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신 3사 중 한 곳서 30여년 근무
유서엔 “젊은 팀장이 못살게 군다”
[천지일보=손지아 기자] 부친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추석 연휴를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청와대 청원글이 올라왔다. 유족들은 발인도 치르지 못한 채 유서에 등장한 괴롭힘의 주범으로 추정되는 직원의 사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달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큰딸 결혼식 2주 뒤 자살을 선택한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극단적 선택을 한 50대 직장인의 아들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아버지는 30여년 넘게 국내 3대 통신사 중 한 곳에서 몸담아왔다”며 “직장 내 괴롭힘과 압박을 견디다 못해 2021년 9월15일 새벽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됐다”고 했다.
청원인은 “큰딸을 시집보낸 지 2주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셨다는 게 정말 의문이었다”며 “그러던 중 집에서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 내용도, 평소 아버지가 불만을 토로하실 때도 특정 인물만 지목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 6월쯤 나이 어린 팀장이 새로 부임했는데 (팀장은) 아버지에게 인격 모독성 발언을 하고 아주 오래전 일을 들춰 직원들에게 뒷담화를 해 주변 직원들까지 아버지를 냉대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부친 유서에는 “회사에 젊은 팀장이 한 명 왔는데 나를 너무 못살게 군다” “출근하는 게 너무 지옥 같다”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 나에 대한 이상한 소문을 이야기해 소위 이야기하는 왕따 분위기를 만든다” “사람이 싫다, 무섭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청원인은 부친이 사망한 날 아침 팀장으로부터 “아버지가 회사에 출근을 하지 않고 연락이 되지 않아 집 앞까지 쫓아왔다” “아버지 어디 있느냐” “왜 전화를 꺼놨냐”며 화를 내는 전화도 받았다고 했다. 그는 “(팀장에게) 아버지 가시는 길에 미안하다는 진심어린 사과를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팀장은) 입을 꾹 다문 채 사과 한마디가 없었다”고 했다.
유족들은 지난 17일로 예정됐던 고인의 발인을 연기했다. 청원인은 “저희가 원하는 건 54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신 아버지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라며 “하루빨리 아버지를 좋은 곳으로 모실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소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