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레=AP/뉴시스] 29일(현지시간)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서 한 남성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벽을 소독하고 있다.
[하라레=AP/뉴시스] 29일(현지시간)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서 한 남성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벽을 소독하고 있다.

유럽서 집단감염 사례 나와

11월 18개국서 확진자 보고

69개국서 변이 대응 여행제한

WHO “유행 위험성 매우 커”

면역회피·백신 영향 우려 ↑

면역결핍환자·동물 기원설

[천지일보=이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 변이인 오미크론이 유전자 서열의 세계 데이터베이스에 처음 나타났을 때 과학자들은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이상한 바이러스였다. 2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그것은 제멋대로의 돌연변이 무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바이러스를 중화시키는 항체의 능력을 저해하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껏 이렇게 많은 돌연변이가 모인 변이는 없었다. 이미 알려진 돌연변이도 있었지만 어떤 것들은 완전히 수수께끼였다.

텍사스 A&M 대학의 바이러스학자 벤자민 노이만은 WP에 “우리는 다른 코로나 변이에서 돌연변이를 2~3개씩 봐 왔고 그때마다 중화시키기가 좀 더 어려웠지만 이들이 특별히 빨리 퍼지진 않았다”며 “그런데 지금, 돌연변이가 이렇게 한꺼번에? 완전한 블랙박스다”라고 말했다.

이 돌연변이들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오미크론을 가장 빨리 ‘우려 변이’로 지정하도록 만들었다. 오미크론의 출현은 이미 여행 제한, 정부 회의, 만약을 위해 변이 특화 백신 작업에 돌입한 백신 제조사들의 약속으로 이어졌다.

◆각국 추가접종 확대·입국규제 강화

세계 곳곳에선 오미크론 감염 사례를 연이어 보고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이날 최소 18개국과 지역에서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확인됐다. 포르투갈에서는 프로축구 벨레넨세스 소속 선수와 직원 등 13명이 집단으로 오미크론에 걸렸으며 스페인과 스웨덴, 프랑스, 아일랜드 등에서는 첫 감염사례가 확인됐다. 전에 오미크론 사례를 보고했던 영국과 독일에서는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

전 세계적으로 기록된 오미크론 감염자 대부분은 해외에서 온 여행객들이었으나 포르투갈과 스코틀랜드에서 발생한 사례들은 이 변이가 이미 현지에서 퍼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 독일에서도 해외여행 이력 없는 오미크론 감염자가 발견됐다.

각국은 입국규제를 강화하고 추가접종을 확대하는 등 대처에 나섰다.

일본은 모든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금지한다고 발표했으며 이스라엘도 이에 동참했다. 모로코는 들어오는 모든 항공편을 금지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도 남아프리카에서 오는 여행객들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날 기준 최소 69개국과 지역이 오미크론에 대응해 여행제한 조치를 가했다. 미국과 영국 당국은 추가접종(부스터샷) 대상을 18세 이상 모든 성인으로 확대했다.

세계적인 우려에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의사들은 오미크론 환자들이 지금껏 대부분 가벼운 증상을 겪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다만 증상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는 아직 이른데, 남아공 대부분 사례는 노인층에 비해 건강한 20~3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WHO는 오미크론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예비 증거에 근거해 이번 변이로 인한 세계적 위험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유엔 보건기구는 WHO가 회원국에 제출한 기술보고서에서 오미크론에 대해 가장 강력하고 노골적인 경고를 했다.

WHO이 오미크론에 대해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하면서도 이처럼 강력하게 경고하는 이유는 오미크론이 면역체계의 반응을 회피하고 전파력이 더 클 수 있다는 예비 증거가 나왔기 때문이다.

애시시 자 브라운대 공중보건학부 학장은 CNN에 오미크론으로 인해 국가들이 코로나19 범유행을 통제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자 교수는 “이 변이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두 가지”라며 “첫째는 델타 변이보다 (오미크론이) 꽤 전염성이 높다는 것이며 오미크론에서 관찰된 많은 돌연변이가 백신과 단클론 항체와 같은 특정 치료제의 대상인 스파이크 단백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두 번째”라고 말했다. 그는 “백신의 효능에 대해 정말 걱정한다”며 “백신이 전혀 효과가 없을까 봐 걱정하는 게 아니라 백신 효과에 타격을 입힐까봐 걱정된다”고 설명했다.

[리스본=AP/뉴시스] 29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 시내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거리를 걷고 있다.  포르투갈 프로축구 벨레넨세스 소속 선수와 직원 등 13명이 집단으로 오미크론에 감염된 것이 확인되면서 당국은 이미 지역에 오미크론이 퍼졌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리스본=AP/뉴시스] 29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 시내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거리를 걷고 있다. 포르투갈 프로축구 벨레넨세스 소속 선수와 직원 등 13명이 집단으로 오미크론에 감염된 것이 확인되면서 당국은 이미 지역에 오미크론이 퍼졌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델타 능가 여부에 초관심

과학자들은 사실을 앞서나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 변이가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최악의 경우 오미크론은 알파, 베타, 람다, 감마, 뮤와 달리 델타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 이 변이들 역시 처음에는 걱정스러운 돌연변이와 악명 높은 시기가 있었으나 전염성이 강한 델타로 인해 사실상 멸종으로 내몰렸다. 특히 뮤는 항체의 효력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진 돌연변이와 함께 나타나 델타가 유행하기 전 1~2주 동안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었다.

미 툴레인대학교의 바이러스학자 로버트 F.개리 주니어는 “우리는 지금 델타 대유행 상태에 있다. (오미크론이) 델타를 능가할까”며 “오미크론이 델타를 능가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특별한 특성을 보여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크립스 연구소의 면역학자 크리스티안 G. 안데르센은 WP에 “내가 어느 정도 확신하는 것은 이것(오미크론)이 지금까지 우리가 본 것 중 가장 면역 회피 종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오미크론의 기원은 불분명하다. 코로나 바이러스 가계도의 외딴 부분에서 나온 듯한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델타의 돌연변이 일부를 공유하지만 델타의 후손은 아니다.일부 지역에서 검사와 유전자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과학자들은 이 변이가 얼마나 오랫동안 유통돼 왔는지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오미크론이 장기간 감염을 가진 면역 결핍 환자 내에서 수개월에 걸쳐 진화했거나 단일클론 항체 또는 회복기 혈청 같은 치료를 받은 환자에게서 살아남은 바이러스 변이가 잠재적으로 많은 돌연변이를 모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미크론이 이전에 인간에서 볼 수 없었던 돌연변이 배열에 기초한 만큼 동물에게서 왔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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