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아프간 미군 철수, 시한 연장 없다”[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아프가니스탄 상황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31일로 예정된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 시한을 지키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이 아프간에 더 오래 주둔할 경우 발생할 안보 위험을 고려해 예정대로 철군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아프간 미군 철수, 시한 연장 없다”[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아프가니스탄 상황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31일로 예정된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 시한을 지키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이 아프간에 더 오래 주둔할 경우 발생할 안보 위험을 고려해 예정대로 철군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틀 남은 미군 철군 시한

美 드론 공격에 IS 2명 사망

바이든, 軍에 IS 타격 자율권

“24~36시간 내 테러 가능성”

하늘길 막히자 파키스탄 몰려

[천지일보=이솜 기자]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의 철수 시한이 불과 이틀 남은 가운데 카불 공항에서의 추가 테러 위협이 고조되면서 막바지 수송 작전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카불 공항에서 발생한 자살폭탄테러로 200명에 달하는 아프간인과 미군 13명이 사망한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공습을 계속하겠다고 28일(현지시간) 다짐했다. 그럼에도 카불 공항에서의 테러 위협은 더욱 높아지는 양상이다.

이날 미 국방부는 대피 마감 시한인 다음 주 화요일을 앞두고 현재 4천명도 채 안 되는 미군이 최종 철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2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난가르하르주에서 미국이 이슬람국가(IS) 조직원을 상대로 한 공습 현장. 미 당국은 IS의 아프간 지부인 IS-K의 주요 타깃 2명을 드론 공격으로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습은 200여명에 달하는 아프간인과 미군 13명이 사망한 카불 공항의 자살폭탄테러 이후 하루 만에 감행됐다. (출처: 뉴시스)
2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난가르하르주에서 미국이 이슬람국가(IS) 조직원을 상대로 한 공습 현장. 미 당국은 IS의 아프간 지부인 IS-K의 주요 타깃 2명을 드론 공격으로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습은 200여명에 달하는 아프간인과 미군 13명이 사망한 카불 공항의 자살폭탄테러 이후 하루 만에 감행됐다. (출처: 뉴시스)

◆바이든 “승인 없이 IS 공격하라”

바이든 대통령은 미 국방부가 이날 아프간 동부에서 새벽 IS-K(이슬람국가 호라산) 조직원 2명을 드론으로 사살했다는 임무 완수 보고를 받은 후 테러리스트에 대한 공격이 계속될 것임을 밝혔다.

그는 성명에서 “이번 공습은 마지막이 아니었다”며 “우리는 그 흉악한 공격에 연루된 사람들을 계속 추적해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프간) 지상의 상황은 극도로 위험하며 공항 테러 위협은 여전히 높다”며 “앞으로 24~36시간 내 추가 공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미군은 이번 카불 테러와 관련된 테러범을 잡아들이는 데 적극 나서고 있으며 앞으로 며칠, 몇 주 내 추가 공습을 감행할 것이라고 미 관리가 밝혔다.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의 승인 없이도 카불 테러의 배후인 IS-K를 공격할 수 있도록 국방부에 ‘그린 라이트(승인 권한)’를 내렸다고 미 당국자 3명을 인용해 전했다.

