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 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CES2010에 참석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출처: 연합뉴스)
지난 2010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 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CES2010에 참석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출처: 연합뉴스)

DSR 규제 발표 시기에 수천억원 대출

일반 차주 1억 대출 받기도 쉽지 않아

삼성전자 0.7% 지분으론 주식담보 부담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재산 상속 관련으로 12조원 가량의 상속세를 내야 하는 삼성일가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시중은행 2곳에서 수천억원의 대출을 받을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개인 대출자가 1억원의 신용대출을 받기도 어려운 와중 형평성 논란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또 삼성일가가 다른 대기업 일가들처럼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지 않는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부회장 등 삼성일가는 시중은행 2곳을 대상으로 수천억원의 대출을 받기 위해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날까지가 상속세 신고 마감 시한인 점을 감안할 때 유족들은 1차 금액으로 2조원을 납부할 예정이다.

해당 금액의 일부를 충당하기 위해 삼성일가는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는다. 삼성 그룹의 주채권 은행인 A은행의 경우 본부 차원에서 최고 등급인 ‘여신심사 협의체’를 가동, 특별 승인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일가가 배당액으로 매년 1000억원 이상을 받는 것을 감안할 때 대출 상환 여력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다만 A은행이 이번 신용대출에 ‘견질(見質)’ 담보를 설정한 것으로 보이면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인 B은행 역시 마찬가지로 A은행과 동일한 특별승인 절차를 밟았다.

전날 발표된 차주별 DSR 규제 등 정부 당국이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해 일반 차주를 대상으로 고강도 ‘대출 조이기’에 들어간 시점에서 삼성일가가 보유한 주식을 견질 담보로 설정해 대출이 나가는 점을 들어서다.

견질담보는 법률이나 여신 관련 규정에 의해 정규 담보로 취득할 수 없는 비상장주식, 융통어음, 백지수표 등 담보로 취득한 것을 의미한다. 또 선순위 담보가 이미 설정돼 있는 등 담보여력이 없는 물건을 담보로 잡아두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결국 은행으로서는 정식 담보는 아니지만 대출 진행 시 보완적 성격으로 담보를 잡는 것을 의미한다. 향후 대출상환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은행은 견질담보를 우선적으로 처분할 수 없으나, 담보 소유주의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 이 같은 대출 방식이 정부의 규제망을 벗어난 ‘황제 대출’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는 삼성일가가 다른 재벌가처럼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지 않은 것에 대해 의문의 목소리가 나온다. 상속세 납부를 위한 주식담보 대출은 대기업 후손 사이에서 일반화돼 있기 때문이다.

최근 상속세를 낸 구광모 LG그룹 회장이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도 주식 등을 상속받는 과정에서 주식담보대출로 세금을 마련했다는 점이 근거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이 0.7%로 미미한 상황에서 상속받은 주식을 담보로 내놓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전 회장이 남긴 19조원 가량의 삼성 계열사 주식이 유족에 어떻게 배분될 것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삼성전자(4.18%)와 삼성생명(20.76%), 삼성물산(2.86%) 등 핵심 지분은 대부분 이재용 부회장에게 쏠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성일가는 이날 신고 납부와 함께 12조여원의 6분의 1인 2조원을 납부하고, 나머지 10조원은 연 1.2%의 이자를 더해 2026년까지 5년간 분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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