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비원이 서울 용산구 한 아파트 경비실에서 근무를 서고 있다. ⓒ천지일보 DB
한 경비원이 서울 용산구 한 아파트 경비실에서 근무를 서고 있다. ⓒ천지일보 DB

유통기한 지난 선물 준 주민

“기만·배신감” 네티즌 ‘분노’

개정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

발렛주차 금지 등 업무 제한

[천지일보=윤혜나 인턴기자]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부친이 주민으로부터 유통기한이 4년이나 지난 선물 세트를 받았다는 자녀의 울분 섞인 사연이 공개돼 공분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개정된 공동주택관리법이 내달부터 시행돼 경비원에 대한 갑질이 사라질지 주목된다.

2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경비원한테 유통기한 지난 쓰레기 선물세트 주는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아파트 경비원이 주민으로부터 유통기한이 지나 곰팡이가 가득 핀 선물 세트를 받은 사연이 담겼다.

작성자 A씨는 “아버지께서 유통기한이 지난 코코아가루, 화장품같이 소소한 것들을 몇 번 받아오시긴 했지만 이날은 너무 충격을 받아 글을 쓰게 됐다”며 사연을 올리게 된 계기를 밝혔다.

A씨가 공개한 사진 속 선물세트는 겉면부터 오염돼 있었고 상자 안에는 누가 봐도 곰팡이가 가득한 상태의 햄이 담겨 있었다. 해당 제품의 유통기한은 2017년까지로 4년이 지난 상태였다.

이에 A씨는 “내용물을 알지 못하고 웃으며 주민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을 아버지를 생각하니 화가 너무 나고 해당 주민의 문 앞에 다 집어 던지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에 한 네티즌은 “종종 경비원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정년퇴직하고 소일거리로 일 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아무것도 모르는 분들 아니고 무시당해도 괜찮은 분들도 아니니 제발 그러지 말라”고 비판했다.

또 “스팸이나 참치류는 보통 유통기한이 2028년같이 길게 나오는데 2017년 유통기한이면 최소 10년 전 상품을 준 것 아니냐”며 “이 정도면 기만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온라인상에서는 “저런 걸 선물로 준다는 건 범죄행위다. 먹고 죽으라는 거다” “배신감과 흉악한 심보에 인류애가 떨어진다” “우리 부모님이 저런 거 받아오시면 정말 너무 속상할거 같다” “곰팡이 캔을 그 주민 얼굴에 발라주어야 한다” “고마워하셨을 아버님을 생각하니 너무 화가 난다” 등 참담한 마음과 비판을 담은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24일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시는 아버지가 주민으로부터 곰팡이가 핀 추석선물을 받아오셨다며 분노한 자녀가 온라인 사이트에 올린 문제의 선물 사진. (출처: 네이트판)
지난 24일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시는 아버지가 주민으로부터 곰팡이가 핀 추석선물을 받아오셨다며 분노한 자녀가 온라인 사이트에 올린 문제의 선물 사진. (출처: 네이트판)

이런 가운데 내달부터 경비원에 대한 갑질을 엄벌하는 법안이 시행돼 이번 논란과 같은 사건이 줄어들지 관심을 모은다.

10월 21일부터 시행될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은 공동주택(아파트) 주민이 경비원에게 개인차량 주차 관리를 부탁하거나 택배 물품 배달 등의 업무를 지시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에서의 큰 변화로는 경비원의 업무 범위 설정이다. 그동안 공동주택 경비원은 경비업법에 따라 경비 업무만 수행할 수 있었지만 해당 법안의 개정으로 경비 업무 이외에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동주택 관리에 필요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경비 업무 외에 수행할 수 있는 업무는 ▲환경관리 ▲재활용 가능 자원의 분리배출 정리·단속 ▲위험 도난 발생 방지를 위한 주차 관리 ▲택배 물품 보관 등이 해당된다.

반면 배제되는 업무로는 ▲공용부분 수리 보조 ▲각종 동의서 징구 ▲발렛주차 ▲개별세대 및 개인소유물 관련 업무 등이다. 만약 해당 법안을 어기고 아파트 경비원에게 업무 외 다른 지시할 경우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이번 공동주택관리법의 개정에 따라 그동안 경비 업무뿐만 아니라 기타 업무까지 맡았던 경비원들의 처우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파트 측에서는 업무 범위 한정에 따라 많은 경비원을 고용할 이유가 사라져 일부 아파트에서는 인원 감축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돼 부정적 효과도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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