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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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비시(MBC)는 지난 27일 ‘10원 동전… 어디로 갔나?’라는 제목의 방송을 내보냈다. 미국인 마이클 페레스(Michael Phares)씨가 방송한 유튜브 화면을 소개하면서 “금속탐지기로 동전을 수집한다는 한 미국인 유튜버. 지난해까지 한국에 살면서 이런 방법으로 동전 4천여 개, 6천여만원어치를 수집했다고 한다. 1966년 처음 만들어진 10원 동전은 한 개에 수십만 원에 거래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페레스씨는 지난 30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버 채널 ‘미국아재 Mister American’을 통해 엠비시가 자신의 유튜버 영상을 쓰면서 사전에 동의를 구하지 않았고 내용도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페레스씨는 금속탐지기로 수집한 동전은 1000개 정도에 불과하고 금속탐지기로 찾은 동전은 보존상태가 안 좋아 돈의 가치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동전은 주로 ‘경매와 코인 딜러에게 사는’ 방법으로 수집했다고 한다. “한국은행이 1966년 최초로 발행한 10원 짜리 동전은 미사용 상태일 때만 수십만원에서 100만원 정도 하고 금속탐지기를 통해 찾은 것은 아무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엠비시의 방송 내용은 페레스씨가 한국의 동전을 금속탐지기로 탐지해 떼돈을 버는 사람인 것처럼 묘사했다. 게다가 방송 내용은 동전의 행방에 관한 것이다. 최근 3년간 10원짜리 동전은 발행량이 매년 증가됐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한때는 10원짜리 동전을 녹여 구리를 추출해 돈을 벌려는 사람이 생겨 문제가 됐고 2006년 말 이후 더 작은 10원 모형으로 바뀌었지만 생산가는 액면가의 2배에 이른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국가에서 막대한 돈을 투입해 동전을 발행하고 있다는 내용을 강조하는 방송을 하면서 페레스씨의 ‘금속탐지기를 통한 동전 4000개 수집’을 언급한 이유가 무엇인가? 엠비시는 단순히 재미를 위해 페레스씨의 영상을 소개했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전체적인 방송의 흐름은 페레스씨 같은 사람이 돈을 벌기 위해 한국의 화폐를 모으는 바람에 국고가 낭비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사전 양해도 없이 본인이 만든 영상이 사용되고 ‘동전 부족은 왜 계속 되는가’ 하는 내용으로 채워진 방송을 우연히 보게 됐을 때 페레스씨가 느꼈을 당혹감은 어땠을까?

엠비시는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 생중계 때 참가국 소개를 하면서 부적절한 내용을 집어넣어 큰 물의를 일으켰다.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할 때는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 사진을 넣었고 루마니아 선수들이 입장할 때는 드라큘라 사진을 내보냈다. 아이티를 소개할 때는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글귀가 적힌 사진을 썼다. 심지어 국가별 백신접종률까지 내보냈다. 방송에 대한 분노가 폭발하자 방송 끝날 무렵 “해당 국가 국민과 시청자 여러분께 정중히 사과드린다”면서 “당사국에 대한 배려와 고민이 크게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엠비시는 올림픽 입장식 방송 때의 물의에 대한 사과가 있은 지 5일밖에 안 된 시점에 초상권 침해와 영상 무단사용, 허위 사실에 기초한 방송으로 페레스씨에게 결례를 범했다. 올림픽 방송 때는 신속이 사과했지만 페레스씨에게는 사과하지 않고 있다.

올림픽 방송은 잘못 방송한 대상이 국가이고 많은 시청자가의 분노가 두려워 사과했다. 페레스씨에게 사과하지 않는 이유는 그가 개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과해야 할 상대가 국가든 개인이든 똑같이 대해야한다. 잘못은 대상이 누구든 즉시 바로 잡히지 않으면 안 된다. 대상에 따라 사과 여부가 결정된다면 정의와 진리는 짓밟히고 방송의 의미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페레스씨는 2011년 주한미군으로 재직할 때 부대 내 웅변대회에서 훈민정음을 소재로 택할 정도로 한국에 관심이 많고 “일본아 우기지 마라. 독도는 한국땅이다!”라는 말로 웅변대회를 마무리할 정도로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대학시절 동아시아 역사를 전공했다. “무엇보다 한국 동전 수집은 재미가 있다”는 그의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상평통보를 비롯한 한국화폐를 수집하는 것도 취미를 넘어 한국 사랑의 또 다른 방편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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