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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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호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헌재는 2회차 이상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운전자를 가중 처벌하는 조항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가 위헌 대상으로 삼은 것은 “음주운전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은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이다. 헌재의 판단으로 15만명이 ‘혜택’을 볼 거라는 기사를 내보내는 언론도 있지만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크게 떨어트릴 것 같아 걱정이다.

2018년 군대 휴가 나온 윤창호씨가 참혹한 음주운전 사고를 당한 뒤 가족과 친구들이 나서서 여론에 호소해 음주 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법률을 만들었다. 음주 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도로교통법(음주운전)’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음주운전 치상)’이 개정됐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원안(사망사고는 5년 이상 징역형)이 대폭 후퇴한 형태로 법률이 개정됐다. 이 개정안조차 법률대로 적용되지 않고 검사와 경찰, 판사에 따라 처벌 수위가 솜방망이 수준으로 낮아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처벌 수위가 약한 법률이 수사 과정에서 약해지고 재판과정에서 또 약해지고 해서 결국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법률이 됐다. 이 문제를 들여다보지 않고 운전자 탓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처벌이 모든 걸 해결해 주지는 않지만 처벌 수위가 낮아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법률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결과는 참혹하고 끔찍하다.

헌재는 경중을 따지지 않고 두 번 이상 죄를 범했다고 해서 일률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시간제한 없이 가중처벌하고 앞에 저지른 범죄와 뒤에 저지른 범죄가 다를 수 있는데 다른 범죄를 같은 잣대로 처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법리적으로 볼 때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했다. 국민의 법 감정에는 안 맞을지 모르지만 법적 안정을 생각해서 판결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과거 위반행위가 예컨대 10년 이상 전에 발생한 것이라면 처벌대상이 되는 재범 음주운전이 준법정신이 현저히 부족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반규범적 행위라거나 사회구성원에 대한 생명·신체 등을 ‘반복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라고 평가하기 어려워 이를 일반적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행위와 구별해 가중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0년 후 음주운전 했다고 하더라도 “준법정신이 현저히 부족한 상태가 아니”라거나 “생명·신체 등을 ‘반복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건 안전 감수성이 매우 미약한 판단이다. 왜 하필 10년 전의 예를 들었는지 묻고 싶다. 또 가중처벌 하더라도 ‘2년에서 5년 사이’이고 벌금형도 있다. 헌재 판결로 법적 안정성이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크게 약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누구를 위한 판결인가?

헌재의 판결은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의 본질적 의미를 간과했다. 법 형식에 치우친 나머지 법의 본질을 놓친 판결이다. 이 판결로 인해 생명·안전 보호에 필수적인 음주운전 금지법의 효용이 크게 저하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법률은 법 형식도 살펴야 하지만 법의 본질적 측면, 즉 범죄의 예방이라는 측면에 일차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가중처벌 조항에 손을 댄 것은 중대한 오판이라고 생각한다. 처벌조항이 약하긴 하지만 윤창호법 발효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좀 더 높아진 게 의미라면 의미이다. 가중처벌 조항에 대한 위헌 판결로 윤창호법이 무력화됐다는 신호로 읽힐 가능성이 크다.

헌재 판결로 윤창호법을 강화하는 건 그만큼 어렵게 됐다. 하지만 국회와 정부가 음주운전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면 음주운전에 대해 지금보다 형량을 배 정도로 강화하는 법률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음주운전에 관한 한 대법원 양형기준을 없애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음주운전 관련법이 솜방망이로 돼버리는 큰 원인이 바로 양형기준이다. 반성한다고 줄이고 합의했다고 줄이고 초범이라고 줄이니까 음주운전이 근절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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