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용 변리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퍼거슨 감독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박지성 선수만 잘 썼다면 메시도 꺾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칭찬하며, 박지성 선수가 뛰어난 이유는 체력이나 기술이나 팀을 위한 헌신이 아니라, 누구보다 움직임이 탁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답게 재빨리 수비 배후로 알맞은 위치를 찾아 돌파하며 상대수비를 분산시키고 골키퍼와 마주하도록 빈 공간을 슬기롭게 찾아 열심히 뛰어다닌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공이 없는 상황에서의 움직임이 최고라고 말한 것이다.
특허에서도 알맞은 내비게이션을 사용해 경쟁자·경쟁사보다 재빠르게 공략해 빈 공간을 찾는, 공백 기술도 찾고 이를 제대로 활용토록 할 방법이 없을까? 쏟아지는 복잡하고 방대한 특허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가공, 분류, 분석해서 시각적으로 표현한 기술성, 사업성, 권리성, 시장성을 알려주는 분석도표를 특허맵(patent map)이라고 한다. 해당 분류의 기술에 대한 과거부터 현재까지 전반적 기술적 흐름과 문제점 등을 어떻게 해결해왔는가를 파악할 수 있고, 앞으로 기술의 전망과 신기술 분야를 분석해 미래에 대처하는 분석이다. 정량적으로는 건수 추이와 상관도, 레이다 표시 맵과 분포 표시 맵으로, 정성적으로는 데이터 수량에 따른 기술동향의 추이를 이해해 제품이나 연구개발 기술에 활용하도록, 리스트 표시 맵, 매트릭스 표시 맵, TEMPST 맵, 요소별 표시 맵 등을 활용하는 것이다.
특허맵은 일반적으로 4단계로 이루어지는데, 1단계는 자료조사 및 분류(테마 설정 후 분석 및 전략 수립, 키워드 논의, 예비검색, 검색, 초록 추출 및 검토, 보완, 원문 입수 후 자료 분석, 도표화 및 매체화), 2단계는 정량 분석(연구주제, 중점기술, 발명자 파악 등), 3단계는 정성 분석(핵심특허 및 권리범위 파악, 회피설계 및 공백기술 파악), 4단계는 대응전략과 연구개발 방향 설정이다. 이 설계를 잘해서 연구개발과 특허를 등록받게 되면 차후 특허분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 특허침해에 경고장을 발송하게 되면, 그 반대로 대처하는 방법은 특허권자로부터 받은 경고장에 대해 당황하지 말고, 제품을 잘 분석해 침해 여부를 분석해야 한다. 심사이력과 분쟁 특허의 패밀리 특허를 확인하며 특히 특허 청구범위에서 구성완비의 원칙(All Element Rule)을 준수했는가를 살피며 비침해 논리를 도출하고 또한 특허권자의 특허가 선행기술로부터 용이하게 발명할 수 있는 무효 사유가 있는지, 회피 설계가 가능한 것인지, 우리도 공백 기술이 있다면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빠른 특허출원을 해둘 일이다. 이런 매력적인 특허맵을 왜 진작 활용할 생각을 안 했을까? 특허청, 한국발명진흥회, 지식재산센터, 수출바우처 등의 사업으로도 합리적 비용으로 튼실하게 특허컨설팅이 가능한 만큼 연초에 지원과제 공고를 유심히 보고 활용하면 바람직하다.
대내외적으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특허 전쟁 중에 특허맵의 활용은 긴요하다. 2019년 일본에서 소재부품장비 수출규제 조치로 인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우리 주력 산업 공급망에 가해진 위협에 대응해 소부장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해 그동안 일본에 의존했던 100대 핵심 소부장에 대한 공급 안정화 대책을 착실히 추진한 결과, 생산에 차질 없이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평시이든 전시이든 미리 거시적 안목에서 수시로 특허맵을 활용해 연구개발과 시장을 개척해 나갈 일이다. 최근 미국 특허청에서는 특허대상 적격요건의 강화로 인해 추상적 아이디어(abstract idea) 결정으로 이에 따른 무효가 증가하고 있으며, 비자명성 판단요건이 강화가 돼 특허등록 가능성을 낮춰주고 있다.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에 대한 수준을 강화해 선행기술의 결합에 의한 특허가 자명하지 않느냐며 등록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들고 무효 비율이 높아지는 것이다. 청구항 명확성의 요건도 강화돼 중의적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 내용에 대해 특허 무효사유가 될 수 있다. 특허권자에 대한 보호가 강화돼 전시회에 특허침해 제품을 전시할 경우 청구인의 현저한 손해를 긴급히 습격해서 구제받도록 손해구제명령으로 특허 침해품에 대해 압수를 할 수 있다(Temporary Restraining Order).
손자병법에서 말한 바와 같이,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코로나19로 불안정하고 숨막히는 어려운 시절에도 시대에 뒤떨어진 종이 지도를 펼쳐가면서 개발 업무를 진행하기보다 행동하는 특허 내비게이션을 활용하면 연구개발과 기술사업화 성과를 높이며 안심하고 건너갈 수 있겠다. 특허 내비게이션, 연구개발과 기술사업화에 앞서 언제 어디서나 어떠한 역량과 자원으로든 당면 목표를 위해 최우선 실행해야 할 특허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