미 국방부 고위 간부들은 이미 이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7일 군에 이 권한을 재확인했다. 한 관리는 “대통령의 지시는 ‘그냥 하라(Just do it)’는 것”이라며 “우리는 (IS-K를) 발견하는 데로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 합참 행크 테일러 소장은 드론 공격으로 IS-K 조직원 2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으며 민간인 사상자는 없다고 확인했다. 사망자 2명 중 1명은 카불에 무기를 배달하는 데 연루됐으며 다른 1명은 IS-K 관련자였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뉴욕타임스(NYT)에 이들 중 1명은 IS-K 테러의 ‘계획자’였고 1명은 ‘조력자’였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공항 테러와 연계됐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이날 공습은 초수평(over the horizon) 작전의 일환으로, 원거리에서 핀셋 타격을 감행하는 방식이었다. 공습에는 민간인 사상자를 피하고 목표물만 제거하기 위해 드론 MQ-9 리퍼와 초정밀 암살용 미사일 헬파이어 R9X가 사용됐다. 특히 ‘닌자 미사일’이라고도 불리는 헬파이어 R9X는 대전차용 헬파이어 미사일을 개량한 것으로, 폭약이 든 탄두가 없는 대신 표적과 접촉 직전 펼쳐지는 6개 칼날이 장착된 점이 특징이다. 표적과 충돌해도 폭발이 없어 부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민간인 사상자는 없었다는 미 당국의 발표와 달리 현지에서는 부수피해가 발생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주민 라하무눌라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3명이 사망하고 여성 1명을 포함해 4명이 부상했다고 말했으며, WSJ가 입수한 공습현장 영상을 보면 공습 현장에 폭발로 생긴 까만 구덩이와 파편 자국들이 있다. WSJ는 R9X 발사를 포함한 여러 차례 공습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26일(현지시간) 독일 랜드스툴의 한 병원에서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한 후 부상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이송을 준비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6일(현지시간) 독일 랜드스툴의 한 병원에서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한 후 부상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이송을 준비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대피 마무리… 파키스탄 몰리는 피란민

현재 얼마나 많은 아프간인들이 이 나라에 남아 있고 떠나고 싶어 하는지는 추산하기가 어렵다. 미군은 철수가 시작된 이후 11만 3500명 이상이 모든 동맹군에 의해 대피했다고 하지만, 이들 중 다수는 미국인이나 다른 서구 국적인 사람들이라고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NYT에 따르면 난민 및 정착 전문가들은 적어도 아프간인 30만명이 지난 20년간 미군에 협조했고, 이에 탈레반의 표적이 될 위기에 처해있다고 추정한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미군 병력이 최종 철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날 기준 4천명 이하로 병력이 남아있으며 커비 대변인은 안보상의 이유로 미군의 철군 최종단계에 대한 발표는 매일 제공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영국과 유럽연합(EU) 등 북대서양조약(나토) 소속 군들은 대부분 자국민 대피를 마쳤다.

닉 카터 영국 국방참모총장은 BBC 라디오에 자국민 철수를 중단하고 남은 병력을 본국으로 데려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모두를 대피시킬 수 없었다”며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프랑스, 독일 등 다른 유럽 국가들 역시 대피가 종료됐다고 전날 밝혔다.

일본은 지난 며칠 동안 자국민 1명과 아프간인 12명을 대피시켰으나 일본 대사관의 아프간 직원 등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공항까지 도착하지 못한 상황이다. 자위대는 파키스탄에서 이들이 카불 공항에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수십만명의 아프간인들이 여전히 이 나라를 탈출하려고 하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지도자들은 많은 사람들이 철군 시한까지 빠져나가지 못할 것임을 인정했다.

마지막 남아있던 미군까지 31일 출국을 마치면 아프간 피란민들의 탈출 과정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테러 이후 공항을 통한 ‘하늘길 탈출’이 막히자 피란민들은 인접한 파키스탄 국경으로 몰리고 있다.

아프간 남서부에서는 수천명이 파키스탄으로 피신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하기 전 약 4천~8천명이 파키스탄의 차만으로 국경을 넘었다. 파키스탄 관리들과 부족 지도자들에 따르면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이후 이 숫자는 세 배 늘었다. 서부에서는 하루에 수천명이 이란으로 건너오고 있다고 유엔 관리가 밝혔다.

그러나 파키스탄 관리들은 새로운 난민들이 파키스탄의 도시에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밝힌 바 있다. 정부는 대신 아프간 국경 근처에 난민 캠프를 설치할 계획이다. 파키스탄에는 이미 1979년 소련의 아프간 침공과 잇따른 내전으로 3백만명에 가까운 아프간 난민들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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