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원민음 기자] 9일 종로에서 학생들이 거리를 걷고 있다. ⓒ천지일보 2021.10.9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9일 종로에서 학생들이 거리를 걷고 있다. ⓒ천지일보 2021.10.9

“지금 현실, 더 안 좋게 흘러가”

여야 논란에 “둘 다 지지 못해”

청년들 “도덕성·인성은 기본”

20대 ‘일자리 문제’ 해결 강조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지금 현실보다 차라리 ‘오징어게임’이 더 평등한 거 같아요. 드라마에서는 자기 능력을 써서 이기면 정직하게 결과를 얻잖아요. 2016년 촛불시위의 결과로 현 정부가 들어섰는데, 청년들에게 주어진 결과는 평등이 하나도 없어 보여요.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고 극심한 취업난, 역대급으로 하락한 저출생율과 코로나19로 인한 답답한 환경이 불어닥쳤어요. 만약 이런 것들을 해결해주고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를 만들어주는 (대선) 후보가 있다면 전 주저 없이 투표권을 행사하겠습니다.”

9일 서울역에서 만난 회사원 박지현(가명, 30대, 서울시 광진구)씨의 하소연 섞인 호소였다.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5개월여 앞두고 서울 각지에서 만난 20~30대 청년들은 대선 후보들의 자질에 대해 ‘공정’과 ‘평등’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지난 대선 당시 여당을 지지했다는 이정미(30대, 여, 서울시 관악구)씨는 “대통령이 바뀌고 현재 4년가량 지내왔는데, 청년들의 현실은 오히려 더 안 좋은 상황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며 “차기 대통령이 청년들을 위한 정책도 반드시 실현해 대한민국을 공정하게 이끌어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0대 회사원 박진모(가명, 서울시 서초구)씨는 요즘 직장 동료들과 정치 이야기를 제일 많이 한다고 했다. 박씨는 “아무리 그래도 대통령은 도덕성과 인성이 기본으로 돼 있어야 한다”며 “현 정부가 가진 문제점과 함께 도덕성까지 문제가 있다면 그런 후보를 찍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고시생들이 9일 노량진 컵밥거리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0.9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고시생들이 9일 노량진 컵밥거리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0.9

20·30세대들 중 정치에 관심을 둔 청년들은 왜 공정과 평등에 눈길을 주고 있을까. 그만큼 현 사회가 불공정하고 불평등하다고 느낀다는 방증에 힘이 실린다. 특히 최근 이슈가 된 정치권의 논란들도 그런 인식에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현재 여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는 이재명 경기지사다. 하지만 이 지사는 현재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으로 계속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어 공정과는 거리가 멀어진 모양새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경선 레이스를 달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고발사주 의혹과 더불어 각종 구설수로 인해 공정과 평등에서는 강점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는 청년들이 바라는 자질을 가진 후보가 부족하다는 지적과도 맞닿아 있다.

이렇기에 여야 후보 둘 다 지지할 수 없다는 청년들도 있었다. 지난 4.7재보궐선거 때 국민의힘을 지지했다는 이기상(가명, 30대, 서울시 관악구)씨는 “솔직히 어느 정당이든 지지할 후보가 없는 건 매한가지”라며 “차라리 인지도가 없어도 도덕성이 훌륭하고 정책적으로 검증된 후보가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종로구 대학로에서 만난 전수근(가명, 30대, 경기도 안산)씨는 “현재 선거는 최악이 아닌 차악(次惡)을 뽑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전씨는 “‘정권심판’이라는 말 자체는 공감이 된다. 도저히 지금 현실에서 살기 너무 힘들고 팍팍하다”면서 “그렇다고 야당을 지지하는 것도 어려울 것 같다. 이전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민주당이 들어섰는데 다시 민주당을 심판하기 위해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9일 시민들이 청계천을 구경하며 거리를 지나다니고 있다. ⓒ천지일보 2021.10.9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9일 시민들이 청계천을 구경하며 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천지일보 2021.10.9

정당이 아닌 구체적인 공약을 중심으로 투표하려는 청년들도 눈에 띄었다.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김재훈(30대, 남, 경기도 수원시)씨는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나서 계속 보는 것이 후보들의 공약”이라며 “직장인과 중산층들을 위한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있는 공약을 가지고 나온다면 누구라도 그런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정(20대, 여, 서울시)씨는 “주변 친구들을 보니 아이를 낳고 기르기 너무 힘들어진 것 같다”며 “당장 여성들의 문제에 대한 공약과 저출생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실천하는 후보에게 한 표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20대 유권자들은 대부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주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노량진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이수영(여, 경기도 안산)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계속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꿈을 위해서 보다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는 목표했던 것보다 안전하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대학생인 김가영씨도 “솔직히 새로운 나라를 만들 대통령으로 누가 적임자인지 잘 모르겠다”며 “모든 세대가 평등하게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정책을 내주는 후보를 선택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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