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폭행’ 사건 이후 증거인멸 교사 혐의 등으로 소환 조사를 받은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31일 새벽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를 나서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택시기사 폭행’ 사건 이후 증거인멸 교사 혐의 등으로 소환 조사를 받은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31일 새벽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를 나서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변호사 통해 입장문 발표… 문 대통령 사표 수리

“합의시 조건부로 합의 의사 타진한 사실 없다”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택시기사 폭행 사건’ 혐의로 수사를 받는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3일 입장을 밝혔다. 그는 변호사를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택시기사에게 준 1천만원은 사과와 피해 회복을 위해 송금한 합의금일뿐 블랙박스 영상 삭제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일반적인 합의금 금액보다 큰 돈을 건넨 이유에 대해서는 “통상의 합의금보다 많은 금액이라고 생각했지만, 당시 변호사였고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던 시기였기에 드리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다만 합의하면서 어떤 조건을 제시하거나 조건부로 합의 의사를 타진한 사실은 전혀 없다”며 “일부 언론에서 마치 합의금이 블랙박스 영상 삭제 대가인 것처럼 보도했으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차관은 지난해 11월 6일 술에 취해 택시를 탔다가 하차 직전 택시 기사의 멱살을 잡는 등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신고됐다. 또 이 차관은 당시 폭행한 뒤 합의를 시도하면서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지우라고 요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차관이 법무부 차관으로 내정되기 약 3주 전인 일이다. 이 장면은 차량의 블랙박스 화면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 (출처: 연합뉴스)
이용구 법무부 차관. (출처: 연합뉴스)

이 차관이 이 영상을 지우기 위해 거액의 합의금을 건넨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서초서는 이 차관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하지 않고 단순 폭행사건으로 판단했다. 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사 종결했다. 하지만 이후 이 차관의 폭행 사실이 알려지면서 ‘봐주기 수사’ 논란이 일었다. 이에 경찰은 올해 1월 진상조사단을 꾸려 수사 관계자들의 통화내역 분석 등 의혹을 조사해왔다.

사건을 담당한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이 차관을 조사할 당시 그가 변호사라는 사실만 알았다고 주장했지만, 서초서 간부들은 당시 이 차관이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 후보 중 1명으로 언급됐다는 사실 등을 공유하고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차관은 지난달 22일에는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불려가 조사받았고, 30일 오전 8시쯤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출석해 31일 새벽 3시 20분까지 19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이 차관은 폭행 혐의를 인정했다.

이후 사의를 표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오후 이 전 차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이동언 부장검사)는 조만간 이 전 차관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로 기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경찰도 이 전 차관에게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뉴시스]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21일 오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퇴근하고 있다. 2020.12.21.
[과천=뉴시스]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21일 오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퇴근하고 있다. 2020.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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