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취업난과 역대급 물가상승률로 인해 청년들의 경제적 고통이 최악수준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2019년 5월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9 KB 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DB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 2019년 5월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9 KB 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DB

33만명, 비중 절반 넘어

11월 취업자수 55만명↑

洪 “양적·내용적으로 개선”

음식숙박·직원 둔 사장 타격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11월 취업자수가 전년동월대비 55명이 늘었다. 또한 60대 이상은 33만명이 늘어 여전히 노인일자리에 집중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양적으로나 내용적으로 고용상황이 개선됐다고 또다시 자화자찬하느라 여념이 없다.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79만 5천명으로 1년 전보다 55만 3천명 증가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30~40대는 10만명 가까이 감소했고, 60대 이상은 33만 1천명이 증가해 절반 훨씬 이상을 차지했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취업자수는 1~2월만 크게 감소했고, 3월(31만 4천명)을 제외하고는 4월부터 11일까지 8개월 연속 50만명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대부분 60대 이상 취업자수가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했고, 경제의 허리라 할 수 있는 30~40대 감소 현상은 그대로였다. 또한 숙박·음식업 등은 계속 악화됐고,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36개월 연속 줄었다.
 

◆노인일자리만 크게 증가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은 전혀 내버려둔 채 8개월 연속 50만명 이상 증가에 3월부터 9개월 연속 증가세라는 부분만 부각하고 있다. 특히 취업자수가 전월대비로는 10개월 연속 증가했는데 이는 2002년 2월 이후 19년 9개월 만이다. 재정을 들여 노인 단기일자리 숫자 늘리는 데 집중해 놓고는 마치 전체 취업자수가 크게 늘어난 것처럼 부각하며 자화자찬하고 있다.

이날 고용동향 발표 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용의 양적 회복세가 견조하게 지속되는 가운데 고용의 내용 측면에서도 개선 흐름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만 오미크론 변이 등으로 고용시장의 방역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살짝 언급했다.

올해 취업자수는 1월(-98만 2천명)과 2월(-47만 3천명) 크게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3월부터 회복됐다. 3월 31만 4천명에서 4월 65만 2천명으로 크게 오른 후 5월(61만 9천명), 6월(58만 2천명), 7월(54만 2천명), 8월(51만 8천명), 9월(67만 1천명), 10월(65만 2천명), 11월(55만 3천명)까지 꾸준히 50만명 이상 증가폭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60대 이상 노인일자리가 큰 비중을 차지한 덕분이다. 1월(-1만 5천명)과 2월(21만 2천명)을 제외하면 3월(40만 8천명)부터 4월(46만 9천명), 5월(45만 5천명), 6월(39만 9천명), 7월(37만 9천명), 8월(37만 7천명), 9월(32만 3천명), 10월(35만 2천명), 11월(33만 1천명)까지 모두 30만명 이상 증가했다. 60대 이상 취업자 증가를 빼면 올해 전체 취업자수 상승폭이 30만명을 넘는 달은 9월과 10월 딱 두 번뿐이다. 3월은 오히려 10만명 가까이 마이너스다.

인천시가 지역 재활용 수집 노인·장애인의 실질적 지원정책 마련을 위해 실태 조사를 했다. 사진은 인천계양노인인력개발센터 재활용품 수집 노인일자리  ‘희망손수레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 노인이 폐상자를 정리하고 있다. (제공: 인천시청) ⓒ천지일보 2021.6.24
인천시가 지역 재활용 수집 노인·장애인의 실질적 지원정책 마련을 위해 실태 조사를 했다. 사진은 인천계양노인인력개발센터 재활용품 수집 노인일자리 ‘희망손수레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 노인이 폐상자를 정리하고 있다. (제공: 인천시청) ⓒ천지일보 2021.6.24

◆유리한 숫자만 갖고 국민 눈속임하나

11월에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로 정책 전환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재확산됐고, 이로 인해 숙박 및 음식점업과 일용직, 직원을 둔 사장은 큰 타격을 받았다.

산업별로 보면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27만 9천명), 운수 및 창고업(14만 8천명), 정보통신업(10만 6천명) 등에서 취업자가 늘었으나 도매 및 소매업(-12만 3천명), 숙박 및 음식점업(-8만 6천명),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8만 1천명) 등에서 감소했다.

특히 코로나19의 대표적 피해 업종인 숙박 및 음식점업 취업자는 9월(3만 9천명)과 10월(2만 2천명) 증가했으나 11월에는 8월(-3만 8천명) 이후 석 달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일용근로자(-17만 5천명)와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4천명)도 줄었다. 일용근로자는 5월부터 7개월째 감소세다. 11월 감소폭은 1월(-23만 2천명) 이후 가장 컸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탓에 2018년 12월부터 36개월 연속 감소 중이다. 그나마 수만명대를 기록하던 감소폭은 축소됐다. 반면 상용근로자(61만 1천명), 임시근로자(10만 6천명),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4만 2천명)는 늘었다.

연령 계층별로 보면 60세 이상(33만 1천명), 20대(15만 6천명), 50대(14만 9천명)에서 취업자가 늘었고, 30대(-6만 9천명)와 40대(-2만 7천명)에서는 줄었다.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49만 7천명 늘었고 36시간 미만 취업자도 17만 8천명 증가했다. 주당 평균 취업 시간은 39.3시간으로 0.1시간 감소했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61.5%로 작년 동월보다 0.8%포인트 올랐다. 15∼64세 고용률은 67.5%로 11월 기준으로 1989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다.

실업자 수는 73만 4천명으로 1년 전보다 23만 3천명 감소했다. 실업률은 2.6%로 0.8%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달 기준으로 2013년(2.6%) 이후 8년 만의 최저치다. 취업자 중에서 추가 취업을 원하거나 불완전한 고용상태에 있는 사람까지 실업자로 간주한 고용보조지표3(확장실업률)은 11.0%로 2.0%포인트 하락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665만 3천명으로 2만 3천명 줄면서 3월부터 9개월 연속으로 감소했다. 취업준비자는 1만 4천명 늘었고 구직단념자는 10만 6천명 감소했다. ‘쉬었음’ 인구는 3만 8천명 줄었다.

수치로만 보면 정부 말대로 고용상황이 나아진 것처럼 보인다. 이 때문에 정부가 좋게 나타난 숫자만 갖고 국민들을 눈속임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대종 교수는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노인일자리만 크게 늘려놓고 자꾸 고용상황이 마치 나아진 것처럼 말을 하지만 이는 국민들을 눈속임하는 꼼수”라며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 법인세 인상 등으로 정부가 자꾸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만들고 시장경제에 너무 간섭을 하면서 기업들이 다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고, 이는 결국 2030세대들의 국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 때문에 너무 일자리가 없다보니 정부는 돈을 풀어서라도 쉽게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노인일자리만 늘리고 있는 현실이고, 고령층의 일자리 증가가 매월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는 결코 양질의 일자리를 늘린 것이 아니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창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또한 “올해 4%에 가까운 경제성장률이라면 일자리가 더 늘어야 정상인데, 노인일자리를 빼면 형편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음식숙박, 도매업은 계속 안좋고, 특히 30~40대 일자리는 그간 감소하는 등 무너지고 있어 오히려 심각한 수준이라 걱정된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작년 5월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9 KB 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DB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KB 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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