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출처: 뉴시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출처: 뉴시스)

김여정, 이틀 연속 담화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 언급

북한 훈풍에 신중론 또한 많아

美외교 기조 변화에 北실리 관측도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25일 남북 간 상호존중 유지를 조건으로 종전선언과 정상회담 개최 논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 부부장이 이틀 연속 담화를 내고 종전선언은 물론 남북정상회담까지 거론하는 등 한발짝 더 나간 모습인데, 문 대통령 임기 말 남북‧북미 관계 개선 등 한반도 평화 시계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김여정 “상호존중 시, 남북정상회담 논의”

김 부부장은 이날 저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낸 담화에서 “의의 있는 종전이 때를 잃지 않고 선언되는 것은 물론 북남공동연락사무소의 재설치, 북남수뇌상봉과 같은 관계 개선의 여러 문제들도 건설적인 논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라고 전제했다.

또 “어제 담화 발표 이후 남한 정치권을 주시했다”면서 “경색된 북남 관계를 하루 빨리 회복하고 평화적 안정을 이룩하려는 남조선 각계의 분위기는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역시 그 같은 바람은 다르지 않다”고도 했다.

김 부부장은 하지만 “공정성과 서로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유지될 때만이 비로소 북남 사이의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이중 기준’과 적대시 정책, 적대적 언동 등이 없어야 한다”고 조건을 내걸었다. 또 “조선반도 지역에서 군사력의 균형을 파괴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에 이어 이날 담화에서도 언급한 이중잣대는 남측이 한미 연합훈련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국방비 증대 등을 자위권 차원이라고 밝히면서 자신들의 순항·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군사력 과시는 도발로 규정짓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김 부부장은 전날 담화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추진’ 제안에 대해 시기와 조건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며 “적대적이지 않다면 얼마든지 관계 회복과 발전 전망에 대한 논의를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도보다리 산책 회담을 마친 후 돌아오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천지일보 2018.4.27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도보다리 산책 회담을 마친 후 돌아오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천지일보 2018.4.27

◆남북관계 개선 물꼬 트이나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을 고리로 한 남북대화 돌파구 모색이라는 대북 구상에 김여정 부부장이 화답한 셈인데, ‘하노이 노딜’ 이후 급격히 얼어붙었던 한반도 정세에 훈풍이 불어올지 관심이 쏠린다.

물론 북한의 그간 행태를 고려하면 언제 돌변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신중론 또한 만만치 않다. 실제로 대화 교착의 근본적 원인인 비핵화 방법론을 둘러싼 북미 간 이견은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더욱이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가 트이더라도 이를 계기로 북한이 우리 정부와 미국에 한미 연합군사훈련 취소와 주한미군 철수 등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어 상황은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우리 정부가 북미 간 중재자를 넘어 ‘당사자’의 역할로 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의 외교 기조가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급격히 선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아프가니스탄 철군이 대표적 사례다.

아울러 현실적으로 조 바이든 행정부는 자국 내 산적한 현안으로 신경 쓸 여력이 없는데다가 미중 갈등 속 파이브 아이즈 참여 등 한국의 지분 참여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역시 내년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평화의 제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과 함께 남북미중도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이 올림픽에서 앞서 열린 평창올림픽을 넘어선 구심적 역할을 할 개연성이 커 보인다.

코로나19 봉쇄와 대북 제재로 인한 심각한 경제난 등 내부적인 어려움이 해법 찾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많은데, 그보다는 북한도 변화하는 국제 정세에 발맞춰 실리를 택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제공: 청와대) ⓒ천지일보 2021.9.2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제공: 청와대) ⓒ천지일보 202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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