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40대 택배대리점주가 남긴 유서. (제공: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회)
김포 40대 택배대리점주가 남긴 유서. (제공: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회)

40대 유서 남기고 자택서 투신

“노조 태업․업무방해 우울 극심”

[천지일보 김포=김미정 기자] 김포에서 택배 대리점을 운영하던 40대 점주 A씨가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 유서에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에 가입한 대리점 구성원들을 원망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지난달 30일 오전 11시 53분쯤 김포시 한 아파트 화단에 A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이 아파트 직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A씨는 김포에서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을 운영하던 점주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에 가입한 대리점 구성원들을 원망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1일 유족 측이 공개한 A4 용지 2장 분량의 유서에서 A씨는 "처음 경험해본 노조원들의 불법 태업과 쟁의권도 없는 그들의 쟁의 활동보다 더한 업무방해, 파업이 종료되었어도 더 강도 높은 노조 활동을 하겠다는 통보에 비노조원들과 버티는 하루하루는 지옥과 같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지쳐가는 몸을 추스르며 마음 단단히 먹고 다시 좋은 날이 있겠지 버텨보려 했다”면서 “그들의 집단 괴롭힘과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태업에 우울증이 극에 달해 버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업주의 죽음을 놓고 대리점연합회와 택배노조 측은 책임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회 관계자는 “A씨는 지난 4월 말쯤 노조에 가입하고 불법 태업에 나선 구성원들과 갈등을 빚었으며 이들의 괴롭힘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족과 함께 노조원들을 경찰에 고소할 계획”이라고 했다.

앞서 민노총 택배노조는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 보장’ 공약에 따라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조 설립 필증을 받았다. 이에 따라 단체협약이나 행동이 가능해졌으나 대리점주들은 이에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는 게 연합회 측 설명이다.

전국택배노조는 입장문을 내고 “A씨와 노조의 갈등은 수수료 정시 지급 문제 개선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며 “원청은 책임을 대리점에 전가하며 을과 을의 싸움으로 만들어왔다”고 주장하면서 이번 사건의 원인은 원청인 CJ대한통운 탓으로 돌렸다.

이어 “택배대리점연합회가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확인하고 있으며 자체 조사를 통해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지겠고 경찰 조사에도 응하겠다”며 “현재 상중인 관계로 노조는 ‘불법 파업’ 등 진위를 다투는 문제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이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폐쇄회로(CC)TV 영상 확인 결과 A씨는 이 아파트 고층에 올라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유족들이 수사를 의뢰하면 유서 내용에 관해 확인해 볼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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