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AP/뉴시스] 24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아프간 탈주민들이 미군 병사의 안내에 따라 C-17 수송기에 탑승하고 있다.
[카불=AP/뉴시스] 24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아프간 탈주민들이 미군 병사의 안내에 따라 C-17 수송기에 탑승하고 있다.

IS테러로 공항주변 통로 막혀

탈레반 모든 국경길목 봉쇄

주변국 난민 추가유입에 난색

난민 다수 젊은부부·임신여성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대다수 국가가 아프간 대피 작전을 마무리했고, 미군은 카불공항에 남은 민간인 1천명에 대해 막바지 탈출작전을 펴고 있다. 탈레반이 모든 국경탈출 길목을 사실상 장악해 실낱같은 탈출 희망을 가졌던 난민들에게 절망을 주고 있다.

미군 등 외국군과 조력자의 아프가니스탄 철수시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29일 탈레반은 수도 카불공항 주변을 거의 봉쇄하고 사실상 장악함으로써 넘겨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은 이날 중 민간인 대피가 끝나길 바라는 입장이다. 민간인을 대피시킨 이후 남은 철수시한에 군병력을 모두 대피시킨다는 계획이다.

또 목숨을 걸고 탈출 대열에 합류한 아프가니스탄 난민 중에서는 젊은 부부나 임신한 여성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어린 아이들이나 앞으로 태어날 아기들을 무도하고 극악한 탈레반 치하에서 살게 할 순 없다는 생각으로 탈출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난민들을 위한 구호물자도 신생아나 유아가 있는 가족들을 위한 기저귀, 조제 분유, 아기 옷 같은 물품들이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시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신화와 AP통신 등은 탈레반 관계자 엔하물라 사망가니가 미군 등이 카불공항의 군사구역으로 들어가는 출입구 등 3개의 관문을 탈레반에 인계했다고 전했다. 또 미군이 카불공항의 극히 일부 구역만 통제하고 나머지는 전부 탈레반에 맡겼다고 전했다.

28일 미군 수송기를 비롯한 수십대의 항공기가 카불공항에 이륙했고, 아프간에 주둔한 미군과 연합군 병력은 철군시한인 31일까지 전부 떠날 예정으로 전해지고 있다. 백악관에 따르면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이후 미군과 국제동맹군은 총 11만 3500명을 아프간에서 대피시켰다.

미군을 제외한 대다수 국가들은 이미 대부분 철수를 마쳤다. 영국 국방부는 28일 “영국군을 태운 마지막 수송기가 카불을 떠났다”며 사진과 함께 트윗을 올렸다.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스웨덴, 핀란드 등의 유럽 국가들은 27∼28일 대부분 대피 작전 종료를 선언했다.

다만 이들 국가는 아프간에 남은 자국민과 조력자에 대해 모두 데려오지 못해 유감이라며 대피 작전 종료 이후에도 육로를 통한 탈출 지원 등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카불에 유엔이 통제하는 ‘안전지대(safe zone)’를 조성하자며, 30일 예정된 유엔안보리 긴급회의에 영국과 함께 이 방안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불에 안전지대를 만들면 인도주의적 활동을 지속할 수 있으며 안전지대는 유엔이 비상시에 움직일 수 있는 틀을 마련해 줄 것이라는 게 마크롱 대통령의 설명이다.

카불공항은 지난 26일 공항 외곽에서 발생한 이슬람국가(IS)의 자살폭탄테러 사건 이후 현지인들의 접근이 거의 차단된 상황이다. 이 테러로 170명 이상 숨지고 1300명 이상 다치자 탈레반은 공항 경계를 강화한다며 공항 가는 길목에 검문소를 늘리고 장갑차 등을 동원해 주변 접근을 차단했다.

카불공항 담벼락 주변에서 장사진을 치고 탈출의 희망을 품고 기다렸던 이들은 즉시 아프간을 떠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였던 카불공항이 막히게 되자 육로를 통해 파키스탄, 이란 등과 접한 국경 지역에 몰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탈레반이 국경으로 가는 주요 길목을 통제하고 있고, 무역상이나 여행허가증을 가진 이들이 아니면 국경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해 이들에게 절망을 안기고 있다.

더구나 주변국들은 이미 아프간 난민이 넘쳐 추가 난민 유입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이에 파키스탄 당국은 최근 북부 토르캄과 남서부 차만 등 아프간과 연결되는 주요 검문소의 경계와 신원 확인 절차를 크게 강화했다. 또 아프간과 900㎞ 길이의 국경을 접한 이란도 접경지역 경비를 강화했다.

[카불(아프가니스탄)=AP/뉴시스]아프가니스탄 탈출을 희망하는 아프간인들이 지난 25일 카불의 카미드 하르자이 국제공항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탈레반은 28일 이틀 전 자살폭탄테러 발생 이후 많은 인파가 모이는 것을 막기 위해 카불 공항 주변에 추가 병력을 배치했다.
[카불(아프가니스탄)=AP/뉴시스]아프가니스탄 탈출을 희망하는 아프간인들이 지난 25일 카불의 카미드 하르자이 국제공항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탈레반은 28일 이틀 전 자살폭탄테러 발생 이후 많은 인파가 모이는 것을 막기 위해 카불 공항 주변에 추가 병력을 배치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