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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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MLB 선수들은 일본 국적의 오타니 쇼헤이(27)의 이례적인 성공 신화를 보면서 마냥 부러워한다. 투타에 걸쳐 MLB 역사상 전례가 없는 맹활약을 하기 때문이다. 오타니와 같이 투타에서 동시에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은 선수는 일찍이 볼 수 없었다. 그는 14일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벌어진 2021 MLB 올스타전에서 아메리칸리그 1번 타자와 투수로 출전했다. MLB 올스타전에서 투수와 타자로 모두 선발돼 출전한 것은 사상 최초의 일이다 .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소속인 오타니는 팬 투표로 아메리칸리그 지명타자 부문 올스타에 선정되고, 선수와 코칭스태프 투표로 게릿 콜(뉴욕 양키스), 카일 깁슨(텍사스 레인저스) 등과 함께 ‘올스타 선발진’에 포함됐다. 오타니는 투수와 야수로 동시에 올스타에 선발된 것만으로도 최초 기록을 작성했다. 여기에다 아메리칸리그 올스타 케빈 케시 감독은 그를 선발투수이자 1번 타자로 기용했다.

오타니가 이런 대우를 받은 것은 올 시즌 성적을 토대로 이뤄졌다. 올해 전반기에 타자로 타율 0.279, 33홈런, 70타점을 올렸고, 투수로는 4승 1패 평균자책점 3.49, 탈삼진 87개를 기록했다. 홈런 부분 1위를 달리며 투수로서도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미국 언론 매체들은 올 상반기는 모든 게 그를 위한 경기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동안 150여년 MLB 역사에서 오타니와 같은 선수는 없었다. 투타를 모두 겸한 선수들 대부분은 19세기에 활약했던 선수들이다. 20세기 들어서는 몇 명 없는데 투수와 타자 양쪽에서 모두 이름을 날린 선수로는 베이브 루스가 있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의 타자로 꼽히는 루스는 투수로 94승 46패 2.2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당대 최고의 투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루스는 투수로 활약하다 훗날 타자로 전향한 케이스였다. 투수와 타자를 겸하지는 않았다. 투수로 등판하는 날에만 타석에 들어섰고 가끔 대타로 나섰을 뿐이다.

일본에서도 메이저리그와 마찬가지로 투타 겸업 선수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전쟁 시기였던 1937년 가게우라 마사루와 1946년 후지무라 후미오가 투수와 타자를 겸한 선수들이다. 두 선수는 모두 오사카 타이거스(現 한신 타이거스)의 창단 멤버였다. 가게우라는 1937년에 투수로 137.2이닝을 던지며 1.0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타자로는 0.306의 타율과 78타점을 기록했다. 후지무라는 1946년에 투수로 107이닝 2.44의 평균자책점, 타자로 0.323의 타율과 69타점을 올리는 뛰어난 성적을 남겼다. 일본프로야구에선 이들 이후 투타 겸업을 하는 선수는 지금의 오타니뿐이다. 우리나라에도 프로야구에서 투타를 겸한 선수가 있었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 해태 타이거스의 김성한이다. 김성한은 10승 2.88의 평균자책점과 타율 0.305 13홈런 69타점 10도루의 성적을 남겼다. ‘10승-10홈런-10도루’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남긴 김성한은 그해 타점왕까지 차지했으며 총 4시즌에 걸쳐서 투수로 등판했다.

오타니는 세계 야구 역사상 유일무이한 ‘이도류(二刀流)’ 선수로 불린다. 전설적인 일본 사무라이 미야모토 무사시가 장검과 단검을 썼던 것처럼 투수와 타자, 2개의 칼을 모두 잘 쓴다는 의미이다. 평상시에는 지명타자로 풀타임 출장을 하고 6~9일 간격으로 선발투수로 등판하는 투타겸업을 맡는다. 지명타자제를 운용하는 아메리칸리그에서 투수 출장일에도 타석에 서는 유일한 선수이다. 쇼헤이라는 그의 이름은 일본식 한자어로 비행을 한다는 의미인 ‘상(翔, 쇼)’과 평평하다는 의미인 ‘평(平, 헤이)’으로 쓴다. 사회인 야구선수 출신의 그의 아버지가 지었다는 이름에서도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낄 수 있다.

193cm의 큰 신장에서 나오는 부드러운 몸동작과 빠른 구속이 특징인 그의 야구 실력은 오랜 시간을 걸쳐 다듬어졌다. 고교시절 하계 고시엔 대회서 150㎞의 최고 구속을 던졌지만 3학년 때 춘계 고시엔 대회서 11사사구 9실점의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그는 투타에 걸쳐 다재다능한 재질을 보였지만 ‘왜 안 될까(Why not)?’라는 의문을 갖고 치열한 훈련을 쌓았다. 투수와 타자라는 고정된 영역을 파괴한 그의 성공 신화를 보면서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누구도 걸어보지 않은 신세계에 도전하고자 하는 의욕을 갖는다. 위험을 피하지 않고 당당히 정면으로 맞서 앞으로 나아가는 그의 도전의지는 귀감이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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