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일본)=AP/뉴시스] 지난 4일 일본의 총리로 취임한 기시다 후미오가 도쿄 총리 관저에서 첫 기자회견을 가지고 발언하고 있다. 2021.10.08.
[도쿄(일본)=AP/뉴시스] 지난 4일 일본의 총리로 취임한 기시다 후미오가 도쿄 총리 관저에서 첫 기자회견을 가지고 발언하고 있다. 2021.10.08.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 ‘매우’ 빼

중국과 관계는 견제와 협력, 투트랙 기조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8일 취임 후 첫 국회 연설에서 한일 간 갈등 현안과 관련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정권 때와 같은 기조로 기존 일본 정부의 입장을 유지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후 국회 소신표명 연설(所信表明演説)에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라면서 “다시 건전한 관계로 돌아가기 위해서도 우리의 일관된 입장을 바탕으로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0월 스가 전 총리가 첫 소신표명 연설 때는 “한국은 매우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했는데 ‘매우(極めて)’란 표현이 빠졌다.

그간 일본 정부는 지난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이나 2015년 한일 외교장관의 위안부 합의 등으로 과거사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는 입장을 반복해왔다.

전임 아베·스가 정권에 이어 기시다 총리도 이날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 측이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내놓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향후에도 꽉막힌 한일관계는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그는 “(납치 문제는)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모든 납치 피해자의 하루라도 빠른 귀국을 실현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저 자신은 조건 없이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서기(북한 국무위원장)와 직접 마주할 결의”라고 각오를 다졌다.

기시다 총리는 “미국을 비롯해 호주, 인도, 아세안, 유럽 등의 동맹·동지국과 연계해 미국·일본·호주·인도(쿼드)도 활용하면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중국과 안정적 관계를 구축하는 건 양국과 지역 및 국제사회를 위해 중요하다”며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과 연계하면서 중국에 대해 주장할 것은 주장하고, 책임 있는 행동을 강하게 요구하는 동시에 여러 과제에 대해 협력해 가겠다”고 덧붙였다.

미국 등 동맹들과 연대해 해양 진출을 강화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한편 경제 등 분야는 양측이 협력하는 투트랙 전략, 즉 경쟁과 협력을 함께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러시아와의 관계를 언급하고 “러시아와는 영토 문제 해결 없이는 평화조약 체결도 없다”며 “정상 간 신뢰 관계를 구축하면서 평화조약 체결 등 러일 관계 전체의 발전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일본은 남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 영유권 다툼으로 아직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외에도 국내 정책의 기조로는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사회의 개척을 제시했고 국가안전보장전략과 방위대강, 중기방위력정비계획을 개정하겠다는 의사도 표명했다.

한편 일본에선 새로 취임한 총리가 당면 정치 과제에 관한 기본 인식을 드러내는 국회 소신표명 연설을 하는 것이 관례다. 기시다 총리 취임 후 첫 주요 국회 연설이어서 현지뿐 아니라 주변국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