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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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나 재주, 기량 따위가 서로 비슷해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상대’를 맞수라 한다. 개인기든 단체경기든 맞수끼리 시합경기에는 관중들이 많은데, 국민의힘이 대선 경선 흥행몰이를 위해 경선주자 맞수토론을 진행해 관심이 높은 편이다. 경선 과정에서 맞수끼리 1대 1 토론은 아마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래서 정치인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관심을 가졌으니 그 맞수토론이 지난 15일 서울 상암동 MBC사옥에서 열려 1차 맞수토론은 유승민 후보 대 원희룡 후보, 이어서 윤석열 후보 대 홍준표 후보 간에 토론 설전이 벌어졌다.

대선 경선 후보 간 맞수토론의 경우 그 특성상 정책 능력과 현실 분석 능력이 뛰어난 합리적인 정치인이 아무래도 주도권을 갖는 데 유리하다. 경륜을 내세우거나 해박한 지식 등에 근거해 조리 있게 토론한다면 시청하는 많은 국민들도 달리 볼 것이다. 그러나 했던 말을 또 하고, 정책적인 토론보다는 상대방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며 인신공격하는 것은 자신뿐만 아니라 맞수끼리 정책 토론을 기대하는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지 못함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그런 맥락에서 15일 열린 맞수토론에서 유승민 후보와 원희룡 후보 간 정책 토론은 야당 경선 후보로서 갖고 있는 정책에 대해 널리 알리고, 국민들의 편의와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려는 후보 입장에서 잘된 토론이라 하겠다. 유-원 후보 간 맞수토론에서 평소 경제통이라 하며, 경제정책에 자신이 있다고 했던 유 후보의 논리보다 원 후보의 현실적인 정책들이 눈에 띄었던바, ‘반반(半半)주택’ 정책이 그 사례이다. 주택을 구입할 때 50%를 국가가 부담하고, 실구매자가 50%를 부담한다는 것인데, 국가재정이 양호한 상태라면 좋은 정책으로 평가받을만하다.

정작 이날, 윤석열–홍준표 후보 간 맞수토론에서 시청자들의 기대는 높았다. 평소 언변이 좋다고 자평했던 홍 후보가 토론 전부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검사직밖에 한 게 없어서 몇 번 토론해보면 실력이 바닥날 것이라 장담했던바, 그 말은 결과적으로는 용두사미(龍頭蛇尾)였다. 각자 20분간 사용하게 되는 토론 시간 내내 홍 후보는 윤 후보의 도덕성을 물고 늘어졌다. 새로운 것이 아니라 1차 컷오프에서도 이미 여러차례 나왔던 내용 그대로였다.

홍 후보는 상대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가 대선 주자로 확정됐는데, 상대 후보를 이기려면 도덕성에서 흠이 없어야 한다는 기조였다. 그래서인지 윤 후보에 관한 ‘고발 사주’ 의혹 등을 비롯해 장모, 배우자의 건을 나열하면서 공격했던바, 번번이 윤 후보의 답변에 막혔다. 윤 후보는 자신의 건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으로부터 검찰총장 임명장을 받을 때 (눈치보지 말고) 부패권력을 철저히 수사하라, 청와대와 여권도 예외가 아니다”는 식의 지시와 당부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조국 전 장관 수사 등을 법과 원칙에 따라 한 것뿐인데 여권으로부터 프레임에 갇히고 여권 성향 단체로부터 고발당하는 등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윤 후보는 “전 떳떳하다. 프레임을 만들어 공격하는 걸 가지고 홍 후보가 말하는데 제가 재작년부터 이 정부와 대립각 세우면서 살아있는 권력 수사할 때 그때도 다 나온 얘기”라며 의혹들을 일축하면서 배우자, 가족 문제도 해명했다. 홍 후보가 계속 도덕성을 물고 늘어지자 윤 후보는 “홍 후보님의 처남이 교도소 공사 준다고 해서 실형 받은 것은 본인과 관계가 없는 거냐”고 덧붙였고, 이에 홍 의원은 ”나하고는 (관계가) 없다. 윤 후보는 직계가 아니냐”고 답했다. 장모, 배우자, 처남은 민법상 가족관계이나 직계는 아니다. 홍 후보의 답은 궁색해졌고, 전형적인 내로남불과 다름이 없다. 윤 후보는 “이런 진흙탕으로 당을 26년 지켰다고 하면서, 4선이냐, 5선이냐, 지사도 했었으면 좀 격을 갖추라”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두 후보 간 맞수토론에서 정책 토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홍 후보가 자신의 대북 정책에 대해 “남북 불간섭주의를 천명하고 서로 간섭하지 말자, 체제 경쟁하자는 것”이라고 말하자 윤 후보는 “북한이 서로 불간섭하자고 하냐. 미사일을 뻥뻥 쏘는데 불간섭이 되겠느냐”며 “현실에 입각해서 실현 가능한 걸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후보가 토론이 거듭될수록 윤 후보 밑천이 바닥날 거라 했지만, 지금까지 토론을 본다면 홍 후보가 의외의 복병을 만난 것이다.

특히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의 “(국민의힘) 1, 2위 후보 토론 평가는 언중유골이다. 한 마디로 실망스러웠다는 것이며, 정책토론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은 홍 후보의 탓이라 했다. 그는 토론 전반에서 윤 후보의 토론 실력이 나아진 반면, 홍 후보에게는 “술 먹고 행인에게 시비 거는 할아버지 같다”고 혹평한즉, 아마도 국민의힘 경선 주자 1위, 2위답게 품격 있는 토론으로 국민이 원하고 사회에 도움되는 맞수토론을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의 토로가 아닐까. 앞으로 남은 2차, 3차 맞수 토론은 식상한 문제보다는 멋진 정책 토론으로 전개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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