 미래에 필요한 일들을 기꺼이 감당함으로써 신뢰를 쌓고 이 신뢰의 힘을 토대로 국민의 힘을 모아나가고 그 과정에서 인물도 배출한다. 국민의 삶과 동떨어진 행동을 거듭하거나 나라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을 소홀히 하게 되면 국민의 힘은 모아지지 않고 인물도 나오지 않는다.

국민의 신뢰를 한 몸에 받는 인물군을 보유해야 수권정당이 될 준비가 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의힘은 수권의 핵심 요소인 인물 배출에 실패함으로써 대통령 후보를 당 밖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래서 영입된 이가 윤석열씨다.

윤석열씨가 영입되던 지난 7월만 해도 그의 지지도는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윤석열 지지도가 지금도 여전히 변함이 없다면 자중지란도 안 난다. 문제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쉽게 봉합된다. 하지만 지금처럼 지지도가 급전직하 하거나 떨어진 지지도가 회복조짐이 없어 보이는 경우는 서로 네 탓을 대며 싸움을 하게 돼 있다. 처방을 놓고도 입장이 너무나 달라 방법 정하기가 쉽지 않다.

윤석열 후보의 지지도가 춤을 추다가 급추락을 하게 된 이유는 뭘까? 준비된 후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2020년대 대한민국’에 요구되는 인물로서 조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대선 승리에 급급한 나머지 지금 시기에 필요한 자질을 갖추고 있지 않은 인물을 허겁지겁 모셔왔다. 이게 화근이다.

2020년대 대한민국에 필요한 대통령의 자질은 무엇일까? 적어도 다음 세 가지 자질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갈등하는 세력들 사이에 화해의 다리를 놓을 수 있는 통합 능력이 있어야 한다. 양극화와 빈부격차를 극복할 수 있는 혜안도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이해하는 안목은 필수다. 후보가 된 뒤 윤석열씨가 보인 언행을 보면 이 세 가지 모두 크게 미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1일 1망언이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설화에 휩싸였다. 독재자를 찬양하고 빈자와 ‘배우지 못한 사람’을 비하했다. ‘가난한 사람은 부정식품이라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최저임금보다 낮아도 일할 사람 있다’ ‘손발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거다’ 같은 말들의 향연 속에서 국민의 신뢰를 잃어갔다. 장모와 아내가 저지른 죄에 대해서는 별일 아니라는 태도를 보인 것 또한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양극화와 빈부격차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전혀 내지 못했다. 이 모두가 자질이 모자란 결과다.

윤석열씨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군림하고 남들을 부리는 위치에 있는 검사라는 경력만을 가진 인물이다. 그가 한 언행은 검찰이라는 거대한 성곽에 갇혀 살아온 이력의 결과다.

국민의힘은 오직 한 가지 직업, 그것도 검사로만 살았던 인물을 대선후보로 영입할 때 위험부담이 있다는 점을 몰랐을 리 없다. 어떻게든 승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후보를 꿔오는 모험을 한 것이다. 지금 벌어지는 자중지란은 자업자득이라 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왜 스스로의 힘으로 대통령 후보가 될 만한 인물을 길러내지 못했는지 자성하고 앞으로 국민의 삶과 미래를 우선하는 활동을 전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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