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으면 나쁜 생각 하게 돼”
“혼자 밥 해 먹기 어려워 나왔다”
무료급식용 도시락, 15분 만에 동나
코로나 확산세지만 매일 운영 중
[천지일보=윤혜나 인턴기자] “명절날 혼자 집에만 있으면 쓸쓸하지요. 그나마 이렇게 나올 수 있어 다행이죠.”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 한가위를 맞은 21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무료급식소에서 도시락을 받은 한 어르신이 이같이 말했다.
무료급식소는 아침부터 분주했다. 급식소 문을 열고 들어서니 ‘탁탁탁’ 점심 배급을 준비하는 칼·도마 소리가 났다. 문 앞에는 도시락을 담은 봉지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3년째 급식소를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는 자광명 보살은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 한 번도 쉬지 않았다”며 “형편에 따라 열고 닫는 건 의미가 없다. 1년 365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확진자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소독기를 준비해 사용하며, 봉사자들에게도 마스크 착용을 소홀하지 않도록 각별히 당부한다고 설명했다.
오전 11시가 조금 넘자, 보살과 자원봉사자들은 더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간이책상을 펼치고 그 위에 배급할 음식을 놓아 쉽게 배분할 수 있게 했다.
어르신 등 무료급식을 배분 받기 위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비가 내린 궂은 날임에도 무료급식소 앞에는 사람들이 100m가량 줄을 서고 있었다. 이들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배식 순서를 기다렸다.
점심 배급은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라는 추석 인사와 함께 시작됐다. 도시락에는 참기름과 멸치와 김가루로 간을 한 밥, 미역국, 삶은 계란, 추석 송편이 담겼다. 봉사자들은 ‘모두 잘 될 거예요. 파이팅!’이라는 문구가 붙은 양말도 함께 나눠줬다.
이석춘(가명, 90, 남)씨는 “혼자 살다보니 밥을 해먹기 어려워 4년째 매일 급식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급식소에서 준비한 도시락은 약 15분 만에 동이 났다. 도시락은 떨어졌지만 송편과 양말은 여분이 남았다. 뒤늦게 줄을 선 10여명의 어르신들은 떡으로 아쉬움을 달래며 돌아섰다.
4년째 급식소를 방문하고 있는 최진수(가명, 70대, 남)씨는 “집에 혼자 있으면 외롭고 나쁜 생각을 하게 된다”며 “명절에 이렇게 나올 수 있어 다행이다. 봉사해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