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지사. ⓒ천지일보DB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왼쪽)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천지일보DB

청년 표심 노리는 후보들

일자리·주거·교육 등 공약

이재명 ‘기본 시리즈’ 토대

尹 ‘취약계층’ 선별 지원

전문가 “MZ, 현실성 중요”

청년들 “공정한 기회 달라”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주목할 점 중 하나는 바로 2030세대다. 최근 ‘MZ세대(1980년대~2000년대초 출생자)’가 대선에서 캐스팅보터로 떠오르면서 대선 주자들은 청년 표심을 사로잡기 위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특히 이들이 ‘합리적 중도’라는 것과 특정 후보로 쏠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내년 대선은 2030의 표심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바뀐 2030, 합리적 선택하는 MZ

2030세대는 작년까지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성향이 짙었다.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서 촛불시위에 참여하며 목소리를 키웠고, 2017년 제19대 대선(문재인 대통령 당선)과 2018년 전국동시지방선거, 2020년 제21대 총선 등 전국 선거에서 민주당에 큰 힘을 실어줬다. 소위 민주당의 든든한 지지계층이었다.

그러나 올해 4.7재보궐선거부터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의 ‘조국 사태’ ‘LH 특혜 의혹’ 등 공정성 논란과 부동산 정책 실패 등으로 실망한 MZ세대가 문 정부에 등을 돌렸고, 결국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의 자리는 야당이 꿰찼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지상파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당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20대는 55.3% 30대는 56.5%가 나왔다. MZ세대의 선택이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에 중대한 역할을 한 것이다.

이 흐름은 내년 대선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거대 양당의 두 후보 모두 청년 세대를 위한 공약 개발과 소통 등으로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가 뚜렷하지 않은 20대는 유권자로서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는 경향이 짙다”며 “양당 후보 모두 비호감도가 높아 MZ세대에서 투표를 포기하는 이들도 많을 수 있다. 이들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현실적이며 합리적이고 체감할 수 있는 공약을 내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청년살롱 이재명의 경제이야기’ 금융경제세미나 초청 강연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2.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청년살롱 이재명의 경제이야기’ 금융경제세미나 초청 강연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2.7

◆李·尹의 청년 정책 경쟁

청년 표심을 두드리기 위한 정책은 여야 모두 고심이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모두 청년을 향한 정책을 앞다퉈 발표했다.

이 후보는 대표 공약인 ‘기본시리즈’를 토대로 청년 공약에 버무렸다. 이 후보는 ▲연 200만원 청년 기본소득 지급 ▲기본주택 청년우선 배정 ▲청년 기본금융 제도 ▲학자금 대출이자 지원 확대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청년 기본소득은 19~29세 청년들에게 연 1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전 국민 기본소득 100만원을 더하면 청년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연 200만원이다.

이 후보는 또 기본소득 시리즈인 기본금융과 기본주택으로 청년 표심을 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2030을 대상으로 최대 1000만원까지 3% 수준의 저리 대출을 약속했다. 또 임기 내 100만호 공급을 목표로 하는 기본주택에 청년들을 우선 배정하겠다고 공약했다.

자금 대출이자 지원 확대는 경기도에서 먼저 시행하던 ‘대학생 학자금 대출이자 지원사업’을 토대로 한 공약이다. 이 사업을 전국 대학에 맞춰 확대하고, 수강하는 학점에 비례해 등록금을 납부하는 ‘학점비례 등록금제’ 도입도 추진 중이다.

이와 더불어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로 전국을 순회하면서 청년층과 간담회를 진행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4일 오후 부산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이준석 대표와 어깨동무하며 승리의 브이를 하고 있다. (제공: 윤석열 캠프) ⓒ천지일보 2021.12.4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4일 오후 부산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이준석 대표와 어깨동무하며 승리의 브이를 하고 있다. (제공: 윤석열 캠프) ⓒ천지일보 2021.12.4

반면 윤 후보는 ▲청년 가구를 위한 원가주택 공급 ▲신혼부부를 위한 ‘역세권 첫 집’ 주택 공급 ▲취약계층 청년 청년도약보장금 지급 ▲대입 정시 비중 확대 등을 약속했다.

윤 후보는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원가주택’을 제시했다. 무주택 청년 가구가 주택을 시세보다 낮은 원가로 분양받아 5년 이상 거주한 뒤, 국가에 매각해 차익의 70%까지 가져갈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또 청년도약보장금 지급도 있다. 취약계층 청년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최장 8개월 동안 월 50만원씩 저소득층 청년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또 청년들의 재산 형성을 돕기 위해 취업 후 연간 250만원 한도로 납입액의 15~25%를 국가가 보조하는 ‘청년도약계좌’도 공약했다.

교육 공약은 ‘대입 정시 비중 확대’를 약속했다. 민주당의 ‘조국 사태’를 겨누며 ‘아빠 찬스’ 논란을 불러온 학생부종합전형의 불공정 시비를 최소화하고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방안이다. 이 외에도 ‘입시 비리 암행어사제’와 비리가 확인될 시 대학 정원 축소와 관련자를 파면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약속했다.

윤 후보는 또 선거대책위원회에 후보 직속 청년위원회를 설치해 소통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윤석열 정부에서 청년은 단순한 정책 수혜자를 넘어 국정 파트너이자 정책 기획자가 될 것”이라며 “제가 대통령이 되면 미래 세대인 청년과 함께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청년 보좌역에 대해서 “청년에 관한 것만이 아니고 이를테면 고령사회에 대한 대책 같은 것도 청년들의 스크린을 받아야 한다”라며 “단순한 인턴이 아니고 유능한 청년 보좌역을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키고 필요한 정보도 공유하고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취업난과 역대급 물가상승률로 인해 청년들의 경제적 고통이 최악수준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2019년 5월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9 KB 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DB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취업난과 역대급 물가상승률로 인해 청년들의 경제적 고통이 최악수준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2019년 5월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9 KB 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DB

◆2030세대, ‘합리·공정’이 우선

정치권에 관심이 있는 2030 세대들은 대선 후보들의 정책 공약에 대해서 ‘합리’과 ‘공정’을 제일 우선으로 꼽았다. 이들은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대선 당시 여당을 지지했다는 이동호(20대, 남, 서울시 서초구)씨는 “그때 당시엔 바뀐 정권에 희망을 보고 군에 입대했었다”며 “군대를 제대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군대 가기 전보다 더 상황이 안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한 답답함은 이루 말할 것 없고 대장동 의혹 등 정치권에서 봤던 일들로 상대적 박탈감도 생겼다”며 “지금 우리 청년들에게 필요한 건 다른 게 아니라 바로 균등하고 공정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정치외교학과를 다닌다는 김지훈(가명, 20대, 남, 경기도 수원시)씨는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나서 자연스레 후보들의 공약에 눈이 갔다”며 “얼마나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가 청년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20대 유권자들은 대부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주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취업준비생인 강세현(가명, 여, 20대, 서울시 관악구)씨는 “내 꿈을 위해 계속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 꿈보다 남들이 보기에 안전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가 고민”이라고 하소연했다.

대학생인 최혜빈(20대, 경기도 평택)씨도 “정치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이야기를 할 때 합리적인 공약을 낸 후보한테 더 마음이 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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