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택분 종부세 부과 94만 7천명
인구대비 2%, 유주택자 대비 6.4%
홍남기 “인별 기준 판단이 타당”
“집이 없어도 종부세 내나, 국민 우롱”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올해 정부가 고지한 주택분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과 인원은 94만 7천명으로, 고지 세액은 5조 7천억원이다. 1인당 평균 600만원이다. 국세청은 지난 22일부터 고지서를 발송했다.
종부세는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에게 조세부담의 형평성 제고와 부동산의 가격안정을 도모한다는 목적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 제정됐다.
정부는 앞서 정확한 인원을 발표하기 전에도 국민의 98%는 고지서를 받지 않는다고 밝혔는데, 이번 발표에도 종부세 부과 인원은 2%밖에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최종 결정세액은 납세자의 합산배제 신고 등에 따라 고지 세액보다 약 10% 정도 줄어든 5조 1천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의 ‘전국민의 98%는 고지서를 받지 않는다’는 입장에 논란이 크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국민의 98%는 고지서를 받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하며 “일각에서는 전 국민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세대 또는 가구 기준으로 과세 대상 수준을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종부세는 인별 과세체계이므로 인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부연했다.
곧 홍 부총리는 전체 인구 대비해서 종부세 부과 인원을 계산한 것이다. 홍 부총리의 말대로 종부세는 인별 과세체계가 맞다. 주민등록상 부부나 가족이 한 세대로 있더라도 각자 명의로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종부세 대상에 포함되면 각자에게 종부세가 부과돼 고지서도 각 개인에게 발송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별 과세체계이기 때문에 전체 인구를 종부세 고지서를 받지 않는 비율로 넣는 것이 타당한 것이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종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조건은 집을 갖고 있는 사람한테만 해당된다. 집이 없는 사람은 종부세와는 애초부터 전혀 상관이 없으며, 집을 갖게 되는 순간부터 종부세를 낼 가능성이 성립하게 된다. 그럼에도 애당초 상관없는 무주택자뿐 아니라 아기부터 미성년자까지를 종부세 고지서를 받지 않는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맞는 것일까. 홍 부총리와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선거때마다 집계하는 투표율에 대해서도 선거할 권리를 가진 사람 곧 유권자(현행 만18세 이상)에 한해서만 투표 비율을 따질 것이 아니라 유권자가 아닌 사람까지 포함한 전체인구를 대비해 투표율을 계산하는 것이 맞다는 얘기인 셈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 대부분이 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만 종부세가 부과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유주택자들을 대상으로 비율을 계산하는 것이 맞다고 말한다. 유주택자 중에서 종부세 부과인원을 계산하면 2020년 기준으로 1469만 7천명 중 6.4%에 해당한다. 흔히 ‘부자세’라고 말하는 종부세를 내야할 사람이 집을 가진 사람 중에서는 6%나 넘는다는 얘기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집이 없어도 종부세를 내는가. 또 한두 살 아이도 과연 종부세를 내는가”라고 비꼬면서 “정부가 말한 2% 자체가 국민을 쪼갠 것이다. 주택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에서 몇 퍼센트가 종부세를 내는지를 비율로 따져야지. 이건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실제 유주택자를 대상으로 하면 7.5% 비율은 될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만 해도 종부세 대상은 불과 1%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8% 가까이 나왔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세금을 엄청 올린 것이다”고 지적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종부세라는 것은 시세를 반영하는 것이고, 굉장히 소득이 많은 사람들한테 부과하는 것인데, 100만명에 육박한다는 것은 세대주별로 따진다면 1인가구를 빼더라도 2천만명은 될 것이다. 곧 약 5%다”면서 “이는 상당히 많은 비중이다. 이 때문에 공자의 속담 중 무서운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게 세금이라는 ‘가렴주구(苛斂誅求, 가혹하게 세금을 거두거나 백성의 재물을 억지로 빼앗음)’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입장대로 국민전체를 비율로 따졌다면 종부세를 내는 대상의 가족까지 고지서를 받는 비율로 따져야 한다는 해석을 내놨다. 신 교수는 “종부세라는 것은 주택을 가지고 있는 가족 전부가 피부로 다 느끼는 것이다. 세금을 내는 사람만 95만명이니깐 2%밖에 안된다는 주장은 만약 공무원이 했다면 정말 무서운 공무원이다”라면서 “종부세는 이를 내는 사람의 한가족, 곧 가계전체가 부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이를 4인가구 이상으로 가정해 전체비율로 따진다면 10%가 훨씬 넘는다”고 말했다.
주택을 가진 사람 중 100만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올해 종부세를 낸다. 정부는 전체 인구대비로 따져 2%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논리가 틀리다고는 할 수 없다. 자녀에게 주택을 증여하는 데는 나이제한이 없다. 곧 1세라도 부동산을 소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 차라리 미성년자 자녀에게 증여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가 성인이 된 이후 직장을 다니거나 사업을 해서 혹은 재테크를 해서 돈을 버는 등 오랜 노력 끝에 얻는 ‘내집’ 마련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절반 이상은 무주택자다. 그만큼 요즘은 대출을 받아도 열심히 돈을 모아도 내집 마련을 하는 것이 더욱 어려운 세상이 됐다. 그런데도 정부는 1세부터 미성년자까지도 집이 있어야 내는 종부세를 납부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으로 분류한 셈이다. 이는 국민적인 상식에서 너무 많이 벗어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