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반부패정책협의회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반부패정책협의회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정세균 “검찰 직접수사” 언급

특수본에 검찰 제외 때와 달라

‘검찰개혁 무위’ 비판 일 듯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과 4.7 재보궐선거가 맞물리면서 큰 벽을 만난 정부·여당이 검찰에게 다시 손을 내밀고 있다. 불과 얼마 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을 외치던 모습과는 상반돼 주목된다.

31일 검찰에 따르면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이날 전국 검사장 화상 회의를 열고 부동산 투기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참여 대상은 전국 18개 지검장과 3기 신도시 관할 수도권 5개 지청장 등이다.

이와 관련 전날 대검찰청은 전국 모든 지방검찰청(18개)을 포함한 43개 검찰청에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총력 대응 방안을 지시했다.

대검은 업무상 비밀이나 개발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범행에 대해 중대한 부패범죄로 간주, 원칙적으로 전원 구속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범행이 공적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사익을 취한 부패범죄라는 점에서 법정 최고형을 구형한다는 방침이다.

대검의 이번 지시는 지난 28일 나온 정부 투기 대책의 일환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천지일보 DB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천지일보 DB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28일 “검찰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적극적으로 직접 수사를 할 것”이라며 “부동산 부패 관련 송치 사건 및 검찰 자체 첩보로 수집된 6대 중대범죄는 검찰이 직접 수사하도록 하겠다”고 500여명의 검사·수사관을 투입하는 투기 대응안을 발표한 바 있다.

검찰 직접 수사 범위인 6대 중대범죄는 ▲부패범죄 ▲경제범죄(주식거래 등만 해당)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범죄 등이다.

이는 불과 최근까지의 움직임과 대조적이다. 정부는 LH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를 구성하면서 검찰을 제외했다.

이번 땅투기 의혹이 검찰 직접 수사 범위인 6대 중대범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원론적인 이유지만, 마찬가지로 수사권이 없는 국세청이나 금융위원회가 특수본에 참여한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졌다.

이 같은 선택의 배경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탄생한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수사를 맡긴다는 포석이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4일 직원들의 3기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에 대해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다. 사장 권한대행 임무를 수행 중인 장충모 LH 부사장은 “일부 직원들의 광명시흥지구 투기의혹으로 국민 여러분께 큰 충격과 실망을 드렸습니다.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정부와 합동으로 3기 신도시 전체에 대한 관련부서 직원 및 가족의 토지거래현황 전수조사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LH공사 서울지역본부의 모습. ⓒ천지일보 2021.3.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4일 직원들의 3기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에 대해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다. 사장 권한대행 임무를 수행 중인 장충모 LH 부사장은 “일부 직원들의 광명시흥지구 투기의혹으로 국민 여러분께 큰 충격과 실망을 드렸습니다.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정부와 합동으로 3기 신도시 전체에 대한 관련부서 직원 및 가족의 토지거래현황 전수조사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LH공사 서울지역본부의 모습. ⓒ천지일보 2021.3.4

이렇듯 LH사태 초기만 해도 정부는 검찰의 개입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이행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LH사태가 4.7 선거를 앞둔 여당 후보 지지율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해석이 나오며 정부·여당의 태도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지난 16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른바 ‘LH특검’ 도입에 합의했다. 특검 특성상 검찰의 참여는 필수 불가결한 일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원들은 당원 게시판 등을 통해 검찰개혁을 후퇴시키는 일이라며 반발했다.

여기에 정부는 한술 더 떠 이번엔 검찰의 직접 수사 카드를 들고나온 것이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수사 등에서 LH사건이 잘 해결되고 있다는 일정 성과가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선 지금까지 쌓아온 검찰의 경험이 유효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9일 저녁 7시 30분께 경남 진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에서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LH임직원 신도시 투기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천지일보 2021.3.9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9일 저녁 7시 30분께 경남 진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에서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LH임직원 신도시 투기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천지일보 2021.3.9

하지만 검찰이 수사할 수 없는 범위란 점은 변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큰 실효지 회의론이 나온다.

대신 검찰은 검사장 회의를 통해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현재로선 검찰이 밝혔듯 적극적인 구속영장 청구 등으로 경찰의 수사를 지원하는 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검찰의 참여는 정부가 내놓은 일종의 정치적 수사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결국 검찰개혁을 강조하며 검찰의 수사권을 제한했으면서 필요에 따라 다시 검찰의 수사를 끌고 온 정부의 대응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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