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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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지난 19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1가구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선을 높이는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기존의 부과 기준선 9억원을 11억원으로 높이는 게 핵심이다. 민주당은 위헌 논란까지 야기됨에도 종부세 부과 대상을 상위 2%로 한정하는 법률안을 고수하다가 이날 갑자기 과세 기준선을 11억원으로 규정하는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1가구 1주택 종부세 인하안은 지난 총선과 보궐선거에서 쟁점화 됐다. 총선 투표일이 임박해오자 종로에 출마한 이낙연 후보의 입에서 종부세 인하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의 강남 지역 출마 후보들을 포함한 10여명의 후보들이 한목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그럴 듯한 명분을 내세웠다. 수입이 없는 노인세대에게 세금폭탄을 안기는 건 인간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거다.

종부세 인하안은 선거가 끝나자 잠시 잠잠해지는 듯 했다. 대선 날짜가 하루하루 다가오자 민주당 안에서 다시 쟁점이 됐다. 민주당은 4.7 재보선 참패의 원인의 하나로 ‘종부세 급증’을 들면서 청와대와 정부에게 종부세 인하 조치를 요구하는 단계까지 나아갔다.

종부세 인하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일부 있었지만 민주당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눌려 힘을 잃어 갔다. 부동산특위 위원장을 맡은 김진표 의원은 ‘이대로 가면 100만표 날아간다’는 낯 뜨거운 말을 거리낌 없이 했다. 100만표 얻자고 하다가 300만표 잃게 된다는 생각은 안한다.

2020년에 종부세법이 강화돼 올 6월부터 시행하게 돼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종부세 개정안이 오는 6월로 소급 적용하기로 돼 있어 작년의 개정안은 한 번도 빛을 보지 못하고 사그라들 운명에 놓여 있다. 민주당은 집권 후 개혁을 하는 것처럼 요란을 떨었지만 결과는 보잘 것 없었고 그 초라한 개혁안마저 후퇴시켜버리는 행태를 보였다.

보유세는 입지가 좋고 큰 공간을 차지하고 가액이 높은 주택에 대해서는 그에 합당한 세금을 매겨 공간에 대한 독점욕을 완화하고 토지와 주택의 공공성을 높이는 의미가 있다. 집값 안정에도 도움이 되는 방안이다.

국민의힘이 앞장서고 민주당이 뒤에서 밀고 정부가 묵인하는 형태의 역주행이 바로 종부세 감세안이다. 명실상부한 보수대연합이다. 이런 때 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한 나무에서 나온 두 가지’다.

민주당과 정부는 개혁을 말하고 걸핏하면 촛불정부를 들먹이면서도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의 염원을 짓밟는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 왜 이러는 걸까? 질문을 한번 던져 보자. 민주당은 촛불민심을 받들 정치세력이었나? 대통령 후보 문재인은 촛불시민의 열망을 담아낼만한 정치인이었나?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쩌다보니 권력이 민주당과 인물 문재인에게 굴러왔다고 하는 게 진실에 가까운 말이다.

현재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온 사람들 가운데 종부세 후퇴 안에 대해 결기 있게 말하는 사람이 누가 있나? 이낙연 후보는 지난 총선 때 본인이 앞장서서 주장한 안이어서 따져 물을 이유가 없지만 유력 주자라 불리는 후보들은 왜 침묵하거나 어물쩍 넘어가고 있나? 김두관, 박용진 의원처럼 반대의사를 분명히 한 후보들이 있긴 하다.

민주당 후보들, 그 가운데서도 지명도가 있는 이낙연, 이재명, 정세균 후보는 모두 재정이 엄청나게 들어가야 실현될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이들의 공약이 달콤한 말로 끝나지 않고 실행되려면 증세가 불가피하다. 증세 없이 거대한 규모의 복지와 공공주택 공급이 실현될 수 없다. 증세계획도 말하지 않고 감세안이 거대 양당의 짝짜꿍 속에 일사천리로 입법되려 하는데도 말이 없으니 누가 최종 후보가 되건 앞날이 걱정이다. 감세와 대규모 공공주택 공급 또는 복지 확대와 감세, 어울리는 조합인가?

주거단체는 물론 복지단체와 시민단체들 가운데 많은 단체가 민주당과 정부의 종부세 인하안을 비판하고 있다. 내년 선거를 의식한다고 하지만 이건 핑계일 뿐 ‘보수 본당’으로서 자신들의 본색을 드러낸 행동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거대하게 타오른 촛불 민심의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의식한다면 부자 감세안을 당장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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