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 정대협
“살아 있는 역사의 현장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것”

-<20년간의 수요일> 일본어판이 출간돼 지난달 31일 오사카에서 출판기념식을 했다. 현지 반응은 어떠했나?
250명 좌석에서 기념식을 했는데 400명이 넘게 참석해 준비한 책도 부족할 만큼 호응이 좋았다. 정대협 운동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변화·발전됐는지 한눈에 들어오고 위안부라는 어려운 주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는 평을 많이 들었다.

특히 현지에서 일본의 역사 왜곡에 반대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는 단체들이 대중들에게 보급할 수 있는 좋은 책이라며 적극적으로 책을 소개하고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권장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에서는 절판돼 현재 재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외 모두 책에 대한 반응이 좋아 보람을 느낀다.

-20년 넘게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수요 시위’를 진행해왔다. 어떤 성과가 있다고 보는가
언젠가 할머니들이 시위에 나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때까지도 일본 정부가 변화지 않을 수도 있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아직도 ‘전쟁’이나 ‘인권 유린’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본에 요구해왔던 ‘평화’ ‘인권’ ‘올바른 역사 회복’ 등의 외침은 가치가 있다고 본다.

또 전쟁을 경험하지 못하고 역사의 산증인인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미래세대를 위해 1000회 시위 때 평화비를 건립해 소중한 가치를 이어나갈 것이다.

20년을 이어오면서 ‘수요 시위’는 과거 역사의 증인과 미래세대가 만나는 공간이 되기 때문에 시대를 초월한 ‘역사교실’이고, ‘거리의 박물관’이다. 이 역사 현장을 미래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해 올해에는 박물관도 건립할 예정이다.

또한 이 집회는 아시아 지역의 피해 여성들도 함께 평화를 외칠 수 있는 국제연대의 장이 됐다. 그러나 20년 동안 피해자를 길거리에 세워놨다는 것은 한국사회가 반성해야 한다. 이 시위가 앞으로 한국사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20년이 지나서야 박물관을 열게 된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아직 한국사회가 위안부 문제를 지지하거나 모금에 참여하는 사회는 아니기 때문이다.

피해자 할머니들이 직접 돈을 기부하고 아이들이 정성껏 모은 저금통, 쪼들리는 생활에서도 만 원씩 후원해주는 회원들의 힘으로 기금이 마련됐다. 소액이 모여 기적을 만든 가치 있는 결실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해외 지진 피해나 일본 쓰나미 피해 때에는 높은 관심을 보이고 큰 성금이 모이는 것을 보면 아쉬운 마음이 든다.

박물관 부지의 경우 서대문독립공원 매점 자리로 낙점받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독립운동 일부 유족들의 반대로 5년간 기다려왔지만 결국 무산됐다.

더 이상 미룰 수만은 없어 성미산 부지에 건립하지만 이곳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서대문독립공원 내 박물관이 설립할 수 있게 되면 또 다른 성격의 박물관을 세울 것이다.

성미산에 세워질 박물관은 오는 14일 설계 도안이 공개된 후 리모델링에 들어가 12월 10일 개관하게 된다.

-앞으로의 계획과 해결해야 할 과제는
20년 동안 변화되지 않은 곳이 있다면 일본정부와 우리 정치권이다. 우리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는다면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기업의 경우 기업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며 후원을 꺼리는데 위안부 문제 자체가 걸림돌이 아니라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현실이 걸림돌이다.

많은 분이 할머니들에게 차 한 잔, 밥 한 번 대접한다고 생각하고 후원해준다면 이 운동을 이끌어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고 사회적 인식 변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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